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힘 (4)현대차그룹 김창희 엠코 부회장
평사원 25년만에 최고 CEO 등극...'지방' 핸디캡 극복한 '입지전적 인물'

 

▲ 제주, 제주대 출신이라는 두 가지 핸디캡을 극복하고 국내 최대기업이라할 현대차동차그룹 부회장에 우뚝선 김창희 (주) 엠코 대표이사 부회장. ⓒ제주의소리
‘도전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김창희(56) 현대자동차그룹 (주)엠코 대표이사 부회장이 항상 마음 속에 담아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의미를 되새기는 좌우명이다. 회사 직원들은 물론, 평소 아는 후배들을 만나면 자주 꺼내는 화두다. 언뜻 봐서는 식상하지만, 그에겐 회사 경영은 물론 인생의 모든 게 게 담겨져 있다는 게 지론이다.
대한민국이 50여년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경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힘의 원천, 싸구려 자동차나 만들어 내던 현대자동차가 올 상반기 마침내 미국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당당히 세계 4위 자동차 메이커에 올라선 것도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특히 제주인으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명문대 출신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그가 영업 세일즈맨에서 출발해 25년만에 정상에 우뚝 서는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 ‘도전(挑戰)’ 뿐이었다. 그에게 “성공의 자산(資産)이 뭐냐”고 물었더니 대뜸 ‘도전정신’이라고 답한다. 다음 질문을 미처 생각해 내기도 전에 나온 너무나도 짧은 대답이었다. 조직에서 남들보다 한발이라도 먼저 앞설 화려한 학벌이 있나, 그렇다고 누가 앞에서 당겨줄 연줄이 있나, 이런저런 이유를 대봐도 아무런 조건도 갖추진 못한 그가 유일하게 믿는 ‘빽’이 있다면 그건 도전정신이다.

그는 요즘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사옥보다 충남 당진에 가서 사는 날이 훨씬 많다. 공사비 총 6조원으로 우리나라에서 단일공사로는 가장 큰 현대제철 고로 건설을 엠코가 맡고 있다. 정몽구 회장도 한 달에 서너 차례 현장을 방문한다.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김창희 부회장이 직접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너무나 바쁜 와중이었지만 가까스로 짬을 내준 김창희 현대자동차그룹 (주)엠코 대표이사 부회장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 엠코는 물론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관심이 온통 현대제철 고로 건설에 집중돼 있다. 그룹의 숙원사업임을 말해주고 있는데, 지금 공기가 어느 정도 와 있는지, 또 준공되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여의도 면적 2.5배(740만㎡)에 건설되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는 사업비만 6조원이 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사업이다. 자동차 강판 8백만톤을 생산하게 된다. 1기 4백만톤은 올 연말에 완공해 내년 1월5일 화입 하게 되고, 2기도 현재 70% 공정을 보이고 있다. 이게 완공되면 현대자동차와 수직계열화된다. 현대자동차에서 원하는 최고급 강판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자동차 경기가 전 세계적으로 나쁜데 현대차만 전 세계 메이커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는 포드도 제쳤다. 세계 4위다. 이제 명실상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고 있다.”

세계경제 불황으로 호황 맞는 제주관광, 세계경기 회복되면 또다시 '역전'
바가지·불친절·청결문제 등 잘못된 관행, 지금이 개선할 수 있는절호의 기회 

- 워낙 일정이 바쁜데 고향에는 자주 내려오시는지.

“솔직히 말해서 자주는 못 내려온다. 가끔 보는 정도다. 2005년 3월에 서울에 올라갔으니 이제 4년반 정도 됐다. 몇 년 사이에 제주가 많이 달라졌다. 정책도 달라졌고 각종 여건도 많이 바뀌었다.”

 객지에 나가 있는 제주출신 인사들에게 ‘고향 제주’에 대한 느낌이 뭐냐고 하면 응답자수 만큼이나 다채롭다. 한 가지 고향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부회장에게 던진 질문은 의도적이다. 2005년 초까지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가장 최근의 제주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상을 넘어 그의 답변은 예리했다. 제주도정 책임자와 관련업계가 주의 깊게 들어야 할 조언이 이어졌다.  

