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미의 제주여행(11)] “오는 어느 덧 우리 곂에 와 있었다”

▲ @대포 주상절리 동쪽에 있는 중문단지축구장 앞 해안에서 보이는 풍경
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이제 경칩이 얼마 남지 않았건만 대지에서 봄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생뚱맞게 내리는 눈발 앞에 봄은 정녕 오지 않으려나?
봄은 지금 어느만큼 와 있는 것인가?
그래!, 봄을 기다리지 말고 찾아 나서자!!!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봄을 찾아 떠난다.
처음에는 싸늘하게 느껴지던 공기가 햇살을 받은 차장에서 포근하게 변한다.
FM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다 달은 곳은 서귀포시 대포동,
1100도로가 끝나는 중문에서 컨벤션센터를 거쳐 지삿개 주상절리로 이어지는 널따란 도로가 나 있어 진입하기가 쉽다.
지삿개 주상절리에서 중문단지축구장(월드컵축구연습장)까지는 산책로가 잘 정돈되어 있어 따뜻한 날 가벼운 산책에는 제격이다.
대포에는 지삿개외에 대포포구 동쪽 해안에도 주상절리가 발달되어 있다.
일단 대포포구로 향했다.

▲ 대포포구
대포의 옛 이름은 '큰개'이다. 大浦는 '큰개'의 훈독자 결합 표기이다.
큰개포구에 가면 십몇년 전 친구와 처음 찾아 갔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처럼 식당들도 많지 않았고, 방파제도 크지 않은 전형적인 제주어촌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방파제에 있는 가로등 밑에서 소주 한 병 옆에 놓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던 때...
물결에 흔들리는 달빛의 모습을 보았던가? 지금은 기억이 가물하고,
봄을 채비하는 어부의 손놀림만 분주하다.

▲ 대포포구 등대
포구 앞에 쌓아 놓은 회색의 견고한 방파제 위에는 빨간 등대가 놓여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포구를 드나드는 어선의 안전을 위해 밝은 불을 비춰주는 등대는
바닷가 마을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설의 하나이고 어부의 진정한 벗일 것이다.

   
등대가 생기기 전에는 포구에 도대가 있었다.
저녁에 고기를 잡으러 나가며 켜 놓고, 돌아오면서 거두는 도대는,
그 멀지도 않은 시절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산이었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었다.
선조들의 삶의 역사가 담긴 소중한 민속유산이거늘...

▲ @ 배튼개 주상절리 여
지삿개 주상절리 못지않은 대포 주상절리가 있는 곳, '배튼개'
큰개포구 입구를 지나 해안도로로 조금 가서 바다 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가면 해안가 해녀탈의장이 있다.
그 곳에서 바다를 통해 동쪽으로 가면 베튼개 주상절리가 있다.

▲ @ 약천사
배튼개 주상절리를 나와 해안도로로 월평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약천사가 보인다.
동양 최대의 절이라는 약천사는 사찰에 관심이 있으면 들러봄직하다.

▲ @ 월평리 해안단애
대포의 선귓내 하구에서 월평리 포구까지 이어지는 해안은 높은 절벽으로 되어 있는 경승지이다.
그러나 절벽이고 진입로가 없어 마을에서 접근하기는 어렵다. 배를 타고 가면 모를까.
대신 월평포구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그 절경을 느낄 수 있다.

▲ @ 월평포구위 바위에 설치된 계단
월평포구는 깎아지른 두개의 절벽 사이에 있는 포구이다.
'이첨장물내'라는 냇가에 있는 '동물개'라고 하는 이 포구의 절벽에는 관람객이 안전하게 구경할 수 있게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동물개에서 강정포구까지는 해안선을 따라 좁은 길이 나 있다.
동물작지(자갈)와 수리덕을 지나 빈녀코지와 안강정의 '배들인개'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연인의 손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며 걷노라면 어느덧 봄이 다가왔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봄은 그렇게 남쪽 바다에서부터 오고 있었다.

▲ @강정 세별포
강정포구인 '세별포'는 포구의 버팀목인 '세별코지'를 따 이름지어 졌다.

▲ @강정천 옆 숲길 진입로
강정은 예로부터 물좋기로 이름이 나 있고, 용천수도 풍부한 곳이다.
'일강정', '이번내', '삼도원'이라고 해서 제주선민들은 강정을 지칭하여 '제일강정(第一江汀)'이라는 표현을 곧잘 썼다.

   
강정천(큰내)은 도순천의 하류로 한라산 영실에서 발원해 도순동을 거쳐 강정마을 옆으로 흐르는,
도내에서 최대의 수량을 가지고 있는 은어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갈수기라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쏟아지는 물줄기에는 힘이 넘쳐나고 소리 또한 박력이 있다.

▲ @강정천이 끝나는 곳에는 지서여 라는 수중암반이 있다

▲ @썰물이 된 해안으로 강정천의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그 앞의 물웅덩이를 봉둥이소 라고 부른다

   
강정포구를 나와 다시 법환리 쪽을 향해 조금 가면 길옆에 조그맣게 '서건도입구'라는 팻말이 있다.
그 좁은 길을 따라 바다쪽으로 내려가면 서건도(썩은섬)가 나타난다.
서건도는 썰물시에 육지와 연결되는 연륙섬이다.
국립해양조사원홈페이지 /해양자료실/바다갈라짐/에 보면
"[바다갈라짐현상]이란 해저지형의 영향으로 조석의 저조시에 주위보다 높은 해저지형이 해상으로 노출되어 마치 바다를 양쪽으로 갈라 놓은 것 같아 보이는 자연현상으로
우리나라 남서해안과 같이 해저지형이 복잡하고 조차가 큰 지역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진도, 무창포, 사도, 제부도, 서건도, 실미도 등에서 일어납니다."라고 되어있다.
각 지역에 대한 일자별 바다갈라짐 시간 등의 예보시스템이 나와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건도의 바다갈라짐은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리 확인하고 떠나면 육지에 서서 섬을 바라보다 오는 낭패는 없을 것이다.
좋은 물때에 맞추어 바릇잡이라도 하면 어떨까?

▲ @빈녀코지에서 봄을 낚는 사람들
올 기미가 없는 봄을 찾아 성급(?)하게 나선 길....
육지에 다가오는 봄을 먼저 낚으려고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들과

   
그 뒤에서 외로이 봄을 기다리는 바다직박구리 한마리,

▲ @광대나물

그러나 봄은 어느덧 우리의 곂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 양영태님은 '오름오름회' 총무, 'KUSA동우회 오름기행대' 회원입니다. 이 글은 양영태님의 개인 홈페이지  '오름나들이(ormstory.com) 에도 실려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