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고 여렸을 어머니께
곱고 여렸을 어머니께
  • 강유순 (-)
  • 승인 2009.05.0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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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제가 봐온 엄마의 모습은 머리에 수건 하나 걸치시고, 밭에서 땀 흘려 일하시는 모습 들이였죠. 꾸임 없는 모습이었고, 항상 우리 앞에선 뭐든지 다 해 주실 것만 같은 강한 엄마였습니다. 늘 내 곁에 있으니깐, 난 엄마가 뭐든지 다 해 주는 슈퍼우먼인줄 알았습니다. 항상 웃으시면서 일만 죽어라 하셔도 아픈 곳 하나 없던 엄마. 그렇게 일하시는 엄마를 보았지만 엄마는 힘드시다는 내색 한 번을 내신 적이 없었죠.

화장 끼 없고, 멋이라곤 낼 줄 모르실거 같은 우리 엄마. 어디 한 군데 놀러 가셔서도 집 걱정에 오래 앉아서 있지 못하셨던 엄마의 모습이 제가 기억하는 어릴 때 엄마의 모습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엄마가 허리가 많이 아프셨는지 우시는 걸 봤습니다. 처음 봤습니다. 이제껏 매일 웃기만 하고, 속상해도 한숨으로 고개 돌리시는 엄마였는데, 우시는 거예요. 순간 너무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병원에 다녀오신 후로 엄마가 허리디스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모르게 얼마나 아프셨을지, 얼마나 우셨을지, 얼마나 속상했을지. 

전 엄마를 단지 엄마라고만 생각했나 봅니다. 엄마도 나를 낳으시기 전엔 너무 여린 한 여자였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습니다. 우리가 엄마 힘든 거 보면 놀래고 걱정할까봐 밤새 끙끙 앓고, 그 곱던 손이 이젠 굳은살로 바뀌어 버린 우리엄마가 자식들 안보이게 숨죽여서 아파했을 걸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옵니다. 이렇게 제가 크고, 한사람의 아내이자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모습에 눈물이 맺힙니다. 엄마는 멋을 내실 줄 모르셨던 것이 아니라 그 흔한 화장품 하나 좋은 것이 없었고, 저희들을 키우시느라 노는 법도 잊어버리신 듯 했습니다. 제가 어렸던 그 시절처럼 우리엄마에게도 꿈 많고, 멋 부리기 좋아하던 여고시절이 있으셨을 텐데. 저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반항 이라는 걸 하면서 엄마아빠께 말대답은 물론이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만하는 저를 보시면서 엄마 가슴이 새까맣게 타버렸다고, 나 때문에 많이 우셨노라고 하셨죠. 그런 엄마를 보면서 커온 제가 늘 속을 썩이곤 했죠. 알고 있습니다, 엄마가 그 힘든 일을 해 오신 이유가 자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7남매 때문이라는 것을요.

철이 빨리 들었더라면 그렇게 못된 딸이 되진 않았을 텐데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 가슴에 많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땐 왜 그렇게 마음과 행동이 따로 였는지 모르겠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엄마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도 벌써 입에선 대못이 하나 툭 튀어나와 엄마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더군요. 무심코 던진 그 한 마디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우리 엄마. 그렇게 철없던 제가 시집을 가게 되었을 때 엄마 마음이 어땠을지 그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첫아이를 낳던 날, 병원에서 왠 산모들이 그렇게 소릴 질러대는지, 그저 겁만 나고 걱정만 되던 그때 말없이 내손을 꼭 잡아주셨던 엄마를 보며 참으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엄마가 옆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해지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엄마이기 때문이겠죠. 제게 진통이 오던 순간에도 왜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울지도 않았는지 엄마 모르죠. 내가 아파서 끙끙댈 때마다 뒤에서 나보다 더 아픈 표정으로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 등을 쓸어내리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차마 소리 내어 울 수 없었어요. 그렇게 아이를 낳고나서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아나요. 남편도 아이도 아닌 엄마였어요. 우리엄마, 문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기다리고 있을 엄마가 제일 생각났어요.

그렇게 철없던 제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제 서야 알았네요. 나는 엄마의 뱃속에서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열 달을 컸고, 엄마에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을 주고 태어났다는 것을요. 아이 낳고 나서야 우리 7남매 키우시느라 그 곱던 손이 굳은살이 베이고 단단해졌으며, 검었던 머리에 흰머리도 듬성듬성 보이기 생기기 시작 했다는 것을 알았네요. 저는 참으로 바보 같고, 철없는 자식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너무 죄송 하기만하여 이렇듯 늘 엄마라는 이름을 부를 때면 눈물이 맺힙니다.

전 커오면서 엄마에게 참 으로 많은걸 배웠다는 걸 뒤늦게 알았네요. 엄마의 모습에서 살아가는 지혜와 엄마의 마음을 배웠으며,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았습니다. 엄마가 주신 사랑으로 인해 제가 제 아이들에게도 큰사랑을 줄 수 있었네요.

어머니, 
당신은 이 세상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우며 강하고, 여린 여자입니다. 지나간 시간 모두 보상해 드릴 수 없지만 앞으로 감사하는 마음 간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불러보고 싶은 그 이름입니다. 나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사랑받으며 자랐고, 행복한 사람이란 걸 느꼈습니다.

어머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제주시 일도2동 강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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