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안녕하세요? 아빠의 큰 딸 정효에요. 피곤한 직장 일에도 언제나 다정하고 멋진 목소리로 사랑의 말을 건네주시는 아빠, 오늘따라 더욱 더 아빠의 목소리가 멋져 보이네요. 아빠께 자주 편지를 써야 하는데도 편지쓰기대회 때문에나 일년에 한두 번 쓰려니 쑥스러워서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빠, 지난밤에 곤히 주무시는 아빠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았어요. ‘부모님 얼굴을 관찰해서 그려오기’숙제 때문이었어요. 아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이마의 깊은 주름살과 새까만 피부 때문에 가슴이 찡했어요. 4계절 내내 군복을 입고 군인들을 직접 가르치시는 일이 무척이나 힘드신가 봐요. 군복차림에 뚱뚱한 몸,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 새까만 피부의 아빠 모습이 친구들에게 창피하게 느껴졌었는데 ....... 아빠께서 힘들게 일을 하신 덕분에 우리 가족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서 죄송해요.

아빠! 제가 어렸을 적엔 몸이 약해서 툭하면 감기, 천식 때문에 아빠를 걱정하게 했었죠. 가끔은 별일도 아닌 일에 투정을 부려서 아빠의 맘을 속상하게 한 일도 많았는데 그 때 마다 아빠만의 사랑과 포근함으로 저의 투정을 감싸주셨죠. 그래서 저는 아빠 딸로 태어나게 된 것이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요. 때로는 술에 잔뜩 취해오신 아빠가 미워서 방문을 잠그고 대화도 하지 않고 아빠께 대들고 까불어도 용서해주시는 아빠. 무뚝뚝하시지만 아빠의 말없는 눈빛에 담긴 사랑이 얼마나 큰지 저는 알아요. 제가 학교에 갈 때도 5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차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시는 아빠, 저의 투정을 말없이 받아주시는 아빠, 제가 아플 때면 자신이 아픈 것처럼 걱정을 많이 하시는 아빠가 있었기에 지금의 건강한 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 동안 아빠께 얼마나 감사하고 고맙고 죄송했는지 몰라요.

“사랑하는 나의 아빠, 정말 고맙습니다.”

아빠가 기대하는 것처럼 몸 튼튼 마음 튼튼한 딸이 돼서 남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값비싼 양복보다도 군복이 더 잘 어울리시는 아빠,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사세요.

2009년 아빠 품처럼 따스한 5월 어느 날에 아빠의 딸 정효 올림

<제주시 일도2동 김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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