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작은손녀 소희예요.

편지가 처음은 아닌데 오랜만이라서 나중에 이 편지를 볼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니까 좀 떨리네요. 일단 그동안 못난 우릴 잘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한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언제나 행복한 순간 만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학교 그만두고 우리끼리만 살 거라고 큰소리 치고 무작정 나가서 철없는 짓 다하고 지쳐서 다시 돌아왔는데 그때 할아버지는 실망보다 반가운 표정으로 맞아 주셨잖아요. 정말 눈물 나려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가출하고 걸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아빠를 상대로 거짓말을 할 정도로 우린 너무 어린아이였어요. 그럼 안 되는데 안 되는 거 알면서도 저희는 나중에라도 사죄하지 않고 지금까지 할아버지 할머니 속이면서 살고 있네요. 못 할 짓 인건 알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앞으로는 할아버지 할머니 속상하게 한 일들, 항상 걱정만 끼쳐드린 점 정말 반성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았고, 많은 걸 배웠고 또 할아버지 할머니가 없어도 우리 홀로 일어설 수 있는 법을 아니까 꼭 걱정하지 않아도 어딜 가든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빠가 못 다 해드린 효도도 해 드릴 거고, 손녀노릇도 정말 잘 할게요.

그러고 보니까 우린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할아버지 할머니 한순간이라도 행복한 웃음 지을 수 있게 할 거예요.

그리고 아빠가 이제까지 준 상처들 용서하시고, 아빠 몫까지 우리가 더 잘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우릴 믿어주세요.

그리고 내가 14살 때 ‘학교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고 아니면 그냥 다녀라 네가 선택해라’라고 하시던 할아버지 말씀 저는 그때 그 말씀이 기회인줄 정말 몰랐어요.

이렇게 후회할 걸 왜 그랬나... 하는 생각도 매일했고 지금 무엇보다 이루고 싶은 꿈이기도 해요 꼭 중,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들어가서 교수가 될 거예요.

노력하는 만큼 돌아온다고 하잖아요. 진짜 노력할게요. 어린 아이 투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미래라고 생각해주세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정말 그 말 이제 이해가요

이제까지 좋은 모습 한 번도 보여드린 적 없고 이렇게 죄송하다는 말뿐 할 말도 없게 되어버렸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직까지 우릴 걱정해주시고, 누구보다 아껴주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제까지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저 정말 못났죠? 워낙에 무뚝뚝하고 이런 말 낮 간지러워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로나마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전 태어나서 한 번도 할아버지 할머니 미워한 적 절대로 없어요. 미안하고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고 날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는 마음만은 언제나 간직하고 있어요. 앞으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남부끄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게요. 나중에 성공해서 결혼도 하고, 가게도 차리고, 증손자손녀 돌봐 줄때까지! 건강하게만 내 옆에 있어주세요. 얼마 전에 할아버지 암 수술도 받으셨는데 신경 못 써 드린 거 죄송해요. 할아버지 할머니 정말정말 사랑하고 감사해요 그리고 꼭 우리가 성공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호강하게 해드릴 때 까지 있어야 해요.

어딜 가든 사랑받는 사람이 될 거라고 약속해요.

FROM. 작은 손녀 소희

(양소희 제주시 건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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