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제주의힘(1) 현승탁 제주상공회의소 회장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된 지 7년,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3년이 됐지만 발전의 속도는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제주사회는 지난 10년간 ‘특별함’을 찾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외부의 여건(제도변화)에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제주사회는 내적으로는 발전의 속도와 내용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으며,외적으로는 ‘1%’의 한계에 갇혀 중앙정부에만 매달리는 형국도 노출되고 있다. 제주상공회의소가 오는 11월 막을 올릴 ‘글로벌 제주상공인 대회’는 지금까지 우리가 말로만 해왔던 ‘100만 제주인’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 역량을 모아나가는 창구가 될 전망이다. <제주의소리>는 글로벌 제주상공인 대회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세계시장을 향해 뛰고 있는 제주출신 경제인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상을 전하고, 제주발전을 위한 충언과 다양한 제언들을 듣는다. / 편집자 주
 

 

 

▲ 제주상공회의소 현승탁 회장 ⓒ이미리 기자
오는 11월 ‘글로벌 제주 상공인대회’를 개최하는 현승탁 제주상공회의소 회장은 “지금까지 제주발전에 도움을 준 재외도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국제자유도시로 나가는데 100만 제주인의 지혜를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은 3일 <제주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서울을 비롯한 국내, 그리고 일본과 미국 등 재외 출신 제주인들의 좋은 두뇌와 경제력을 합쳐, 우리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네크워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 취지를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 회장은 “지금까지 제주는 모든 분야에서 전국 대비 ‘1%’로, 이 ‘1%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비록 우리 제주가 인구가 적고 경제력도 미약하지만, 국내외에 있는 유능한 제주출신들의 지혜를 맞대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글로벌 제주상공인 대회가 1%의 벽을 깨는 첫 출발임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에 명실상부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제주출신 국내외 주요인사 대부분을 초청해 100만 제주인의 실체를 확인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뜻도 피력했다.

특히 이번 1회 대회는 지금까지 제주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 재일교포 사회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가 제주와 재외에 있는 경제인들을 하나로 묶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는 창구로 발전시켜 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다음은 현승탁 회장과 일문일답 내용.

 - 글로벌 제주상공인 대회가 제주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리다.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두 가지다. 하나는 먼저 그동안 우리 제주가 밖에 나가 있는, 특히 일본에 있는 제주출신 교포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그에 대해 고맙다는,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는데 소홀해 왔다는 자기 성찰이 있었다. 그래서 비록 늦었지만 제주발전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도외 제주출신 인사들을 초청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자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는 제주가 2002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된 지 7년, 그리고 특별자치도로 출범한지 이제 3년이 넘었다. 그러나 우리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나 특별자치도란 이름에 걸맞게끔 되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우리 도민들의 솔직한 평가다. 우리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에 걸맞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제주에 있는 도민들뿐만 아니라, 서울 등 국내, 그리고 일본과 미국 등 국외에 있는 모든 제주인들이 좋은 두뇌와 경제력을 합쳐,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이미리 기자
 - 대회운영은 어떻게 되나, 그리고 참가자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11월27~29일 2박3일 동안 제주에서 열리게 된다. 대회규모는 대략 600명 정도를 계획 중이다. 재외 제주상공인들 300명, 그리고 이곳에 있는 상공인 300명 등 모두 600명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가 될 것이다.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일본을 비롯한 국외에서 대략 100명, 그리고 서울과 부산 등 국내에서 200명 등 300명가량이 제주에 올 것이다.”

 - 세계한상대회를 생각나게 한다. 한상대회는 전국 단위의 대회인 반면, 제상(제주상공인)대회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회로 광역자치단체 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돼 고향출신 국내외 상공인들의 대회를 여는 것은 제주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맞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제상대회와 같은 성격의 행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제주가 처음인 셈이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현실이 긴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매년 열리게 될 것이고, 이게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상공인대회가 아닌 세계제주인대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 국내외에서 많은 제주출신 상공인들이 참여하게 되면 그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인데, 어떻게 되나.

