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사 경제보고서] 시장흐름에 충실한 경제를 만들자
지난 IMF 경제위기 시절을 온 몸으로 막아냈던 불굴의 용사여서 인지, 아니면 관광특수 덕에 제주경제 성적이 타 지자체에 비해 양호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작년보다 훨씬 덜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금융자본주의 몰락, 미국발 금융위기, 사상 유래 없는 세계 경제침체, 2/4분기 한국경제 마이너스 성장, 환율불안· 원자재· 국제곡물· 국제원유 등의 상승,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공존· 기대인플레이션· 더블 딥 등이 눈앞에 놓여있는 처지이고 보면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초연할 상황은 더 더욱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복잡하고 어려워만 보이는 용어와 개념, 이론들은 차지하고 경기가 바닥을 쳤는지 아직 바닥이 아니라면 언제쯤 바닥을 칠 건지, 이 위기상황이 언제까지 갈 건지, 언제 쯤 경기가 좋아질 건지 등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것이다.
현 경제상황을 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각자 나타난 경제지표와 경기선행지수 등 각종 시그널을 자신의 툴로 분석하여 성장률 악화로 보기도 하고, 회복 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경제 회복에 대한 전망도 V, U, 나이키 커브형(역J형), 바나나형, L자형, W자형 등 시각이 다양하다. 지난 1월 IMF전망 때만 하더라도 'V'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차츰 진행되면서 대부분 'U'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시각으로 바뀌었다. 일부 비관론자들 사이에선 침체 국면이 멈췄다 하더라도 이 상황이 오래갈 것이라는 'L'자형과 일본처럼 장기침체를 예고하는 'W'자형 시각도 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은 “경기하강이 거의 끝났다” 라며 ‘국내 경기 하강이 멈췄음’을 공식 선언했다. 이어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아침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 경제가 터널 끝에 희미하나마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면서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국제원유가격 상승,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불안, 유동성문제 등 새로운 변수들이 부각돼 상승예측이 불확실해지고 있다. 즉 앞으로 우리 경제가 개선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하지만 상·하방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선 물가만 하더라도 공식 통계로는 국내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나, 실제 ‘장바구니’로 느껴지는 물가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식료품 등 일부 주요생필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두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임박해 가계 주름살이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들어 음식료, 주류, 외식업계에서 두자리수 가격 인상이 잇따랐고 의약품, 세제, 중고생 참고서, 수입화장품, 카메라, 자전거, MP3플레이어 등 생활 물가 전반이 뛰었으며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음식료 업체들이 추가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원자재값의 상승도 만만치 않은 복병이다. 만일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앞서 원자재값이 임계치를 뛰어넘는다면, 경기는 그야말로 ‘이중침체’(더블 딥)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최근 경기 회복세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소득(富) 양극화 문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시가구)의 경우 2008년 0.325로 사상 최악이었고 올해에는 실업,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 영향 등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지니계수가 0.35 이상이면 소득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우리나라의 0.325는 상당히 불평등한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 한다. 정부관계자 역시 '향후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는 실정이다.
북한문제와 불안정한 정국도 경제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도내에서도 지역 나름의 대외요인이나 경제 외적 요소들이 많아 3분기에 이런 요인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경기회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나이키 커브형이든 바나나형이든 꼬리를 치켜 올리게 하는 건 정부, 기업, 가계의 경제 3주체 몫이다. 즉 시장이 막힘없이 잘 돌아가야 경제가 살아나며 시장이 잘 돌아가려면 정부, 기업, 가계의 경제 3주체가 각기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오버하지도 말고, 방관하지도 말고, 외부에 떠 넘지 말고 모두 다 시장의 흐름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경기회복과 경제활성화의 열매가 도민 모두에게 내실화될 수가 있는 것이다. 경제에 집중하자. / 진관훈(경제학박사,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 전략산업기획단 선임연구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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