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이 만난사람] 송재호 제상대회 조직위원장
“제주 힘 확인하고 묶는 대회...최고 조언자는 제주밖 제주사람들”

제주상공회의소가 제주사회에 제안한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제상대회)’가 탄력을 받고 있다. 1%의 벽을 제주인의 역량으로 뛰어넘기 위한 ‘지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목적 하에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지역 상공인대회인 제상대회는 3일 제주조직위를 출범시킨데 이어 7일에는 서울조직위 첫 모임을 갖고 11월 27~29일 2박3일간 제주인의 힘을 하나로 몹기 위한 대장정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어느 한 개인이나 조직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제주의 실정을 다수가 ‘십시일반’ 마음으로 지혜를 짜내고, 힘을 맞대면 제주발전을 위해 뭔가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의 기대다. 또 우리 스스로 제주의 객관적인 모습을 평가하고 어떻게 나갈지를, 제주에 사는 사람만이 아닌, 육지(국내)와 외국에 있는 제주사람들까지 다 한데 모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때가 이제는 됐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제주상공회의소(회장 현승탁)가 주최하고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상대회는 도내에 있는 상공인 350명, 그리고 일본 등 외국을 포함해 출향한 제주출신 상공인 250여명 등 모두 600여명이 모이게 된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이끌어 나가고 있는 송재호(제주대 교수) 조직위원장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그는 제주상공회의소 부설 제주지역경제연구센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오는 11월27~29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글로벌 제주 상공인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재호 제주대 교수. 송 위원장은 제상대회가 제주 밖에 또다른 제주 전진기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지만 아직도 제상대회를 생소해 하는 분들이 많다. 제주도내외 상공인들은 물론, 제주도민들에게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섬인 제주는 자립경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로 나가 통상을 통해 살 수 밖에 없다. 통상의 대표적 화두가 국제자유도시고,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가 특별자치도다. 통상은 제주도내 사람만으로는 어렵다. 밖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데, 가장 제주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일을 잘 해 줄 사람은 역시 제주출신이고, 경제를 이해하는 상공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 (제주밖 인적네트워크에 대해) 조사는 했지만, 그들의 힘을 정확히 판단하고 하나로 묶는 작업은 못해 왔다. 밖에 있는 제주 기업인들은 ‘작은 힘이나마 고향을 위해 기여할 계기가 될 텐데....’라고 애석하게 생각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제상대회는 제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하지만, 제주 밖에 있는 경제인들이 지난 10여년간 나온 이야기를 묶어서 하는 만큼 실제는 그분들이 조직한 것이다. 제주밖에 또 다른 제주 전진기지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제상대회는 재일 제주인들도 많이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발전에 있어 재일제주인의 역할은 정말 지대하지만, 우리가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을 못해드린 점이 항상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그게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출향 기업인 중 최초로 성공한 상공인들이 아마 1세대 재일 제주인들 일 것이다. 지역경제에 공헌한 바가 많다. 또 남모르게 고향에 봉사하고 헌금하고, 지역에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게 사실이다. 컨벤션센터 도민주에도 일본에 계신 제주인들이 많은 기여를 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일 해달라고만 하지, 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균형적 입장을 갖는데 선 우리가 미숙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큰 만큼 이젠 재일교포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때가 됐다. 받기만 할 게 아니라, 받은 것에 상응하는 것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

- 우리가 항상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1% 밖에 안돼서...’라는 자조적인 말이다. 물론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1% 벽을 넘으려는 시도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자성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 안과 밖의 힘을 하나로 몹는 제상대회에 거는 기대가 정말 크다.

“지역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은 다른 지역, 세계적으로도 다 한다. 제주만 그동안 이런 부분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역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느냐 그건 아니다. 출향 제주인들이 세계 어떤 지역보다 고향 사랑이 더 크다. 계기만 있으면 해주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100만 제주인이라고 이야기 해 왔지만 하나로 묶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재외도민총연합회에서 탐라문화재에 참여하는 것 외에 100만 제주인을 하나로 결합하는 노력, 1%를 우리 스스로의 역량으로 뛰어넘어 제주발전을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은 구체적으로 없었다. 이번 제상대회는 제주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실제로 통합하는 아주 구체적 실천이고 최초의 시도다. 일차적으로는 제주밖에 나간 분들이 중 경제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하되 더 나가서는 제주인 전체 네트워크로 확대돼야 하는 정신까지 이 안에 담고 있다.”

