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불허' 강경 방침, 도지사 한 마디에 '도루묵' 될 위기
'한시 허용' 각서도 무용지물...형평성 논란-행정 '갈팡질팡'

시민과 관광객들의 휴식공간인 제주시 탑동해변이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일부 노점상들의 불법 영업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제주자치도와 제주시가 올 여름에도 탑동 일대의 특정 노점상들에게 한시적 영업행위를 다시 허용할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행정이 일관성을 잃고 ‘갈팡질팡’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지난해 여름에도 탑동 이마트와 라마다호텔 북쪽 인근 도로를 불법 점용한채 차량을 이용해 음식점 야간노점을 운영한 노점상인 6명(6개 노점상)과 ‘합의각서’를 쓰고 2008년에 한해 여름철 노점행위를 묵인,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제주시 탑동 해안변 불법 노점상들에 대한 영업허용을 제주도와 제주시가 올해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의소리 DB
당시 제주시는 이들 노점상 6명으로부터 △여름철 7월10일~9월10일까지 2개월 간 한시적 영업 △현재 6명 외 추가 노점상 영업금지 △영업시간은 밤8시부터 익일 새벽3시까지 하고 월요일은 휴업 △주변 청결.질서 유지 △탑동 해안변 주요행사 지장 초래할 경우 행정당국에 지시에 적극 협조할 것과, 여기에다 향후 △가급적 개인부지 등을 이용해 적법하게 영업하겠다는 사실상 ‘불법영업’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 총 6개 항목을 담은 각서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각서는 행정이 올해도 다시 허용 쪽으로 갈팡질팡 하면서 ‘무용지물’이 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일선의 담당 공무원이 아니라 행정 최고 책임자인 도지사나 시장의 무원칙한 ‘고무줄’ 행정에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행정은 지난 1988년에도 탑동 해안 매립지 일대에 있던 20여개의 노점상을 관광지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용담동 해안도로 노점상 허용구역으로 이설했다가, 다시 1990년에는 탑동광장을 노점상 영업 잠정 허용구역으로 지정해 영업을 묵인했지만 노점상이 기하급수로 늘어나자 다시 1997년에는 노점상 강제철거를 시도, 2001년 완전 철거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노점 상인들과 큰 마찰을 빚는 등 무원칙으로 얼룩져 왔다.

현재 영업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6명의 노점 상인들도 약 20년간 이런 식으로 탑동일대에서 노점을 운영해온 상인들로서, 현재 탑동 이마트와 라마다 호텔 북쪽 해안도로변에서 지난 2005년부터 여름철마다 소위 ‘포장마차’를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 9일 이들 탑동 노점상인 6명은 여름철을 맞아 다시 탑동 해안도로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며 제주시청을 찾아 현재 도로변에 설치된 대형 돌화분을 철거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담당공무원들은 “더 이상의 불법 도로점용과 영업행위는 허용할 수 없다”고 원칙을 고수했다. 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이들의 요구도 “더 이상의 불법 영업은 안된다”면서 일축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노점상인들이 시장 면담이 성사되지 않자 김태환 지사를 찾아 도청을 향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9일 김 지사를 찾아 느닷없이 도청을 방문한 노점상인들은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강하게 영업허용을 요구했고, 지사는 이들에게 ‘검토’를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날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여름 한철 생계유지를 위해 이들에게 영업을 허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 12일 서귀포시청에서 열린 감귤전략보고회에서도 읍면장들에게 민원행정의 적극성을 요구는 사례로 탑동 노점 상인들의 예를 꼽으며 영업허용 쪽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이 같은 압력(?)을 이기지 못한 강택상 시장은 13일 오후 이들 상인대표들과 급기야 면담을 갖기에 이르렀다. 면담 결과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상인들은 올해도 이번 여름만 하면 내년부턴 다른 데로 가겠다며 영업허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은 어렵다는 뜻을 전했지만 검토해서 이번 주 내로 결론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탑동해변을 특정 소수 상인들의 불법 영업장으로 묵인해주는 일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며 강경 방침을 밝혔다가 최근 김 지사의 몇 차례 언급이 있은 후에는 “경제도 어려운데 이들의 영업을 막는다는게…”라며 한시적 허용을 검토할 뜻을 시사했다.

여름철 야간 볼거리와 먹을거리 제공 취지로 탑동 해변에서의 노점상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행정이 노점상들과 ‘각서’까지 주고받으며 사실상 이들 6명의 노점상에 한해 ‘기득권’과 특혜를 부여해주는 말도 안되는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