내 소중한 친구, 딸에게...
내 소중한 친구, 딸에게...
  • 김명란 (-)
  • 승인 2009.05.0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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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내 딸! 잘 지내는지...

어느덧 여름이 찾아 온 듯 한 4월의 마지막 날. 조금은 무덥게 느껴지는구난.

엊그제 만났는데도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구나.. 우리가 떨어져 지내면서 편지를 주고 받을 줄 이 엄마는 생각하지 못했단다.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된 자랑스런 내 딸.

훌쩍 커버린 네 모습을 보니 문득 힘들었던 너의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구나

어느 해 봄 초등학교 6학년 쯤 이었을거야...학교에서 돌아 온 너는 그 조그마한 눈에서 하염없이 울기만 햇었지..나는 놀래서 이유를 캐물으니 넌 한참을 머뭇거리다 한 말은 내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아단다.

“엄마, 친구 몇 명이 나를 따돌리고 놀려”

난 “왜?” 하고 다그쳐 물었지..

넌 “응..너네 엄마는 장애인이라 너를 못 살게 굴어도 학교에 찾아와서 우릴 혼내지 못하거야..그치..히히히”하고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였어.

네가 직접 키우는 화분에 물을 가득 담아 심어놓은 나무들을 상하게 하고, 다른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놀지 말라고 부추기는 등 너를 괴롭힌다고..

친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너에겐 그보다 더 큰 상처는 없을거야. 속상하다며 우는 널 보며 엄마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전화통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됬단다. 마음을 가다듬고 수화기를 들었지.

마음은 내 장애 때문에 너를 괴롭힌 그 아이들을 달려가서 때려주고 싶었지만 역효과가 날 것 같아 꾹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상냥한 목소리로 타일렀지..“안녕, 내가 전화해서 당황스럽겠지만 내 얘기 들어 줄래” 그 아이는 내가 왜 전화했는지 알고 겁을 잔뜩 먹고 있었지만 내가 웃으며 말을 하니 가만히 듣고 있었어. 난 말했지. 훗날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을 추억할 때 네가 참 좋은 아이였던 것 같애 라고 기억되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내일 소풍가서 친한 친구로 기억되게 추억을 만들어 주지 않겠냐고.. 생각보다 네 친구는 내 얘기를 빨리 이해하고 받아 들여줬지...

다음날 소풍을 갔다오면서 집으로 들어서는 너의 표정이 너무 밝게 빛나고 환한 웃음을 지니고 있었어. 그 표정을 보고 난 안도의 숨을 쉬었단다. 그렇게 넌 초등학교를 무사히 졸업을 했고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나면 넌 말은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서도 맘은 많이 아프다는걸 안단다..엄마가 아프니깐...내가 친구들한테 엄마가 장애인이라고 말하지말지 라고 하면 넌 “왜, 엄마가 어때서.. 난 친구같은 엄마가 다른 건강한 엄마보다 더 좋아“하고 말하지.

내 딸아! 미안하구나.. 장애를 가진 엄마 때문에 이런 상처를 갖게 해서..

또 하나 너에게 미안한건..아빠의 자리를 비워줘야만 한다는 사실...

알고 있니? 네가 중학교 시절 아빠는 내가 아프고 장애를 입은 현실 때문인지 술과, 도박, 경마에 빠지면서 가정을 힘들게 만들었지.. 술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어린 너와 아픔의 고통에 시달리는 나를 밤새 앉혀 놓고 자기가 안되는 이유는 모두 우리 탓이라고 괴롭혔어. 고통의 연속이었지. 네가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엄마는 이혼이라는 힘든 결정을 해야만 했어. 엄마의 결정에 너는 힘과 용기를 주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어느 때보다 담대함을 보인 너였지..

사랑하는 내 딸아! 그동안 겪은 일들을 어떻게 다 말로 할 수 있겠니? 하지만 그 때마다 옆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울더라도 꿋꿋하게 버터온 네가 엄마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단다. 소중한 내 딸아!

내 삶의 이유이자 목표였고 희망이었던 네게서 이젠 엄마도 홀로 서려고 해. 너도 지금은 타지역 대학을 다니고 엄마도 엄마의 인생을 살아야 되지 않겠니?

요즘 너랑 있을때보다 더 바빠졌어. 폼아트도 배우고, 이런저런 모임에도 참석하고.. 아침일찍 나갈려면 준비하는게 만만치 않지만 작품 하나하나 완성 할 때마다, 그리고 나의 당당함을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단다.

딸아! 엄마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엄마한테 소질이 있데.. 엄마가 이래뵈도 칭찬 받으면서 한단다. 가을엔 펠트공예도 배울려고 해. 우리 딸 유치원선생님이 된다고 했지? 엄마가 다 배워서 방학 때 내려오면 다 가르쳐줄게. 기대해보렴.

남들이 보기엔 제 몸도 못 가누는 중증장애인이 뭘 할 수 있겠어 하지만 넌 엄마 믿지? 엄마가 꼭 해내리라는 걸.

이젠 우리 딸이 옆에 없어도 엄마 씩씩하게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마.

우리 서로 멀리 떨어져 생활하지만 힘내서 각자 일에 최선을 다하자. 알았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데 지금까지 힘들었던 일, 모두 삶의 밑거름이 되어 조그마한 시련은 그냥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낼 수 있을거야..그렇지!

엄마는 아직도 네가 말한 이 말을 잊지 못한단다.

“엄마! 우리 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도 더 아프지 말고..”

엄마는 이말을 늘 기억하며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본단다.

소중하고 고마운 내딸아! 엄만 너를 어떤 엄마들 보다 몇 백배 더 사랑 하는거 알지?

서로 표현에 서투르고 쑥스러워 우리 서로 닭살 스럽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너는 엄마 마음을..나는 네 마음을... 잘 아니깐..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행복하고 서로 위하며 살자.

사랑하는 엄마가...

<서귀포시 범환동 김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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