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도민공감대-도의회 심의'?..."생각대로 하면 되고~"

특별자치도 특별법 4단계 제도개선과제 정부 제출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정부 입법 형태로 추진되는 이번 개정안에는 도민사회에서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는 영리병원허용, 내국인 카지노 개설 특례 등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6월말로 예정된 개정안의 정부제출 날짜 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김태환 지사와 제주도가 공언해왔던 도민공감대형성을 위한 공론화 절차는 완전히 실종된 셈이다. 더욱이 개정안에 대한 도의회 심의 일정도 아직까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입법 형태를 취함으로서 도의회 심의절차를 회피할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을 제주도가 악용한다는 비판은 이번에도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이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대응 역시 무기력하기만 하다. 불과 며칠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수준으로 내용을 알리고 체결해버린 해군기지 MOU 경우처럼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 공무원-관련기관까지 총동원한 서명이 도민공감대란 말인가?

김태환 도정에게 도민공감대 형성이란 한갓 도민을 현혹하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관계 공무원을 총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농협 등의 기관에 까지 압력을 행사해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찬성서명을 받아내면 내국인카지노 도민 공감대는 만들어지는 것인가. “관광협회가 여론조사도 하면서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고 강변하는 김태환 지사의 말을 듣는 도민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만 갈 뿐이다.

영리병원은 어떠한가. 작년 7월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도민이 더 많다는 사실이 제주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지사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동안 제주도정이 한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여론몰이 행군이었다. 한아세안 정상회담 교육을 명분으로 의료인들의 영리병원 홍보강연을 듣게 하고 피켓 거리행진을 시켰다. 도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 일방적인 내용의 찬성홍보물을 제작하고 광고하는 일에 몰두했다. 정책의 일차 검증 역할을 하는 전문가그룹회의에서 신중한 정책추진을 요청하는 인사들을 다 내쫒고 그 자리에 영리병원에 찬성하는 이해당사자들을 채워 넣었다. 합리적인 토론과 공론화 그리고 사회적 합의 과정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 유리하면 ‘여론조사’- 불리하면 ‘그냥 밀어부치고’

“주요 정책 사업을 단지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영리병원 재추진과 관련한 최근의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환 지사가 한 말이다. 이건 너무 이상하다. 이 말은 작년 7월 영리병원 여론조사를 앞두고 필자가 지사에게 드린 충언이었다. 해군기지, 내국인카지노는 여론조사가 유리하니 이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영리병원은 만만치 않으니 여론조사를 생략하고 그냥 밀어부치겠다는 뜻 아닌가. 이쯤 되면 여론조사라는 것이 참으로 편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의료계가 진실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건강보험당연지정제는 저절로 폐지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1일 취임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의 말이다.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는 불합리한 규제로 폐지해야한다. 그러나 나는 영리병원도입에 찬성한 적이 없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전부터 “의료산업화가 의료선진화”임을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시장 중심의 의료산업화 기조에 발맞춰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여 사실 상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행보를 보여 오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는 좌파 이데올로기이다. 국가는 저소득층의 의료를 책임지고 나머지 계층은 민영보험체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경 회장은 주장한다.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의 의료제도는 망했다”고 탄식한 미국식 의료체계이다. 모 지역 의사회 모임에서 그는 “의료가 블루오션임에도 의료를 경제의 창으로 보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자율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되면, 어려운 의사도 생기겠지만,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이득이 많다.”고 말했다.

# 주민소환 ‘해군기지’ 때문만 아니....독선적 도정운영에 도민들 환멸

영리병원 홍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김태환 지사와 도정 관계자들은 툭하면 지역 출신의 잘나가는 의사나 병원장들을 강사로 초빙한다. 그분들은 영리병원논란의 한쪽 편에 서있는 이해 당사자들일 뿐이다. 어떻게 그런 분들에게만 기대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영리병원허용을 이렇게 기만적으로 추진한단 말인가. 국가의료제도와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따로 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정책논의에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것이 김태환 도정의 행태이다.

제주도 의료관광정책사업의 실무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영리병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거라는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 사실 영리병원 허용과는 무관하게 구체적인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따름이다. 의료관광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서서히 키워나가야 한다.”고 신중한 의견을 피력했다.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장밋빛 환상만을 가지고 당장이라도 의료관광객이 밀려오고 대형의료기관이 들어올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김태환 지사와 도정 관계자들이 새겨들어야할 대목들이다. 주민소환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도민들의 열기가 높은 이면에는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는 안 돼’라는 뜻에 동의하는 도민들뿐만 아니라 이처럼 일방적인 카지노, 영리병원 등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정책추진에 환멸을 느낀 도민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할 것이다.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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