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은 지금 ⑪] 소환운동에 마을은 갈수록 흥겹다

▲ 1인 시위 도청 앞에서 강희웅씨가 일인시위를 하는 동안 시민 한 사람이 찾아와 격려하는 모습이다. ⓒ 장태욱

주말도 아랑곳없이 주민소환투표 청구 서명을 받으러 다니기 바빴던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강희웅씨와 오영자씨가 1인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 도청 앞으로 출발했다.

모든 역량을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명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강정마을 주민들은 1인 시위를 평일 오전까지만 하기로 결정했다. 1인 시위 당번이 그날 주민소환운동본부 제주시 상황실과의 연락을 담당하기도 한다.

주민소환운동본부 제주시 상황실,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자극받아

▲ 제주시청 앞 서명대 제주시 상황실에서 제주시청 앞에 서명대를 설치하여 지나가는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 장태욱

지난 1주일간 접수된 서명인의 집계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소환운동본부 제주시 상황실이 마련된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을 찾았다. 이전과 달리 상황본부에 상주하는 인원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서명 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최소인원만 남기고 모두 거리로 나가자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서명 받는 실적이 날이 다르게 올라가는데, 우리 제주시 상황실 실적이 그에 미치지 못해서 더 분발하기로 했습니다. 서명을 받으러 나간 활동가들에게 무조건 1인당 30명 서명을 할당했습니다. 할당인원을 채우지 못한 활동가들은 사무실로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상황실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의 고백이다. 35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도 상황본부가 강정마을회의 분투를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고백이다. 강정마을회 주민들은 모든 생업을 뒤로한 채 앞뒤 가리지 않고 이 일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후 3시 30분이 되자 주민들이 일손을 놓고 다시 마을회관으로 모여들었다. 다시 조별로 서귀포시 일대에 서명을 받으러 가기 위해서였다. 수임인으로 접수한 190여명의 마을주민 가운데, 90명은 거의 상시 정기적으로 서명을 받으러 간다. 일종의 주력부대인 셈이다.

마을회관에 토마토 한 상자가 도착했다. 이 마을 주민인 고영진씨가 재배한 것인데, 함께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겉모양이 못생긴 비상품을 보내온 것이다. 주민들 틈에 끼어 먹었더니 맛이 기가 막히다. 몇 개 얻어서 필자의 집으로 가져갔더니 아내와 아이들이 더 가져오라고 난리다. 원예작물은 강정마을의 것이 역시 최고다.

서명스타는 할머니들

▲ 토마토 누군가 마을회관에 손수 재배한 싱싱한 토마토를 가져왔다. 생기기는 못생겼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 장태욱
 

처음 서명을 받으러 다니기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어디서 몇 명이라 받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와 고민들이 없지 않았는데 이젠 주민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날마다 자체 집계를 해보면 서명을 잘 받아오는 '스타 선수'들이 탄생한다.

이번 서명 작업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화제의 주인공들은 강정순(64)씨, 오영자(70)씨, 정영희(63)씨 등이다. 이들은 발품을 팔아서 매일 50장 이상의 서명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는데, 더 재미있는 것은 서로 선의의 라이벌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강정순씨의 경우는 모르는 동네에 가서 하루 100여 명의 서명을 받아온 적도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포함한 신상을 공개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강정순씨의 선전이 강정주민들에게 계속 회자되고 있다.

18일이 되자 주민소환운동에 반대하는 활동이나, 주민소환운동을 방해하기 위한 불법행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민소환반대 활동, 서명방해 행위 등 빈번

 

▲ 해군기지 건설 촉구 대회 18일 정오에는 안보보훈단체들이 ‘제주해군기지건설 범도민실천협의회’와 함께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제주해군기지건설촉구 범도민 대회’를 열었다. ⓒ 장태욱

18일 정오에는 안보․보훈단체들이 '제주해군기지건설 범도민실천협의회'와 함께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제주해군기지건설촉구 범도민 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김태환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국가정책사업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의견에 맞지 않는다고 원천 무효화 하려는 이기적, 독선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은 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 서명대를 설치해서 시민들로부터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명을 받고 있었다. 소환운동본부는 해군기지 찬성단체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날 오전 서명대를 철수했다가 집회가 끝난 후에야 다시 서명대를 설치했다.

강택상 제주시장의 주민소환에 대한 부정적 발언도 물의를 빚었다. 강시장은 18일 오후 제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성년의날 기념식에 참여해 축사를 하는 과정에서 "국가적인 시책을 추진하는데 소환이 필요한 거냐, (주민소환) 주민투표하는 데 혈세 20억원이 들어간다"며 주민소환에 부정적 발언을 했다. 제주도는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제주시장은 도지사의 임명을 받는 임명직 시장제로 유지되고 있다.

 

▲ 메시지 의용소방대에서 대원들에게 보내 메시지 ⓒ 장태욱
 

18일 저녁에는 의용소방대원들에게 발송된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메시지는 "주민소환서명에 참여하면 의용소방대를 사퇴해야 하므로 이점 참고하여 자제바람"이라는 내용이다. 

서귀포소방서 직할 의용소방대 총무부장이 지난 15일 오전 8시 27분경 대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의용소방대원들에게 발송된 메시지는 물론 사실에도 맞지 않고 주민소환운동을 방해하는 행위이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해당 사건을 두고 선관위에 고발할지 고심하고 있다.

밤이 늦은 시각, 강정마을회관에 다시 주민들이 모였다. 해군기지저지 주민대책위 임원들이 지난 며칠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명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타인을 의식하기 때문에 서명요구에 잘 응해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몰리는 행사장보다도 골목골목 가가호호 다니며 개개인을 만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조별로 서귀포시 일대 모든 마을을 누비고 다녀야합니다."

새벽 1시 30분까지 이어진 이날 회의에서 난 결론이다. 주민들의 발길이 더 바빠지게만 생겼다.

서명 탄력받고 주민들 마음에는 자신감 가득

 

▲ 서류작업 서명을 받으러 나갈 수임인들에게 매일 해당 서류를 챙겨줘야한다. 서류 작업도 주민들이 해야할 중요한 일들 중 한 가지다. ⓒ 장태욱

19일이 되자, 도민운동본부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여왔다. 청구서명이 제주시내에서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명을 받는 수임인들에게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고, 소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후에 서명 작업을 마친 주민들이 다시 마을회관에 모였다. 갈수록 소환운동이 탄력이 받자 강정마을회 강동균회장의 부인인 정순선씨가 김밥 치킨 소주 등을 싸고 회관으로 찾았다.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회관에 파티와 함께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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