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막내에게
사랑하는 막내에게
  • 김민석 (-)
  • 승인 2009.05.03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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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우리가 가족이 된지도 7~8년이 되었구나.

주말이라서 부모님 얼굴이나 보려고 집에 갔더니 빨랫줄에 웬 아이의 내복이 걸려 있더구나.

어머니를 빼고는 남자 셋뿐이었던 가족 그나마도 나랑 둘째는 대학생이 되어서 부모님 두 분밖에 없어서 조용하다 못해 정막이 흐르는 집이었는데 말이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말괄량이처럼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오더니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면서“누구세요?”라고 물어보더구나.

내가 내 집에 왔는데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내 집 문을 열면서 누구냐고 물어보니 순간 황당해서 할 말이 없더구나.

그게 오빠랑 막내하고 첫 만남이었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생긴단다.

그렇게 너는 우리에게 하나뿐이 여동생으로서 한 가족이 되었지.

몇 주가 지난 후에야 네가 왜 우리 집에 올 수 밖에 없었는지 어머니에게 들었단다.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네가 받았을 상처와 앞으로 켜가면서 받을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더구나.

오빠도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고통과 슬픔들을 알기에 똑같지는 않지만 어린나이에 부모님 품이 아닌 다른 사람들 품에서 자라야 하는 너에 처지가 안쓰러웠단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과 고민을 알기나 한 듯이 우리가족에 적응을 잘해주었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는 다 커버린 우리를 대신해 재롱을 부리고 나와 동생에게는 이것저것 말도 많이 걸면서 우리집안에 활력소 역할을 해줬지.

그렇게 몇 년을 한 가족처럼 아니, 처음부터 우리가 한 가족이었던 것처럼 느꼈었는데, 그건 너를 생각하지 않은 오빠 만에 생각이었나 봐. 우리막내에게는 많이 모자랐던 사실을 몰랐었어.

하루는 집에 갔는데 폭풍이 쓰고 지나간 것처럼 싸늘해져있더구나.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네가 학교에 가서 지금 함께 사는 가족은 가짜 엄마, 아빠, 오빠들이라고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족들이 화가 많이 났다고 하더구나.

오빠도 그 말을 듣고 많이 화가 많이 나서 우리막내에게 많이 혼을 냈던 걸로 기억나내.

지금 돌이켜보면 너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닌데 말이다. 어린 너에게 우리가 아무리 잘해주어도 채워줄 수 없는 무엇인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렸던 것 같다.

아무리 가족들이 오빠를 잘 이해하고 도와주어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오빠만이 느끼는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때는 우리막내에 대해서 화난 것보다 네 마음에 상처를 감쌀 수 없는 가족들에게 화났었나보다. 막내야 화내서 많이 미안해.

이것 말고도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쓰려고 하니 잘 써지지 않는구나.

막내야, 시간이 참 빨리 달려가는 것 같지 않니?

네가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된 것 보면 말이야.

요즘 우리막내가 공부보다는 외모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춘기 소녀라서 그런지 어머니와 자주 다투고 집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더구나.

모든 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할 수 밖에 없는 시기에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 온 우리막내는 더 많은 것들이 힘들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오빠는 사춘기 때 남들처럼 걸어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화나서 어머니께 화내기도 하고 울기도 많이 했었어.

그러다 TV에서 오빠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멋진 삶을 살고 계신 모습을 보고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어.

“이미 주어진 환경은 쉽게 바꿀 수 없지만, 내 자신의 모습은 노력한 만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우리막내가 많은 힘들겠지만 오빠랑 함께 노력해보자.

네가 말했잖아,

“오빠랑 함께 아프리카에 가서 우리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이야.

앞으로 우리 더 멋진 날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힘내자!! 막내야 사랑 한다.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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