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⑥] 주민소환 절차 설명회에 강정마을 주민들 관심 후끈

정부 당국과 제주도 간 해군기지에 관한 협약서가 체결되면서, 해군기지 건설이 점점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필자는 벼랑 끝에 내몰린 가운데서도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마지막 분투를 기록하기 위해 강정마을로 들어왔습니다. 혹시 필요할 지도 몰라서  주민의 도움으로 숙소도 마련했지만, 당분간은 집과 강정마을을 오가며 생활하려고 합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달프고도 눈물겨운 소식을 독자들께 전해보고자 합니다.  -필자 주

 

▲ 5월 9일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해군기지저지 대책위 총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김태환지사 소환 절차를 설명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 장태욱
 

5월 9일 다시 주말이다. 마을회장이 이른 아침에 다시 안내방송을 한다. 저녁에 해군기지 저지 주민대책위 총회가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오후 한 시 무렵 대책위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위원장, 사무국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마을회관에 모였다. 저녁에 열릴 대책위 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회의였다.

▲ 임원회의 5월 9일 낮에 마을회관에서 대책위 임원회의가 열렸다. 임원들이 일을 하다가 중단하고 회의에 참석했다. ⓒ 장태욱

저녁 8시 반쯤 되자 총회가 열리는 의례회관에는 대책위 임원들의 바람대로 많은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저녁에 열릴 대책위 총회는 앞으로 두 달 남짓 이어질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해 주민소환의 절차를 설명하고, 주민소환운동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되었다.

주민들에게 주민소환의 개념과 절차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외부에서 손님들이 마을을 찾았다. 지난해부터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를 구성해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저지 투쟁을 함께해온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과 김아연 정책국장이다. 오랜 기간 공동의 목표로 투쟁해온 관계라 두 사람은 이제 주민들과 매우 친숙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특히, 고유기 사무처장은 이번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운동'의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의 청구인 대표자로 서명했다. 고유기 처장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이번 소환운동에 임하는 자신의 각오를 말했다.

"이번 주민소환에 시민단체 활동가로서의 제 모든 명예를 걸었습니다. 저는 이번 주민소환운동이 우야무야 끝난다면 창피해서 더는 시민운동을 하지 못할 겁니다. 이번 주민소환운동을 통해 오만하고 독선적인 도지사에게 우리 주민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보여줘야 합니다. 저나 주민 여러분들이나 함께 최선을 다해서 아름다운 강정마을을 평화로운 곳으로 지켜나가도록 합시다."

▲ 제주참여환경연대 김아연 정책국장 주민들에게 주민소환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 장태욱
 

고유기 처장의 말에 주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고유기 처장의 발언이 끝나자 김아연 정책국장이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주민들에게 주민소환의 개념과 절차를 설명했다.

"어머니들 가게에 가서 물건 사셔서 집에 돌아와 보니 잘못된 물건일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 어떻게 합니까? 가게로 가서 환불을 요구하거나 다른 정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잘 바꿔주나요? 마음씨 좋은 주인은 쉽게 바꿔주겠지만 보통의 경우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합니다."

▲ 주민소환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는 표정이 진지하기만 했다. ⓒ 장태욱
 

김아연 정책국장은 비유를 들어가며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해가 쉬웠는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아연 정책국장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주민소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잘못 구입한 물건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잘못 뽑은 도지사 물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주민소환입니다. 그런데 환불을 요구하면 가게 주인이 까다로운 절차를 내세우는 것처럼, 우리 법도 주민소환에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합니다. 그 첫 번째 절차가 총 유권자의 10퍼센트의 서명을 받아야 소환투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까지는 주민들이 쉽게 이해하는 듯 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나오는 복잡한 개념들이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유권자의 서명을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에 신청해서 선관위에 등록한 자만이 수임인이 되어 서명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수임인이 아닌 자가 서명을 받으러 다닌다면, 이는 서명이 무효가 될 뿐만이 아니라,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임인은 마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임인이 서명을 받는 행위는 곧 선거운동과 마찬가지이므로 공무원이나 이장ㆍ통장, 농축협 직원ㆍ예비군 중대장 등은 수임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기계신 주민여러분들이 많이 수임인으로 등록하셔야합니다."

 

▲ 주민소환절차는 매우 복잡하기만 하다. 이해가 어려운 주민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모습이다. ⓒ 장태욱
 

주민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서명은 뭐고 수임은 뭔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강동균 마을회장이 칠판을 동원하며 설명을 해도 주민들은 주민소환의 까다로운 절차와 어려운 용어들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 젊은이들도 모여 논의를 하며 서로 설명을 주고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수임인은 딴 게 아니라 서명 받으러 다니는 사람입니다. 선거운동하려해도 선거 운동원으로 등록하듯이, 서명 받으러 다니려면 선관위에 등록을 하라는 겁니다."

설명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손을 들고 어르신들에게 자신이 이해한 바를 주민들에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김아연 정책국장의 말대로 물건을 잘못사서 환불을 받으러 해도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환불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잘못 뽑은 일꾼을 소환하는 절차는 이보다 훨씬 까다롭게 때문에 주민소환으로 민의를 반영시키기는 참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신청 용지 회의도 끝나기 전에 테이블에는 이미 수임인 신청 용지가 여러 장 채워져 있었다. ⓒ 장태욱
 

대한민국 최남단 강정마을 정치학교에서 밤을 잊은 주민들이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 토론에 열중하고 있었다. 필자가 나오면서 보니, 벌써 주민들의 인적사항과 서명으로 가득 채워진 수임인 신청용자가 여러 장 수집되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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