“우선 몇 가지 원칙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이 행사는 전액 제주상공회의소 예산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대회가 갖는 취지와 순수성을 위해서도 자치단체로부터 예산지원은 받지 않는다. 힘들지만, 또 제주상의가 이런 대회를 치를 만큼 풍족한 예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주상의 힘으로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오고 가시는 교통비만 부담하도록 하고, 제주에서 보내는 2박3일 일정의 모든 체재비는 제주상의가 부담할 것이다. 호텔 숙박비와 식사비 일체를 상의가 부담할 것이다. 비용이 부담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재일교포들이 지난 수십년간 고향에 베풀어준 은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분들에게 비행기표까지 전부 대 주고 고향에서 모처럼 편히 쉬고 가시하고 하지 못하는 게 미안하다. 우리는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쉽게 잊어서는 안된다. 비록 이제는 대부분이 돌아가신 (재일교포) 1세대 선배들에게는 못해드렸지만, 지금이라도 2세, 3세, 4세들에게라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 지금까지 우리는 흔히 ‘100만 제주인’이라고 이야기 해 왔지만 그 실체를 확인해 본 적이 없다. 기껏 해봐야 한라문화제 때 재외 제주도민총연합회 임원단을 초청하거나, 자녀들을 초청해 향토학교를 여는 게 고작이었다. 재외 제주인을 대표하는 상공인만 300명이 참여한다면 이번 제상대회가 명실상부 100만 제주인 시대를 여는 서막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봐도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제주는 전국대비 모은 것이 ‘1%’였다. 예산이나 뭐나 모든 분야에서 ‘1% 벽’을 넘어서질 못했다. 하지만 제주인을 차분히 살펴보면 우리가 그렇게 제주를 돌아보면 우리가 사람이 없지만은 않다. 숫자는 적지만 그렇다고 그 내용까지 빈약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만 봐도 현 정부에서 김인종 경호처장,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제주출신이다. 유인촌 문광부 장관은 사위다. 전 정부에서도 강금실 전 법부장관은 제주 딸이고,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도 제주 사위다. 현재 이른바 고위공무원단에만 제주출신이 20여명이 있다. 그리고 경제계에선 10대 재벌기업에만도 이사 이상 임원급만도 50~60명이 있다. 현명관 삼성물산 고문에서부터 김창희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 강문창 두산그룹 부회장 등 경제계에서 성장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이런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질 못했다. 글로벌 제주상공인 대회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아직 첫 대회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다소 섣부르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감히 100만 제주인 시대를 여는 주춧돌이 되고자 한다.”

 

▲ 제주상공회의소 현승탁 회장 ⓒ이미리 기자
- 이번 7월27일-31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성과가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일본 방문 성과를 평가해 달라.

 

“사실 일본에 가려고 준비했을 때만 해도 ‘혹 우리의 뜻을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제주에서 누가 간다고 하면 재일교포 사회 일각에선 ‘이번엔 무슨 이유로 손을 내밀려 왔나’하는 이야기들이 나도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왕왕 그래왔고, 또 그 결과도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4박5일 동경과 오사카에서 제주도민협회와 상공인회를 중심으로 한 인사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쌓였던 섭섭한 감정을 풀기 위해, 또 이번 대회의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예를 갖추고 우리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의 생각이지만 우리의 진심이 결국은 통했다고 본다. 첫 만남의 악수는 다소 어색했지만 해어질 때는 우리 모두 포옹했고, 아쉬워했다. 동경에선 고부인 제주은행 이사에서부터, 오찬익 관서도민회 고문, 김광일 동경한국상공회의소 회장, 고상홍 관동도민회장 등 임원단이 적극적인 참여로 대회 성공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오사카에서도 관서도민회 고영관 회장을 비롯한 도민회 임원단, 홍성인 민단중앙본부 감찰위원장, 이정림 전 관서흥운 이사장 등도 글로벌 제상대회 준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재일교포 선배들은 그들의 고향에 배 풀기만 했다. 우리가 그에 대한 고마움을 1세대에게는 못했지만 2세, 3세, 그리고 4세대에까지 관심을 갖고 따뜻한 고향의 정을 느끼고,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몫임을 느꼈다.”