▲ 김창희 부회장이 제주에 던진 첫 마디는 "위기에 대비하라". 지금 최고절정을 맞는 제주관광은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제주의소리
“올해 보니 관광객도 많이 오고, 경기가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조심해야 한다. 세계경기, 우리나라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관광객이 제주에 많이 오는 것이다. 반대로 경기가 회복되면 외국으로 간다.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환율이나 신종플루 문제 등 각종 악재가 겹쳤기 때문에 제주에 오는 모처럼의 기회다. 가격 거품도 더 빼내고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맞는 그런 분위기를 지금 잡아야 한다.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올 때 잘해야 한다.”

- 제주 관광경기가 활성화되는 게 ‘우리가 잘해서’라기 보다 ‘외부여건’ 때문이 강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경기를 오판해서는 안된다는 충고 같다.

“내년부터 경기가 좋아지면 안 올 수 있다. 제주도가 관광지로 된지 굉장히 오래됐지만 관행은 여전하다.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대하고, 적극적으로 애로사항을 들어주기 보다는, ‘(안해도) 오니까’하는 생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선진국 관광지는 말할 것도 없고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만 해도 얼마나 친절하냐. 이젠 그곳과 경쟁해야 하는데 바가지나 친절, 청결 등 관광매너가 많이 개선돼야 한다. 우리가 외국에 갔다 오면 다시 가고 싶은 그런 곳이 있다. 제주가 그런 곳이 돼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 경기가 좋으면 제주관광은 외면당하고, 주머니 사정이 나빠져야 제주를 찾는다는 것은 대단히 역설적이면서도 제주가 ‘싼 관광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기순환적 요인 말고, 제주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요소는 없는지.

“골프장 문제다. 지금은 제주골프장 그린피가 인하되면서 많은 골프관광객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외곽 그린피가 인하되고 수도권 그린피도 면세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면 제주 골프장은 경쟁력을 잃게 될지 모른다. 또 정부가 종토세를 인하하려한다. 골프로 인한 외화유출이 6천억원 가량 된다고 하는데,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제주골프장은 타격을 입게 된다. 지금 많은 관광객이 들어오는 건 일시적인 착시현상이다. 거품이 빠지면 예전처럼 수학여행단만 오는 관광지가 될 수 있다. 감귤가격이 좋은 것도 환율로 수입오렌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읽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도태된다. 꾸준히 혁신해야 한다. 머물러 있으면 기업도 국가도 도태된다. 예전엔 국가간 경쟁이었지만 이젠 도시간 지방간 경쟁이다. 제주는 하와이나 푸켓 삿포로와 경쟁해야 한다. 옛날처럼 국가가 도와주지 않는다. 제주도를 이끄는 사람이나 도민들이 스스로 발전시켜야 한다.”

- 김 부회장께서는 경제인들을 숱하게 만나 보면 간혹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다. 제주인이기 이전에 경제인으로서 보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라고 해서 피부와 와 닿는 건 공항 내국인면세점 하나뿐이다. 인천이나 부산은 자유도시는 아니지만 경제특구란 이름으로 외국인 학교가 들어오고, 인천은 MGM이나 카지노 디즈니랜드 갖은 시설이 추진 중에 있다. 특별자치도란 이름 하나 만으로 뭔가 경쟁력 있고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아니다. 아직까지도 자연풍광하나 뿐이다. 뭔가 차별화된게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민자유치가 제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사회적인 갈등만 유발한 채 실질적인 성과는 미비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기 이전까지 갈등은 존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이 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거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오픈마인드’다. 도민은 물론이고, 특히 행정 공무원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투자유치 '등잔불 밑이 어둡다'...투자처 못찾는 여유자금 서울에만 '3백조'
외국기업도 좋지만 국내기업 훨씬 쉬워...적극 홍보나서면 기업유치 가능성 충분
 

- 차별성 때문에 제주도정에선 영리학교나 영리병원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 다소 논란도 있기 하지만.

