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제주의 힘입니다](6) 1백년 역사 '최고 위상' 부산도민회

“영도 사람 40%가 제주출신인 것 몰랐죠”
부산에 사는 제주 출신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뜻밖에 생각 이상으로 많다. 제주가 고향인 부산 사람은 모두 22만명에 이른다. 부산인구 359만명 가운데 무려 6.13%. 인구가 15만여명인 영도구에만 6만여명(40%)이 산다고 한다.

 

▲ <부산일보> 8월12일자에 제주부산도민회 활동상이 자세히 나왔다.

<부산일보> 8월12일자에 실린 ‘부산 제주특별자치도민회’ 소식이다. 동정란에 실린 뉴스이긴 하지만 다른 소식과는 확연히 다를 정도로 큼지막하게 실렸다. 부산제주도민회의 힘을 느끼게 한다.

다른 지역 도민회도 많지만 유독 부산제주도민회의 왕성한 활동이 지역언론에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지금이 부산도민회 1백년 역사상 가장 막강한 위상을 갖고 있다.이젠 부산에서도 제주의소리를 제법낸다”고 진재옥(65) 부산제주도민회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다소 부풀려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상을 알면 고개를 끄덕인다. 부산일보가 보도했듯이 부산제주도민회원은 22만명이다. 전체 부산인구 359만면 중 무려 6.13%다. 특히 영도구 주민 40%는 제주사람이다. 2명 중 한명이 제주출신인 셈이다.

숫적으로는 호남향우회(60만명)가 가장 많긴 하지만 영호남의 정서적 차이, 그리고 제주사람들이 보여주는 애향심과 조냥정신이 제주도민회를 가장 잘 뭉치는 단체로 만들었다.

▲ 11일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재외제주도민총연합회 2009 정기총회에 참석해 제주도민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진재옥 부산제주도민회장 ⓒ제주의소리
“부산에 있는 각종 단체가 수백개, 수천개 됩니다. 그 중에서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있어서 부산시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단체가 39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부산제주도민회가 ‘넘버 원’이라고 허남식 부산시장이 우리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진 회장의 설명이다.

워낙 제주도민회 숫자가 많다보니 부산시가 사업을 하거나 정책을 추진할 때 주요 파트너가 제주도민회일 정도다. 10여일 전에는 부산도민회 임원들이 허남식 시장을 찾아가 부산에 있는 제주출신 잠수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허 시장은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부산의 힘’으로 상징되는 부산일보 김종렬 사장도 제주도민회 명예고문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부산사람이면서 제주사람이라고 자랑하고 다닐 정도다. 그의 지역구가 가 바로 영도다. 40%가 제주사람이기에, 제주사람이 그를 국회의원이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엔 명예제주도민이 됐다. 명예도민증 수여식도 제주가 아닌 부산시청에서 제주도민회가 마련한 자리에서 줬다. 김태환 지사가 부산까지 갔다.

부산제주도민회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해 말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3단계 제도개선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여야간 극한 대치 때문에 이게 언제 통과될 수 있을지 극히 불투명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물론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해 여야 대표는 물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까지 읍소했다. 이때 부산에서 한 통의 전화가 김 의장에게 갔다고 한다. “부산에 있는 제주도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제주특별법을 반드시 회기 내에 통과시켜 주셔야 합니다.”라는 부산제주도민회의 간곡한 당부전화였다. 그리고 특별법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과됐다.

10~11일 제주를 찾은 재외제주도민총연합회 자리에서 김태환 지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산도민회장 덕분에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할 정도다.

부산도민회가 최근에 시작한 ‘제주도민회원카드’는 부산에 있는 타 지역 향우회는 물론, 전국 향우회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맞고 있다.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제주도민회원들 대상으로 발급한 ‘제주도민회원카드’는 제주도에 살지 않는 제주출신들이 제주도민에게 버금가는 다양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동양고속페리, 부산코모도호텔 등 민간업체 10여곳에 대해 적게는 10%, 많게는 50%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부산제주도민회 1천명이 카드를 발급받았고, 가입자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다른 지방 향우회에서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 부산도민회는 지금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 제주유치를 위해 활발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부산도민회 제공
제주사람들이 부산으로 건너가 살게 된 것은 1800년대 말기부터였으며, 1900년대 들어서는 잠수를 중심으로 점차 늘기 시작했다. 1929년 제2상고(현재 개성고) 재학생들이 제주학생회를 만들었고, 1933년에는 향우회가 처음 만들어졌다. 그리고 광복직후인 1946년 부산제주도민회 전신인 제주회가 창립됐다. 다음해 제주향후회로 명칭을 바꾼 후 활동해 오다 1977년부터 부산제주도민회 이름을 쓰고 있다.

한경면 고산리 출신으로 고산중 3학년때 ‘고향은 내가 지킬 테니 너는 부산에 가서 성공한 후 고향에 봉사하라’는 형의 이야기를 들은 후 부산으로 온지 51년이 된 진재옥 부산제주도민회장은 “내가 부산에 올 당시만 해도 제주는 정말 가난했고, 먹을 것도 제대로 없는 고난의 섬이었지만 이제는 국제자유도시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면서 “비록 몸은 섬 밖에 나와 있지만 부산에 있는 제주도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고향 제주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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