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주민소환 , 이제 그 시작일 뿐!
치밀하게 계산된 '투표전략'-언론들의 '침묵의 카르텔'

▲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통일을 위해 한 평행을 헌신해 왔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3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행동하는 양심'을 외쳐온 김 전 대통령이 지금 제주에 온다면 무슨 말을 할까?

애초에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 경기 하남시에서도 그랬다. 행정권력의 부당함에 맞서는 주민들의 소환운동을 무력화하는데 이미 상당한 효과가 검증된 전략이다. 최대한 ‘논란을 회피할 것’, ‘정당한 정책추진의 희생양으로 선전할 것’, ‘민생을 살피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 아마도 소환정국에 임하는 김태환 도지사의 주민투표 전략은 이러하지 않나 싶다.

적어도 당당하기를 도민들은 바랐다. “매 사안마다 도민의 심판을 받을 각오로 도정을 이끌고 왔다.”는 지사의 말처럼 억울한 자신의 입장을 진솔하게 주장해주기를 원했다. 소환을 추진하는 주민들 역시 참담한 심정이라 하지 않았는가. 이렇게라도 해야 지사가 조금이라도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변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가졌었다.

치밀하게 계산된 최선의 선거전략

사실 소환투표에 대한 ‘무대응 ,회피전략’은 지사의 입장에서는 치밀하게 계산된 최고의 선거 전략이다. 여러 후보가 지지자를 조직하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최근의 선거에서조차 30%대의 투표율을 찾아보기 힘들 지 않은가. 투표율이 33.4%에 미달하여 주민소환 자체가 무산되도록 하는 것이 소환투표에서 지사가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만 하다.

 “대결보다는 화합과 도민통합을 위해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포기한다.”는 지사의 말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도민들의 몫일 지 모른다. 하지만 TV방송 토론회 참여거부에 그치지 않고 공개 연설회도 불참하는 지경에 이르고 보면 위의 선거 전략이 얼마나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정책적 논란 사항이 방송을 한번 타고 언론에 한 번 더 노출되는 것이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리라. 정책추진의 진성성을 호소하고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받기 보다는 법의 맹점에만 안주하는 정략적, 편의적 태도라는 비판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침묵의 카르텔’ --- 균형감각?

행정 권력의 힘은 막강하다. 불과 한 두 달 새 30만에 가까운 내국인 도박장 찬성 서명을 받아내는 조직력을 자랑한다. 도민의 뜻에 따라 포기한 영리병원에 대한 여론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찬성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주민소환 투표불참을 종용하는 관건선거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언론은 ‘침묵의 카르텔’로 화답한다. 현직도지사 소환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관련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도민의 힘으로 민주언론으로 다시 일어섰다는 어느 유력일간지는 오히려 더 심하다. 주민투표발의가 이루어진 날조차 관련기사는 3면으로 밀려나는 찬밥신세다. 이를 두고 찬 반 양측을 고려하는 균형 감각이라고 자평하는 언론인도 있다.

주민소환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주민소환 운동의 옳고 그름이 도민들의 심판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말한다. “결과에 승복하고, 모든 논란이 종식되어야 한다.”고 김태환 지사도 힘을 준다. 과연 그런가. 갈등으로 고통 받는 제주사회가, 도민들 사이가 단지 주민투표 한번으로 참된 편과 거짓된 편이 판명난다고 보는 것인가. 정책에 대한 검증과 공론화는 철저히 회피하고 편법에 안주하면서 주장하는 이런 압박 역시 또 다른 독선과 도민에 대한 오만은 아닌가. 

지난 5월 이후 주민소환 운동은 불가능해보였던 많은 기적들을 만들어 오고 있다. 이를 두고 주민자치의 새로운 역사라 했다. 현명한 도민들의 조용하고도 분명한 명예혁명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현직 도지사 주민소환이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은 제주사회가 가야할 옳은 길이 무엇인 지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청년 김대중이 살아온다면 독선적 행정 권력에 맞서라 할 것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하였다. 행동하는 양심은 결연한 의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은 행동, 하다못해 골목길 벽을 향해 위정자 욕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지금의 그것은 바로 주민투표에 참여하여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닐까.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지금 이 순간 제주에 청년 김대중이 살아온다면 부당한 행정 권력에 단호히 맞서라 할 것이라 믿는다. “정치초년병이었던 제게 정치인이 지녀야할 덕목에 대해 일러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하는 지사에게 DJ의 생명과도 같은 유지, ‘민주주의’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라도 주민소환은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 바람에 쓰러지는 민초지만 끝내 일어나 대지를 덮지 않는가. 진정한 주민자치를 바라는 도민들의 열망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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