“뉴스를 보면 영리병원을 제주가 제일 먼저 도입하려는 것 같다. 영리병원을 한다면 돈 없는 사람은 양질의 치료를 못받는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고, 또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영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양면성도 있다. 투자유치 측면에서 본다면 영리병원은 좋지만 운영을 잘못하면 서민들이 피해볼 수 있기 때문에 조화롭게 운영해야 할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 그는 외국자본도 좋지만 그에 앞서 국내기업 유치에 전념할 것을 당부했다. 수익성이 없으면 들어오지 않는 외국기업에 비해 국내기업은 적극적인 대시가 있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제주의 최대 과제는 투자유치다. 내부자본이 없는 제주입장에선 밖에 있는 돈을 끌어와 호텔도 짓고 관광지도 개발해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제주도정이 투자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돈의 국적을 따지는 얄궂은 인식이 깔려있다는 게 외부 시각이다. 딱 부러지게 ‘그렇다’고 말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국내자본보다는 외국자본을 선호하는 분위기만은 확실하다. ‘동네 심방 안 알아준다’는 제주속담이 있듯이 투자유치에도 그릇된 ‘사대주의’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창희 부회장은 어떤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제주에서 거론됐던 그 어떤 외국기업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자본이 훨씬 막강하고 글로벌 하며, 세계자본시장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가 보는 외국자본과 내국자본 이야기를 들어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가 자본유치실적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외국자본만 실적으로 발표하고, 국내자본은 실적에 집계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 외국과 국내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을 주문하고 싶다. 외국자본이 온다는 건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거다. 제주에서도 카지노를 주고 세금도 감면하고, 거기에다 몇 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온다. 그게 외국기업이다. 국내기업도 수익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이야기할 부분이 많다. 삼성이나 엘지, SK 등 국내 굴지 대기업에 찾아가 제주를 홍보하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충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가 국내기업을 상대로 한 홍보보단 외국기업, 외국자본에만 열을 올리는 게 안타깝고 딱하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제주에 골프장과 호텔을 짓는데 25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제주에서 수익을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현대차 매출이 작년에 130조원이다. 해비치호텔 작년 매출은 1백억원에 적자다. 수익을 생각한 게 아니라, 직원들 복리후생과 현대차 외국딜러들을 위한 목적이 더 크다. 호텔객실 1개에 직원 1명이 필요하다. 5백 객실 호텔 하나 지으면 5백명이 고용된다. 적은게 아니다. 외국기업은 철저히 수익성이 우선이다. 삼성은 (제주에 호텔이) 있지만 엘지나 SK를 상대로 마케팅 홍보전략을 잘 짜서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석유나 통신 인터넷관련 기업 유치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런 기업 몇 개만 제주에 온다면 제주지역 대학생 취업문제 소득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외국기업도 좋지만 나중에 부의 유출 논란도 있다. 우선 쉬운 대로 제주도정의 책임자나 상공회의소 등에서 국내 대기업을 적극적으로 방문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대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돈이 서울에만 300조원이 된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방향만 잘 잡으면 국내기업 유치가능성은 ‘충분하다’는게 기업인 김창희 부회장의 판단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구미에 맞게, 입맛을 당길 수 있는 마케팅 홍보전략을 짜서 적극적으로 나서느냐는 문제다. 이 일을 사람이 한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김 부회장에게 제주가 아닌 다른 자치단체 사람(공무원)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야기 해 달라고 했다. 

▲ "이제 세계는 도시간-지방간 경쟁 시대다. 제주 스스로 하와이 푸켓, 오키나와와 싸워서 이야기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공무원들이 변해야 한다. 앞서 가는 곳은 공무원들이 회사 세일즈맨처럼 일한다." ⓒ제주의소리

“다른 지방 공무원들을 보면 정말 굉장히 적극적이다. 회사 세일즈맨처럼 일한다. 예전에 강원도에 땅을 사러 갔는데 맘에 안든다고 하면 즉석에서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한다. 안 사려는 핑계로 ‘300만평 정도 되는 땅은 없냐’고 했더니 ‘걱정 말라’며 뒤로 빠지지 못하게 할 정도다. 충청북도도 가끔 가는데 우리를 대하는 그들의 정성이, 마음에 항상 충북이 생각나게끔 한다. 도청공무원들이 완전히 영업사원이다. 말만 비치면 튀어나온다.

규제가 엄청나게 심한 일본도 투자유치는 적극적이다. 오키나와는 산에 있는 호텔에 전용 바닷가 해수욕장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제주로 치면 어승생에 호텔을 짓고 탑동해변가에 호텔전용 해수욕장 허가를 내주는 셈이다. 물론 환경문제는 엄격히 따진다. 한국 기업도 오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한다.