- 100만 제주인이 하나로 된다는 것은 결국 사회통합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지금 제주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회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회를 통해 갈등을 풀고, 통합하는 단초가 제공됐으면 좋겠다.

“충분할 것이다. 밖에 있는 제주인들의 역량, 한 묶음이 제주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야! 그것밖에 못하느냐, 세계는 이렇게 하는데 우리도 한번 이렇게 해보자’는 충격과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이 갈등으로 나눠져 있을 때 제3자 입장에서 중재하고 올바른 세계적 표준을 제시해주는 훌륭한 통합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실제 많은 분들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갈등을 풀어나가는 제도적 기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한다. 이번 대회가 분명 갈등과 분열에서 통합을 촉진하는 계기,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기능도 갖는 1석 다조의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 3일 제주조직위가 출범하고 7일 서울 조직위도 출범한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일본 동경 오사카에서 설명회도 있었다. 또 조직위원장 개인적으로도 많은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아는데 외부 반응은 어떤가.

“올해가 처음이지만 앞으로 매해 거치면서 발전해 나갔을 때 제상대회가 고용과 지역상품 판매, 투자유치라는 아주 실질적인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외 제주상공인 중 구니라라 100대 그룹에서 의사결정을 좌우할 핵심적 위치에 있는 인사만도 10여명, 수백억대 재산가고 수십 명이 있다. 제주 입장에서 투자유치 한다면 첫 대상이 외국자본이 아니라 출향 제주자본이다. 그 분들이 제주를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파트너다. 지금까지 제주도나 기관들이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대처가 미흡했다. 지난 7월 서울 모임에서 상공인들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제주출시 기업인이 국내만도 150명이 된다. 한해에 제주출신 졸업생 1명씩만 뽑아줘도 매해 150명을 취업시킬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향이 대단히 클 수 있다.

▲ 송 위원장은 이제 제주사회도 제주출신들의 애정어린 조언과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자세가 있어야 된다고 당부한다. ⓒ제주의소리
- 재일 제주인이나 서울에 있는 기업인들이 때로는 고향, 고향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때문에 잘못 나섰다가는 ‘잘난 척 한다’고 비판이 뒤따를까봐 두려워한다. 제주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그들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업인으로 성공하고, 대기업 이사 이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임원, 대한민국 국정과제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관료와 공기업 임원, 법조 의료 서비스의 수만은 분들이 있다. 제주 입장에서 보면 일고 오고 상고(중앙고) 농고, 또 몇 회냐를 떠나 아주 소중한 자산이자 고객이다.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데 노력이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몇 회니까 동문회에 와서 소주 한잔하고, 도민회에 참석하느냐 마느냐는 이야기하는 아주 전근대적 수준이다. 근대적이고 현대적 방향으로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들은 제주를 위해 조언을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부족한 부분에 대해 비판도 하지만 조언도 하고 싶은데 이 이야기를 공적으로 듣지 않고 ‘야! 너까지 왜 그러냐. 섭섭하다’고 해버리면, 애정을 갖고 한 이야긴데 앞으로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움츠려들고 제주문제라면 더 피하는 측면이 있다. 이 문제도 이젠 공개적이고 밝은 자리로 끌어와야 한다. 그게 진정한 제주사랑이다. 우리도 그런 것을 수용할 태세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공식화된 자리가 재상대회다.”

