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지사의 진실된 성찰과 자성을 원한다"

굴욕적인 해군기지 건설협약 체결로 촉발된 주민소환운동이 의외의 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식적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10여일 만에 벌써 주민소환 확정을 위한 법적 청구인 수가 절반인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주민소환에 대한 도민들의 참여가 이렇게까지 높을 줄은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주민소환운동본부' 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제주도정에 대한 도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상식에 어긋나는 규정들이 많다.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자와 그 대표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수임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서명을 제출하여 수임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 수임인이 아닌 사람이 서명을 받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일반시민들이 자유롭게 의사표현 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주민소환을 알리는 홍보행위는 더욱 엄격히 제한된다. 왜 이 어려운 주민소환에 나서는 지 설명할 수 있는 어떠한 홍보자료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 정말로 헌신적인 자원봉사자 분들과 생업에 매진해야할 강정마을 주민들이 일일이 도민들을 찾아다니며 입으로 설명하는 것만이 허용될 뿐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수임인으로 참여하는 도민들의 수가 삼천 명 가까이 이르고 있어 주민소환운동은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도민들의 참여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도 유관단체들이 나서서 '주민소환운동'을 부정하고 있다. 한-아세안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주민소환운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주민소환'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제주시장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의 불법적인 방해 행위도 도민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의 우려와는 달리 현재 '도지사주민소환운동'은 너무도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관단체를 동원하여 갈등양상을 부추기는 제주도정의 행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를 빌미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모면해보려는 정치적 술수임을 도민들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주민소환법이 주민소환 청구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 정치적인 절차를 설계함에 있어 정책적으로 실패하거나 무능한 공직자까지도 해임이 가능하도록 하여 ...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 올해 3월 하남시장 주민소환과정에서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이다.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주민투표로 확인된 주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도지사, 유관기관대책회의를 개최하여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을 주민을 압박할 것을 주문하는 제주도정, 합리적인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너무도 쉽게 무시하는 일방적 정책결정, 도의회조차도 안중에 없는 도지사.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현명한 도민들이 판단할 몫’이라는 지사의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사의 진실된 성찰과 자성을 도민들은 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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