처음 현대자동차에서 제주에 골프장과 호텔 콘도 공장을 지을 땐 참 어려웠다. 허가도 제대로 안해주고 답답했다. 정말 포기할까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제주도도 많이 달라졌지만 더 많이 배우고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제주에 가시적으로 나타난 게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인데, 성공할 수 있도록 잘 지원해 줘야 한다. 그래야 딴 기업들이 오려 하지, 별 볼일 없다고 하면 안 온다. ”  

평사원 25년만에 현대차그룹 최고 CEO, '제주·제주대 출신' 핸디캡 극복...더욱 빛 발해
좌우명 '도전하는 사람이 성공한다'..."긍정적 사고가 중요, 절대론 포기해선 안돼" 

김창희 부회장은 대한민국 경제계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2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후 부장과 이사 상무이사를 거친 후 2000년 제주다이너스트CC대표이사, 2005년 현대기아차전무이사, 2005년 1월에 현대.기아차부사장과 해비치리조트 해비치CC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리고 2005년엔 현대자동차그룹 (주)엠코 대표이사 사장, 2008년엔 현대자동차그룹 엠코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평사원 세일즈맨으로 입사한지 25년만에 최정상에 오른 인간승리 그 자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건 김 부회장이 ‘제주’와 ‘제주대’라는 두 핸디캡을 당당히 뚫고 글로벌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부회장라는 사실이다. 무엇이 오늘의 김창희를 만들었을까, 인터뷰 내내 그게 궁금했다.

“특별히 남들보다 뛰어난 뭔가 있어서 이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나의 신념은 ‘도전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다. 무조건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좋은 답이 나온다. 처음부터 ‘안될 것인데’ ‘힘들 것인데’라고 생각하면 결과도 좋지 않게 나온다. 능력이란게 다 비슷하다. 서울대 나왔다고 특출한 게 아니다. 얼마나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일하느냐다. 상관이 지시하면 일단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라고 긍정적으로 받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시작하면 문제가 생기더라도, 안될 것도 하다보면 해결방법이 나온다. 절대 포기말고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일단 기업에 들어가면 학력은 없어진다. 물론 기업에 가보면 명문의 힘도 있다. 서울대나 연고대 뿐만 아니라 고교 선후배들도 서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잘 이용하면, 명문 선후배 없이도 열심히 하면 더 빨리 인정받게 된다.”

▲ 김창희 부회장은 엠코를 설립 7년만에 국내 3만여개 건설회사 중 시공능력평가 20위권에 진입시키는 추진력을 발휘했다. 사진은 베트남 복합리조트 기공식 현장. 사진제공=엠코 ⓒ제주의소리

도전하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면 된다는 김 부회장에게도 인생에 좌절이나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인구 1% 밖에 안되는 제주의 한계도 절감했으리라. 하지만 대화 내내 그는 가급적 제주의 한계, 지방대의 어려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후배들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일까? 솔직한 이야기를 부탁했다

“제주를 한국의 1% 시장이라는 말을 하듯이, 지방에 적을 둔, 지방대 출신으로서 겪어야 했던 학연, 지연, 인맥이라는 핸디캡은 물론 깨기 쉽지 않은 장벽이었다. 다른 지방이나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을 보면 선배는 후배를 이끌어 주고, 후배는 선배를 밀어주는데 우리 제주는 그런 게 없었다. 너무 부족했다. 주변에 비슷한 사람도 없다보니 외로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장벽을 알고 멈칫하기 보다는 그 장벽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장벽이 있다고 느낄 땐 어떻게 그 장벽을 뛰어 넘을까 고민해야 하지만, 장벽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물론 힘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것과 연관될 수는 없겠지만 최근 서울도민회에서 재경경제인 모임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다. 친목이나 친선단체겠지만 고향을 위해 할 일이 없는지 고민하려고 한다. 제주에 현안이 생기면 토론도 하고 조언도 할 생각이다. 알려줄 게 있으면 알려주고 특히 제주에 부족한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한다. 숫적으론 많지 않지만 제주를 위해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객지에서 생활하면서 맡은 분야에 열심히 하다보면 바쁘기도 하지만, 고향에 대해 멀리 있기 때문에 생각은 항상 있지만 기회가 안닿아 행동으로 못 옮기는 경우 많다. 행동할 수 있게끔 조금 건드려 주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도민들도 많다.”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아닐까? 인구가 많은 것도, 땅이 넓은 것도,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닌 제주가 살 수 있는 길은 ‘인재’에서 찾는 게 지름길임을 김 부회장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제주는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는 말도 한다.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과거엔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고 했다. 지금도 경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대부분의 사회적 관념이나 통상적인 생활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지방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정보 획득과 교환이다. 이를 위해 제주에 온라인에 기반을 둔 ‘인재은행’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내외에 다양한 인재를 갖고 있음에도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우리의 자원을 낭비하는 격이 된다. 제주와 인연을 맺고 있는 모든 인재에 대한 DATA를 수집하고 그들과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면서 인재들을 통한 적절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에서부터 채용까지 청년 취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회 각층으로 각 방면에 흩어진 제주출신 인재들의 역량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 각계에 흩어진 제주 출신-제주 프랜드 네트워크로 엮을 '제주 인재은행' 설립 필요
엠코, 설립 7년만에 시공능력평가 20위에 진입...'글로벌 건설사' 도약이 최종 목표

