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더 큰 꿈과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이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제주의소리
▲ 원희룡 의원 ⓒ제주의소리
   반기문과 원희룡 두 분은 필자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부러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충북 촌놈인 반기문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꿈에나 그리던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으니, 필자만 부러워하는 건 아닐 게다. 제주 촌놈 원희룡이 젊은 나이에 대권에 도전하는 야물찬 기개를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 촌놈이 서울서 국회의원 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일 텐데, 대통령을 넘보면서 열심히 사는 것을 보면서 어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권에 관한 한, 원희룡은 일찍이 공개적이고 의욕적으로 포부를 밝혀 온 몇 안 되는 정치인 가운데 하나이다. 이에 비해 반기문은 본인 스스로 단 한 번도 대권 도전을 시사해 본 적이 없는 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대권 후보 중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필자는 원희룡에 대해 고향 사람이라 편애하는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지방의 정치학자들과 만나서 얘기를 해 보더라도 원희룡에 대한 정치학자들의 평가는 매우 좋다. 오히려 일반 국민들이 원희룡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박근혜에 가려서 아직은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반기문은 운 좋은 사람이다. 참여정부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국내정치로부터 벗어나 세계무대로 나갔기에 지금도 전 세계인의 이목을 받으면서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 본인은 대권 관련해서 입 한 번 벙긋 안 했는데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후보 지지도에서 박근혜에 이어 2위를 할 정도로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다. 민주당의 후보가 아직 마땅하지 않은 데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반기문이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깨끗해 보이는 처신과 국제무대에서 닦은 역량으로 대한민국의 통일 시대를 열어가 주길 바라는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기문은 결국 9일(현지시간) 국내정치에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뉴욕을 방문 중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위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국내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대선에) 출마도 하지 않을 것이고, UN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에 최선을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기문의 입장에서는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내심 싫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그런 보도들이 사무총장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차기 총장을 노리는 경쟁자 측에서 “반 총장이 사무총장보다 한국의 차기 대권에 더 뜻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퍼뜨리면서 임기를 갓 절반 넘긴 반기문을 노골적으로 흔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제발 더 이상 정치권에서 (대선) 관련해 제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기문의 호소 역시 필자에게는 다분히 정치적 발언 같아 보인다. 선 사무총장재선 후 대권후보라고나 할까.

  원희룡은 대권 후보로 가는 길목에서 서울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세훈 현 시장의 인기가 아직은 우세하지만, 그래도 기회만 있으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직을 놓고서 한판 경선을 벌일 태세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권후보로 가는 길 가운데 하나가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라는 점에서 원희룡의 원모에 대해 기대와 함께 지지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일까. 제주일보의 9월 30일자 보도에서 2010년 제주도지사 지방선거 후보로 원희룡이 거론되는 데 대해 본인은 매우 당혹해 한다는 후문이다.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으로 나가려는 원희룡의 행보에 웬 제주도지사 후보 거론이냐는 것이다. 만약 독재정부 시대라면 이는 2010년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원희룡을 빼버리려는 경쟁자의 공작일 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이다. 

  이렇게 반기문과 원희룡은 각각 그 내용과 맥락은 다르지만 차기 대권후보와 차기 제주도지사후보에서 제발 자신을 빼달라고 직-간접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남들은 그 후보군에 들지 못해서 난리인데, 이 두 사람은 거기서 빼달라고 아우성이다. 둘 다 현재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에 전념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겠지만, 또 둘 다 더 큰 꿈과 목표를 갖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당장은 사무총장 재선이 목표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우선은 서울시장에 올인하고 있지만, 둘은 혹 대권에서 만날 지도 모른다.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고 한 맥아더의 비전 제시가 꼭 청년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반기문과 원희룡 두 어른도 야망을 갖고 있기에 더욱 보기가 좋다. /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