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⑧] 주민소환운동 본격화, 주민 참여 예상보다 높아

▲ 12일,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차를 끌고 의례회관에 모여들었다. 이날 주민들은 차를 이용하여 제주도 전역에서 주민소환운동의 정당성을 설명하였다. ⓒ 장태욱

12일 아침부터 모처럼 이슬비가 내리자 때 이른 불볕더위가 잠시 수그러들었다. 오랜만에 내린 비라 제주도 농민들은 이 비가 더위와 함께 가뭄도 해갈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강정마을이 들썩거렸다. 집집마다 트럭과 승용차 한 대씩 몰고 의례회관으로 모여들었다. 트럭마다 해군기지반대, 김태환 지사 소환 등을 적은 현수막을 두르고 있었다. 비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주민들이 제주도 전역을 돌며 주민소환운동의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주민들은 전단지를 챙기고 의례회관을 떠나 동서 양방향으로 길을 떠났다. 주민들을 몇 개의 조로 나눈 다음 제주도를 읍면별로 구분하여 조별로 할당했다. 주민들은 자신이 할당받은 지역에서 저녁까지 도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김태환지사 주민소환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 강정마을 주민들이 조별로 제주도 전역에서 주민소환운동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을 펼쳤다. ⓒ 장태욱
 

필자에게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딸 진주가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아내와 함께 강정마을을 찾았다.

"아빠, 강정마을은 맛있는 강정을 만드는 마을이야?"

"그게 아니라 제주도 다른 마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강이 두 개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야."

 

▲ 체험학습을 신청해서 강정마을을 찾았다. 강정천에 손을 담가보고 있다. ⓒ 장태욱
 

평소 강을 구경해보지 못했던 터라 딸의 눈에는 강정천, 악근천이 신기해 보이기만 했다. 하천천에 손을 담가보기도 했고, 하천에 앉아 노는 오리 몇 마리를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중덕해안, 화회농원을 차례로 구경시켜줬다. 강정의 지질은 안산암질로 되어 있어 검은 다공질 현무암으로 된 제주도의 다른 지역 지형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아빠와 제주도 전역을 누비고 다녔던 터라, 해안가 바위의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마을과 차이가 나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는 눈치다.

 

▲ 악근천에서 진주가 찍은 사진이다. ⓒ 장태욱
 

중덕 해안가에 주민들이 평화를 염원하며 세워놓은 여러 조형물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고, 여기저기 꽂힌 깃발에 적힌 '해군기지 반대'라는 글씨들을 확인해 보기도 했다. 해안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중덕 해안 주변에 밀집한 화훼농원들을 지나면서는 꽃들의 아름다움에 함께 취했다. 아내와 진주는 점심때가 지나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자 제주도 전역에서 홍보활동을 하던 주민들이 마을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이슬비를 맞으며 돌아다녔기에 지치기도 하련만 주민들은 다시 의례회관으로 모여들었다. 주민소환투표 신청 서명을 받을 '수임인'을 모집하기 위함이다.

 

▲ 중덕 해안에서 해군기지 철회를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을 확인했다. ⓒ 장태욱
 

13일 선관위에서 대표자 증명서가 발급되면, 바로 수임인 접수를 시작하게 된다. '김태환 지사 소환운동본부'는 1차로 수임인 1000명 모집 목표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정마을과 인근 법환마을에서 가능한 많은 수임인을 모집해야 한다.

13일 오전 10시 제주도선관위는 이번 주민소환의 청구인 대표자인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에게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했다. 제주도선관위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교부사실 공표>의 내용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30조에 따라 적용되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제27조제1항에서 준용하는「주민투표법」제10조제2항의 규정에 의거 주민소환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사실을 다음과 같이 공표합니다. 2009년  5월 13일'

 

▲ 13일, 선관위에서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에게 주민소환투포 청구 대표인 증명서를 발급했다. 이로써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투표 청구 서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제주의소리
 

선관위가 공표한 문서에는 서명기간이 5월13일부터 6월30일까지라고 명시되어 있다. 주민들은 6월 이내에 제주도 내 전체 유권자 10퍼센트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소환운동본부는 6만 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전체 조직을 총 가동할 계획이다.

한편, 강정마을회는 13일을 기해 강정마을 회장이 서귀포시장으로부터 임명받은 통장직을 비롯하여 전체 반장직에 대한 사직서를 대천동에 제출했다. 선거법에 통장 반장 등은 주민소환투표 신청 서명을 받는 수임인이 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저녁 6시 무렵 제주시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수임인 신청자수가 당초 소환운동본부가 1차 목표치로 잡았던 1000명을 훨씬 초과한 1763명을 등록했다는 것이다.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수임인이 접수하게 된 것이다.

산술적 계산으로는 이 수임인들이 1인당 25명의 서명만 제대로 받아내면 주민투표 요건은 충족된다. 앞으로 더 많은 수임인이 모집된다면 소환운동이 훨씬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소환운동본부의 분위기가 매우 상기되었다.

 

▲ 13일 저녁 강동균 마을회장, 양홍찬 위원장, 윤호경 사무국장 등이 주민소환 서귀포시 운동본부 회의에 참석했다. ⓒ 장태욱
 

저녁 7시가 되자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 해군기지저지 주민대책위 양홍찬 위원장, 윤호경 사무처장 등은 서귀포시 탐라자치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도지사 주민소환 서귀포 운동본부' 2차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서귀포시는 인구가 제주시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강정마을이 속해 있는 도시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귀포시민들에게 이번 주민소환운동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고, 보다 많은 서명을 받아낼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서귀포시를 다시 3~4개의 권역으로 구분하여 상황실을 구성하여 주민들과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는 의견에 합의를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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