- 그 출발을 오는 11월 제주에서 열리는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제주인재 육성 발굴 중요성을 강조한 김창희 부회장은 '인재은행' 설립 필요성을 제안했다. ⓒ제주의소리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는 아주 유용한 틀이다. 제주도가 잘되려면 인적네트워크가 잘 구축되고 활용돼야 한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자문하거나, 리포트를 해 달라고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정례적인 모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제주상의가 제안한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상공인뿐만 아니라 앞으로 관광 농수산 분야 전문가들도 한 두명 씩이라도 자기 분야의 인적네트워크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취지가 좋기 때문에 잘하면 제주를 위해 활용할 여지가 아주 많다고 본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엠코의 성장은 놀랍도록 빠르다. 현대·기아차 지원도 있지만 올해 들어서는 독자적으로 해외 대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등 발굴의 투지를 발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꿈꾸는 엠코의 비전, 야망을 듣고 싶었다.

“엠코는 설립 7년 만에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에서 20위에 진입했다. 현대기아차 그룹사 공사물량은 엠코가 성장하는 좋은 바탕이 됐지만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하는 핵심은 ‘독자 성장의 길’에 있다. 최근 엠코는 국내 민관급 공사를 공격적으로 수주하고 있으며, 특히 해외에서는 최초 독자개발사업인 베트남 복합 리조트 공사를 비롯해, 최초 해외 관급공사인 리비아 2000세대 공공주택 수주, 캄보디아 오피스 엠코타워 수주 등 세계시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주택사업의 비중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 성수동 뚝섬에 건설된 110층짜리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시공은 엠코의 이름을 세계에 알릴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시장을 호령할 현대차 글로벌 핵심기지 건설에 참여하게 돼 감회도 남다르지만, 엠코는 이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기아차차그룹과 제주에 대해 물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호텔과 골프장 콘도를 지었고 평화포럼도 지원하고 있다. 또 세계민속박물관 건립도 구상중이다.

“해비치리조트를 중심으로 관광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돈을 벌기위한 투자는 아니지만 제주관광산업에 도움을 줄 것임에는 의심치 않는다. 저 역시 제주에서 리조트 산업을 담당하면서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관광수요를 어떻게 하면 제주로 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해왔다. 우선 현재의 리조트 산업을 기반으로 한 제주고유의 문화 관광산업을 추진해보면 어떨까하여 계획중인 사업이 있지만 세계경제위기 속에 아직은 고민하고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이와 더불어 LPI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그린카 산업을 제주도와 함께 추진하고자 계속 노력중에 있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관심 있게 봐 달라.”

현대자동차그룹에선 김창희 부회장이 맡겨진 프로젝트마다 성공시키는 탁월한 추진력을 발휘한다고 평한다. 제주 해비치CC 대표이사 시절 골프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비치컨트리클럽을 설립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스포츠.레저사업에도 기여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경영능력을 발휘해 왔다. (주)엠코를 설립 7년만에 국내 3만여 건설회사중 시공능력평가순위 20위로 진입시킨 것도 김 부회장의 추진력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김 부회장은 아주 격이 없이 소탈한 성품으로 소문나 있다.

인터뷰 말미에 김 부회장에게 은퇴하면 뭘 할 계획인지 물었다. 다소 거창한 답변을 기대하면서...... 

▲ 김창희 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은퇴하면 고향 제주에 와서 사회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은퇴하면 제주에 다시 내려올 예정이다. 그리고 사회봉사활동을 하기로 이미 집사람과 이야기를 끝냈다. 와이프가 서울에 올라가기 전부터 제주시청이나 탑동에서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는 봉사활동에 전념해 왔다.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말년을 보내기로 했다. 보람된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갑내기인 부인 김인희씨와 결혼해 2남을 두고 있는 김 부회장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첫째 아들이 딸을 낳아 벌써 할아버지가 됐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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