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대통령 임명과 제주대 직선제...세상의 '힘 차이인가?

▲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 강지용 제주대 총장 1순위 후보자
가끔 인터넷으로 매일경제신문을 일별하던 필자에게 눈에 들어오는 한 기사가 있었다. 9월 11일 15시에 올라온 정운찬 인사청문회 쟁점 2제가 그것이다. 정치 기사를 굳이 경제신문에서 찾을 건 없는 필자지만,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정치적 사안인지라 이에 대한 경제신문의 시각이라든가 입장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찬찬히 읽어 보았다.

  이 기사를 읽어본 독자들은 기억하겠지만, 하나는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친을 일찍 여읜 외아들이었기 때문에 보충역 판정을 받았지만, 병무청의 징집통지 이전에 미국에 유학 가서는 박사학위 받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교수하느라 나이가 31살이 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군에 안 가게 되었다는 게 줄거리이다.

솔직히 대한민국 젊은이 가운데 많은 경우가 군에 안 가도 될 사정이 있다면 그냥 모른 체 하면서 군에 가지 않으려 하는 게 인지상정이라 한다면, 유독 정운찬만 크게 나무라거나 흠을 잡을 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정운찬씨가 국무총리만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더욱이 일찍 부친을 여의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니, 제도상으로 주어진 보상을 찾아먹는다고 이를 두고 너무 핍박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가 국무총리만 아니라면.

  그러나 매일경제 기사를 더 읽다보면 또 하나 제주대학교 총장 재선거와 관련하여 눈에 뛰는 대목이 있다. 정운찬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정운찬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대학당국의 허가 절차 없이 영리업체의 고문을 맡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 주장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서울대 총장 퇴임 후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7년 11월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예스24` 고문을 겸직하면서 총 9583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와 관련 매일경제신문은 “이러한 영리행위에 대해 국립대 교수들은 사실상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며 ‘실질적 절차가 없는 선언적 규정’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로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아마도 매일경제신문은 2009년 제주대 교수들이 총장 후보 1순위로 뽑은 강지용 교수에 대해 교과부가 이를 반려한 이유가 강지용이 영리법인의 대표를 맡음으로 해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데에 있음을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무시한 것처럼 보인다.

제주대총장 1순위 후보는 약하고 국무총리 내정자는 세기 때문에 센 사람에게는 잘 보여야 할 신문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그냥 봐 주어야 할 것인가. 제주대학교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에게는 이 기사를 읽는 순간 큰 모멸감과 함께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의 순간적 임명은 크고 570여명의 제주대 교수들과 290여명의 교직원들이 최소한 3개월에 걸친 심사숙고의 선택은 작도록 만들고 있는 저간의 힘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문득 이 기사를 읽는 필자가 그럴진대 당사자인 강지용은 얼마나 피 눈물이 날까 하는 위로를 해 본다. 별 소용이 없는 것이지만.

▲ 양길현 제주대 교수
  2009년 9월 그렇게 제주대 총장 재선거는 진행되어 나가고 있고 국무총리 청문회도 정 내정자에 대한 무언가의 기대 때문에 통과되어 가는 게 큰 흐름인 듯싶다. 정운찬의 흐름과 재선거의 흐름은 이질적인 성격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는 동일하게 작동하는 거대한 압박이다. 이것은 누가 쉽게 거부하거나 버텨내기가 어려운 강대한 파도이다. 그래서일까 대세에 마냥 편승하여 나가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위안하기 위하여, 이번에도 술이나 한잔 하면서 인생은 구름 같은 것이라고 읊조리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 양길현 교수(제주대 윤리교육과 ) <제주의소리>

<양길현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