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힘 (9) 양원찬 김만덕 나눔쌀 운영위원장

▲ 양원찬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 운영위원장. 그는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온 행사 준비에 가슴이 설렌다. ⓒ제주의소리
17일 서울에선 그야말로 제주인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신명나는 판이 벌어진다. 제주의 김만덕 할머니가 대한민국의 기부와 나눔의 표상이 되고, 김만덕의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번진다. (사)김만덕 기념사업회가 중앙일보와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벌이는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 행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만덕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진지 5년만에, 그리고 2년전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나눔쌀 천섬쌓기’ 행사를 성공리에 치른 후 2년만에 이번에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의 딸, 제주인의 영원한 할머니 의녀 수반 김만덕의 이름으로 ‘1만섬 쌓기’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 보지 않았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 현판으로 쓴 ‘은광연세(恩光衍世)’가 대장관이 김만덕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200년만에 서울에서 재현된다. 이날은 UN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이기도 하다. 

서울시 초중고생 130만명, 교총 16만명, 대학생 10만명 참여하는 휴먼레이스

제주의 이름으로 이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이 전무후무한 ‘빅 이벤트’를 앞두고 양원찬(60) 김만덕 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은 가히 억제하지 못할 정도의 흥분상태다.

“조직위원장인 탤런트 고두심씨와 만섬쌓기를 하자고 했을 때 만 해도 성공할 것이란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지는 차마 몰랐습니다. 서울시의 세계빈곤퇴치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됐을 때만해도, 중앙일보가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고, KBS가 생중계 한다고 했을 때 ‘아! 이젠 됐구나’라며 다소 흥분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에 서울시에 있는 초중고등학생들 130만명이 만섬쌓기에 동참하고, 한국교총과 전교조, 대한불교조계종이 발 벗고 나서더니 마침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김만덕 할머니의 나눔정신을 이 시대의 표상으로 언급할 때는 그야 말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재경출신들 사이에선 ‘서울 길은 양 박사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서울 영동정형외과 원장인 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울에 있는 유명병원 어느 의사 예약 일정을 잡는 것에서부터 누구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까지 그에게 부탁하면 안되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해결사다. 물론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는 양 위원장이 쌓아온 인적네트워크의 힘이 절대적이다.  의사로서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남이 뭔가 부탁하면 부정한 일이 아니면 어떻게든 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 온 그였기에 가능했다.

‘서울 길’로 통하는 마당발...국가대표 팀탁터-안재형 자오즈민 결혼 성사시킨 장본인  

▲ 제주와 관련된 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그것도 KBS 공영방송이 생중계 하는 일은 전무후무 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여기에는 매스컴을 많이 탄 그의 이력도 한 몫을 했다. 1983년 서울 영동시장 사거리에 문을 연 영동정형병원은 이곳에서 치료를 받아본 운동선수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국가대표선수들이 찾는 단골병원이 됐고, 국가대표 야구팀과 탁구팀, 유도팀 주치의를 맡기도 했다. 프로야구 OB 베어즈 팀 닥터도 했다.

탁구팀 주치의 시절에는 6공화국 황태자였던 박철언 장관과 함께 우리나타 국가대표 안재형 선수와 중국 국가대표 탁구선수였던 자오즈민 결혼을 성사시킨 장본인으로서도 유명했다. 안재형-자오즈민 아들이자 올해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안병훈(17)이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에 동참한 것도 이런 사연이 담겨져 있다.

그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나눔쌀 모금행사에 참여하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랴, 또 언론사 인터뷰에 응하랴 정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나눔쌀 만섬쌓기 사업 성공을 위해 아예 병원 일손을 놓았다. 병원 사무실 한 곳을 대회 사무국으로 운영하면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울시내에 있는 초중고등학생 130만명이 만섬쌓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민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실로 엄청난 규몹니다. 그들의 부모까지 감안하면 400만명이 김만덕의 기부와 나눔에 동참하는 셈이 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일 것입니다. 돈으로 수십 수백억원을 모금할 수 있지만 100만명이 넘은 인원이 동시에 쌀을 모은다는 게 단일 행사로 없을 겁니다. 기네스북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김만덕으로 우뚝...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제주의 무형 자산
 
이야기가 시작되니 양 위원장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 모드로 돌았다.

