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제주해군기지 갈등 점점 ‘파국’…“道, 소통한다더니”

‘소통 전도사’로 낙점된 양조훈 신임 제주자치도 환경부지사가 22일 오전 11시 취임한다.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 할 그의 취임식을 앞두고 도민사회 정서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도민 사회, 의회, 시민사회 진영 등과의 ‘소통’ 역할을 담당할 양조훈 신임 환경부지사에 대해 도의회가 ‘적합’ 결정을 내린 21일, 제주해군기지 찬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강정마을에선 강동균 마을회장 등 주민 3명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의회에선 영리병원 등 갈등사안들이 일사천리로 의회동의를 얻으면서 의원과 NGO 회원들간 욕설.몸싸움 등으로 의회가 한순간 아수라장이 되는 등 도민사회 갈등 상황이 해소되기는 커녕 갈수록 우려할만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 양조훈 제주도 환경부지사가 21일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DB
특히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첨예한 도민사회의 갈등해소에 최우선적 역할을 자임한 양조훈 예정자가 환경부지사로 의회 동의를 얻은 첫날부터 해군기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등 제주도정이 '공언'한 소통노력에 대한 진성성이 출발선에서부터 의심 받는 형국이다. 

우려의 여론은 이날 해군측이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사업부지 경계지 분할토지에 대한 경계측량 강행 과정에서 서귀포 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주민 2명을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강제 연행하는 등 ‘과잉대응’한데 따른 것이다.

물론 주민들에 대한 실력행사는 경찰이 악역(?)을 맡았지만 해군의 경계측량 강행과 공권력 동원 요청,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충돌 가능성 등을 누구보다도 뻔히 알았을 법한 제주도정이 이날 파국사태를 그냥 놔 뒀다는 것은 소통의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올해 초 언론에 공개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지난해 9월 메모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해군기지 유관기관 회의록' 내용이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시 제주도.해군.서귀포시.국가정보원.제주지방경찰청 등의 기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해군기지 반대측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이나 인신 구속 등이 거론됐었다.

특히 당시 제주도 환경부지사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가야 한다"면서 "해군 주도로 공세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강정마을 주민 분열에 대해서도 "분열은 좋은 상황"이라면서 "공세적 법집행이 필요하다"며 강경대응을 주문했던 것과 지금의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 당시 제주도 부지사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가야 한다"면서 "해군 주도로 공세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강정마을 주민 분열에 대해서도 "분열은 좋은 상황"이라면서 "공세적 법집행이 필요하다"며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사진출처=지난 1월19일 제주 kbs뉴스 캡쳐ⓒ제주의소리 DB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서귀포서로 이송됐던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연행된 주민들은 21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검사지휘를 받았다. 밤새 강정주민들은 제주동부서에서 강 회장의 연행에 항의하며 뜬눈으로 밤을 보내다 자정을 넘겨서야 경찰이 강 회장을 제외한 연행 주민 2명을 훈방조치 하면서 마을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쪽에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강동균 회장에 대한 ‘구속’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 정부와 제주도정이 공권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강공 드라이브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22일) 오전 11시 취임식을 갖는 양조훈 환경부지사의 행보에 도민사회가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해군기지.영리병원 등 민감한 지역현안에 대한 소신이 없다” “맞춤식 부지사 아니냐” “벌써부터 휘둘리는 모습이다” 등의 아픈(?) 평가를 받았다. 

▲ 김봉현 기자 ⓒ제주의소리
양 부지사가 27년 간 일선 기자로 뛸 때 그는 제주사회 전반의 부조리에 대해 직설화법으로 비판하는 주목받은 '언론인'이었던 것에 반해 인사청문회 특위 의원들조차 경과보고서에서 “민감한 지역현안에 대해 과거 언론인으로 보였던 소신과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발언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쓴 소리까지 제기했다. 아마도 언론인으로서의 경험과 NGO 및 정부위원회 소속 공직자 경험을 통틀어 그에겐 가장 따가운 질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양조훈 환경부지사에 대한 이런저런 지적들은 도민간 대립과 갈등을 풀어내고 진정한 소통의 역량을 발휘하라는 도민사회의 준엄한 목소리임을 양 부지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터다.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해결의 단초를 제시하고,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내 50년 제주도민의 한을 푸는 주춧돌 역할을 했던 그에게 지금 제주사회는 전대미문의 갈등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민사회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 등 제주사회 갈등 해소에 눈과 귀를 '열고' 최선을 다해 발 벗고 나서라고 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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