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도민 공론화 이제 시작일 뿐

제주특별자치도의 일방적 영리병원 정책 추진이 예정된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 지난 7월14일 제주도청의 특별자치과는 ‘관광특례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미 20일간 행정부서와 도민, 업계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고 8월 5일 밝혔다.

예고된 입법안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헬스케어타운' 이외에 ‘5개 관광단지와 17개 관광지에 영리병원설립을 허용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영리병원설립 허용 지역을 제주도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조례개정안인 것이다.

제주도의 주장은 이렇다. 현재의 조례에서는 관광단지에만 특별법에 따른 의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으나 ‘제주의 핵심 산업인 교육, 의료산업을 육성하기위해 (17개에 달하는) 주요 관광지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른 의료기관은 현재로서는 '외국영리병원'을 뜻한다. 문제는 왜 이 시점에서 이미 사장된 외국영리병원 설립 허용 조례를 개정하려하느냐는 점이다. 이미 인천 등 전국의 주요 경제특구에서 조차 유치노력을 포기한 외국영리병원인데 말이다. 전재희 복지부장관의 말을 빌리면 “장사가 안 될 것 같으니까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는 외국영리병원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제주도정의 치밀하고 교묘한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바로 지난 달 도의회 심의에서 도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졸속으로 통과된 4단계 제도개선과제 국내영리병원 설립 허용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4단계 제도개선안이 원안대로 받아들여져서 제주특별법이 개정된다면 그 자체로 별도의 조례개정 없이 제주도내 23개 관광단지 및 관광지(사실 상 제주도 전지역)에는 어디든지 국내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언론에서 분석하듯 제주도가 한편에서는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허용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그런 영리병원이 들어설 지역까지 미리 확대해두려는 의도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김태환 제주도정은 계속해서 말을 바꿔왔다. 처음에는 “헬스케어타운에 한해 영리병원설립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제2 관광단지 개발예정지를 추가로 의료특구로 지정해 영리병원설립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4단계 제도개선에 ‘도지사가 의료특구를 지정할 수 있다’는 권한을 명시하여 그 근거를 마련하고 조례를 통해 이들 지역에 영리병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바로 이 조례를 이번에 미리 입법예고한 것이다.

바로 지난 달, 공론화 과정도 없이, 도민들의 반대를 무시된 채 영리병원설립허용 추진 안이 도의회를 통과하였다. 그 이후 지사는 물론 제주도정 핵심 관계자들은 도민들과의 공론 절차는 이제 필요 없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공영방송의 토론도 회피했다. 서로 내 소관이 아니라고 미루고 도망간다.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영리병원을 찬양하던 당국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했더니 소리 소문 없이 여론수렴을 했다 하면서 내용 조차 금시초문인 이런 조례 개정안을 불쑥 내밀고 있는 것이다.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도민공론화 과정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 시작이다. 김태환 지사의 주민소환운동도 그 과정 중 하나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건강권지키기운동'이 제주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국회에서의 논의는 더욱 치열할 것이다. 도의회 심의 결과만을 믿는다면 그것은 김태환 제주도정의 큰 오산이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여론몰이, 도의회 의안 제출과정의 편법, 초등학교 학급회의보다 못한 도의회의 의안심의와 의결 과정이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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