“언제 제주도 일로 서울 광화문에서, 그것도 KBS 공영방송이 생중계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KBS뿐만 아니라, MBS SBS까지 후원하겠다고 나서고, 모든 언론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겁니다. 김만덕이 이제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의 김만덕으로 우뚝 서고 있습니다. 제주의 정체성이 바로 이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눔쌀 만섬쌓기에는 서울시 1240개 초중고등하교 130만명뿐만 아니라, 교원단체 총연합회 16만명, 고려대, 한양대 숙명대 등 5개 대학 10만명이 쌀과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국민은행, 신한금융그룹, 상성, 우리금융그룹, KT에서는 기업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참여한다.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는 물론 민단과 한국부인회도 함께 한다. 지난 14일에는 PGA 챔피언십에 우승한 제주출신 양용은이 탱크 최경주와 함께 신한동해오픈대회에 참여하면서 나눔쌀을 고두심씨에게 전달했다.

“고향에 좋은 선조를 뒀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제주가 유형의 관광지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인물이 제주에 있었다는 건 대단한 자부심이자 우리제주의 무형의 자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300억 재산을 사회에 공헌했지만, 기생출신인 김만덕 할머니는 장사를 하면서 힘든게 번 전 재산을 털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렸습니다. 이 시대, 그런 정신이 추앙받는 세상이 와야 세상이 화목해지지 않을까요.”

2만3천섬 모금 예상...김만덕-제주의 이름으로 아프리카 난민에게까지 구호

▲ 17일 나눔쌀 만섬쌓기 행사는 제주의 김만덕을, 이제 대한민국 기부와 나눔의 표상으로 우뚝서게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양 운영위원장 ⓒ제주의소리
이 행사가 감동적인 건 참여하는 사람들 전부가 그야말로 어디서 돈 한푼 받지 않고 모두가 바쁜 일정속에 자기 돈을 내면서 뛰어다닌다.

“고두심 위원장은 이 행사 때문에 1년간 드라마 출연을 중단했습니다. 영화 한편 굿모닝 프레지던트만 하고 나머지 일체 연예 활동은 중단했습니다. 나눔쌀을 위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또 그동안 대외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을 하면서 진주 같은 너무나 좋고 훌륭한 제주분들을 만나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현성욱 치과원장(총무분과위원장), 오수용 변호사(기획분과위원장), 부두완 서울시의원(행사위원장), 김명두 스프링힐스 대표(모금분과위원장), 강윤형 (섭외분과위원장), 문봉희 숙명여대 교수·윤순환(홍보분과위원장) 등이 고두심 조직위원장, 양원찬 운영위원장과 함께 만섬쌓기 행사를 이끌고 있는 숨은 일꾼들이다. 

이날 행사 목표는 1만섬이지만 벌써 2만섬을 넘어 행사당일에는 대략 2만3천섬정도가 모아질 것으로 양 위원장은 본다. 모아진 쌀은 소년소녀가장과 조손(祖孫) 가정, 무의탁 노인 등에게 전달된다. 또 아프리카 난민도 도와 줄 계획이다.

“김만덕 이름으로 가는 게 결국 제주의 이름으로 갑니다. 김만덕을 낳고, 평화의 섬인 제주의 이름으로 김만덕 나눔쌀이 전달된다는 자부심을 제주도민들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김만덕 나눔쌀 기자회견은 사회면 톱-신사임당 5만원권 화폐 발행은 뒷면에 보도