- 제주도민들도 제상대회를 계기로 우선은 우리끼리만이라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때로는 쓴 소리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지역을 위해 입바르게 칭찬하는 소리보다, 비판하고 욕하는 게 사실은 더 애정 있는 소리다. 제주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게 ‘잘한다. 잘한다’는 칭찬이 아니라 ‘무엇이 부족하다’ ‘험난한 경쟁에서 살기 위해 어떤 게 부족하다’는 쏜 소린데 누가 실제로 제대로 알고 하겠느냐. 행정관료나 대학선생보다는 현장에서 경험하는 현장의 투사들, 세계경제를 누비는 상공경제인들이 바로 제주에 이야기 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고 가장 훌륭한 카드다.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초청해 놓고 듣지 않고, 밥이나 먹이고 헤어지면 더 큰 결례가 될 것이다. 상공인들이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배치할 것이다. 쓴 소리도 듣고, 신뢰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진짜 하나라는 것을 , 진짜 우리는 제주인이구나를 느끼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

- 이런 행사를 보면 대부분이 관주도로 이뤄진다. 하지만 제상대회는 제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다. 경비도 그렇다. 관이 빠지고 민간이 전면에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변화를 느끼게 한다.

“그동안 상공회의소란게 관과 가까워서 자치단체로부터 보조를 받아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지역현안에 대해 다른 단체와 함께 이름을 거는 정도라는 고정관념과 오해. 편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현승탁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런 (제상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욕구를 전적으로 수용했다. 큰돈이 든다. 돈이란 게 회원사들이 현장에서 모아서 낸 땀방울이다. 이건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제주상의 회원들의 첫 번째 파트너가 밖에 있는 제주 경제인들이다. 두 번째는 공공단체인 상의가 지역발전을 위해 해야 할 당연하고도 매우 중요한 임무다. 그렇다고 해도 제주상의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려준 리더십과 식견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 대회가 경제인들 초청해서 밥 한 끼 먹고 헤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많은 이들의 당부다. 또 일각에서 현 회장 임기가 끝나면 대회고 없어져 버릴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례화가 가장 중요한데.

“주최는 상의가 하지만 자급적 제주도와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관광공사와 관광협회 등 많은 기관이 공동으로 엮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조직위를 별도로 출범시킨 이유도 이 대회를 정례화 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 “

- 아직 첫 대회도 시작하지 않는 시점에서 매우 성급하긴 하지만 상공인 대회가 앞으로 범세계 제주인대회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참석하는 분들이 이 점을 갖고 논쟁도 벌인 적이 있다. 앞으로 제주인 대회로 확장하는 게 좋고, 타당하다고 본다. 우선은 상공 경제인 중심으로 하지만, 법조 의료서비스도 약간 포함시켰다.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간다. 조직위도 굉장히 크다. 200명 넘은 조직위를 중심으로 앞으로 10년 20년 가야한다는 매우 장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 전 단지 첫 발을 내딛는 작은 힘을 보탠 것에 불과하다. 이 대회가 3~4년 후 어떻게 갈지, 얼마나 거대한 힘으로 터질지는 아무도 예측 못한다. 교류라는 것은 제주 밖에 계신 분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고향이 당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 주거나, 아미면 또 다른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 제주안에 있는 우리도 그분들로부터 굉장한 이익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대회가 오래간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가능하다. <제주의소리>에서도 몇 년 전에 이런 대회를 제주에서 열어야 한다는 것을 기획연재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서울에서도 이런 준비가 있었고, 또 제주도에서도 재외 인적네트워크를 조사했었다. 다만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운명적으로 하늘이 자리를 만들어 준게 아니냐.”

- 조직위가 열심히 하겠지만 대회가 성공하기 위해선,그래서 제주인이 실제 하나로 되기 위해선 도민들의 성원도 아주 중요하다. 밖에서 오는 제주 경제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줄 사람은 역시 우리 도민들이다.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 해 달라.

“대회에 참석하실 분들 공부를 잘하거나 고시에 합격한 분만 있을게 아니다. 중학교만 졸업하고서도 성공한 분, 고등학교만 나와서 객지에서 홀혈단신 성공한 분도 있다. 제주인의 저력이 밖에서 성공한 실제 사례다. 제주에 직접 보여준다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성공적으로 대회를 잘 가꿔야 한다. 도민의 애정과 관심이 성패를 가른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도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모든 분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하는 점이다. 첫 대회여서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너무 많은 부담을 상공회의소 회원사들에게 지울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첫 행사인 만큼 작은 돈으로 내실 있게 일단은 해보자고 한 취지인 만큼 이 점 충분히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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