- 그동안 재일동포들이 고향 제주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으면서도 그에 대한 감사의 평가를 받지 못한데 대한 섭섭함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던 같다. 그런데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가 그런 섭섭함을 풀고 고향발전을 위해 함께 하자고 제안했던 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다’라고 확신은 못하지만 ‘그런것 같다’는 느낌은 받았다. 과거 우리가 못 먹고 못살 때 제일교포는 제주 발전의 한 축이었다. 이제는 생명산업으로 발전한 감귤을 가져 온 게 그들이었고, 70년대 새마을운동당시 고향마을에 전기를 넣어주고, 도로를 넓히는 데 돈을 지원한 분 역시 그들이었다. 가깝게는 제주시종합경기장에서부터,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은행 증좌, 제주대학 발전기금 등 그들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재일교포분들 중에는 일본에서 크게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번 분들도 계시지만, 어쩌면 우리들보다 못하는 분들도 아직도 있다. 그런 분들까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우리는 가슴속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그 분들의 정성을 다 갚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이라도 도민사회가 그들에게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일본에 앞서 서울에서도 제주출신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설명회를 가졌는데 역시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의 반응은 한마디로 ‘왜 이런 모임을 이제야 갖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한 게 너무나 잘한 결정’이란에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지난달 20일 첫 설명회에는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20여명이 참석했는데 그야말로 내로라 한 제주출신 경제인들이 참석했다. 강태선 블랙야크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희철 토펙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강석희 CJ CGV 대표이사,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강희중 강병원 원장, 현병훈 골드파로스 대표이사, 고봉은 코어케스트 대표이사, 양인수 테크로 대표이사 등 많은 분들이 참석했고, 또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돕고 참여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서울 모임에서는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는데는 시간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으나 앞으로 각 지역별, 또는 동문회별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많은 경제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나갈 방침이다.”

- 글로벌 제주 상공인대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어떤 도움들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무엇을 염두에 둔 다는 자체가 좀 그렇긴 하지만, 예를 들자면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설명회 참석한 제주출신 CEO들이 직접 꺼낸 이야기다. 서울에 있는 오너나 CEO 10명이 제주출신 대학생 한해에 10명씩만 취업시킨다고 하면 100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게 된다. 50명이 5명씩만 고용해 준다고 해도 250명이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셈이 된다. 또 대회를 통해 제주상품을 소개하고, 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도 만들어지리라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한다.”

 - 앞으로의 일정은 어떤가?

“ 8월말에 제상대회 조직위를 출범시킬 것이다. 조직위는 제주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서울과 국내 각 지역, 그리고 일본과 국외 제주출신 상공인 100명가량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직위가 출범하게 되면 조직위원들을 중심으로 제상대회에 참석할 분들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고향제주 발전에 함께 해 줄 것을 정중하게 초청할 계획이다. 조직위가 출범한 후 조직위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서울 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여나가게 될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알찬대회 행사를 위해서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를 하겠다. 제주가 하나 됨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

- 이번 대회를 치르자만 제주상의뿐만 아니라 지역에 있는 상공인들과 도민들의 성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을 해 달라.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를 제주상의가 중심이 되지만 우리는 이를 ‘제주상의 행사’로만 보려고 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늦었지만 상의가 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 제주상의 역시 제주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행사는 제주도민 전체의 행사로 도민들께서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 우리 상공회의소에서 많은 준비를 하겠지만 역시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도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정성이 모아지는 게 절대적이다. 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도움을 부탁드린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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