▲ 양원찬. 그는 서울에 있는 제주출신 인사들에게는 '서울의 길'로 통한다. 마당발로 제주출신들의 어려움을 속속 풀어내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제주의소리
양 위원장은 김만덕 나눔쌀 행사와 관련된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우리가 6월 22일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고, 그 기사가 23일자 일간지에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23일이 어떤 날인지 아십니까. 공교롭게도 신사임당 5만원권 화폐가 발행되던 날이었습니다.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는 중앙일보 사회면 톱을 장식했고, 신사임당 5만원권 화폐 발행소식은 뒷면에 보도됐습니다. 저는 그 순간 가히 전율을 느꼈습니다. 우리 김만덕 할머니가 저희들에게 주신 소명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좋다. 좋은 일을 하라’는 소명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김만덕 기념사회회에선 화폐 인물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행사가 2~3년전 서울에서 열릴 수 있었다면 5만원권 화폐에 김만덕 할머니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국민들이 너무 몰랐습니다. 제주란 좁은 곳에서 태어났고, 현재 도세도 약해 밀린 겁니다. 그런데 돈이란 게 김만덕처럼 열심히 벌고 훌륭하게 써야 되는 겁니다. 돈을 펼쳤을 때 김만덕 초상화가 있다면 ‘나도 김만덕처럼 돈을 써야 겠다’는 느낌이 자연스레 들 겁니다. 만약 10만원 화폐 인물이 여성이 된다면 그 땐 김만덕 할머니가 반드시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IMF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번 금융위기에는 쌀 모으기를 합니다. 이번 행사는 누구나 아무리 어려워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앞과 뒤, 옆을 돌아볼 기회를 줄 겁니다.”

양원찬은 서울에 있지만 그의 마음과 정신은 항상 남쪽에 있는 고향 제주를 그리워한다.

“1968 년말에 제주를 떠난 후 지금까지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그 시절 제주가 워낙 못살고 힘들었기 때문에 제주사람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솔직히 많이 있던 때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누군가 ‘제주 놈’이라고 하면 싸움도 하고 얻어터지기도 하면서 떳떳하게 제주사람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제주 선거후 갈등구조 이젠 끝내야...승자는 포용하고 패자는 승복하는 정신 있어야”

그의 병원은 ‘제주 사랑방’이다. 병원사무실에 바둑판 5개가 항상 놓여 있다. 시간이 나는 제주출신들이 언제나 그의 병원에 와 바둑을 두고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올해로 환갑을 맞았지만 아직도 제주출신 선후배들을 병원에 오도록 해 고향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고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애기하지 않는 게 좋다”는 그을 졸라 그래도 고향에 대한 느낌을, 조언을 부탁했다. 담배를 물고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우리 제주도민들이 제발 화합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선거한번 끝나면 갈등구조가 구조가 너무 많습니다. 민주사회에 선거는 해야 하기 때문에 승자는 스포츠정신처럼 패자를 포용하고, 진 사람은 결과에 승복해 다음기회를 노리는 파인플레이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일은 서로 부추겨 주고, 제발 색안경을 끼고 상대방을 보지 말아야 합니다.”

양 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잠시 눈을 감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아마 일부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염두에 둔 듯 했다. 양 원장은 선거 때마다 주변사람들에 의해 이름이 오르내린다.

“제가 이 말을 하면 ‘또 양원찬이가 무슨 일을 하려나 보다’는 이야기를 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면 ‘양원찬이가 국회의원 나오려는 구나’하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자리를 빌어 말하지만 그런데 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 있게 살아왔고, 또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눈치보지 않고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잘 하는 사람은 칭찬하고,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꾸짖어주기고 하지만 용기도 북돋아 주고, 좋은 일을 한다면 그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 주는 게 고향이 발전하고, 애착심을 갖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색안경 끼지 말고 키워줘야...그게 제주 힘으로 온다”

▲ 그러나 보니 그에게는 본인도 예상치 못한 '색안경'을 끼고 볼 때가 많다. 그는 이제 제주사회가 좋은 일엔 칭찬하고, 잘못한 일은 꾸짖으면서도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게 제주의 힘으로 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제주의소리
그의 이야기 속엔 본인도 ‘색안경’ 대상이 돼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느끼게 했다.

“우리 제주사람들 좋은 일이 있으면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집 아들이 잘되면 ‘그 아이 아방 옛날엔 어쨌다’고 찬물을 끼얹지 말고 ‘정말 훌륭하다. 그 사람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며 그게 어디 갑니까. 그게 다 제주의 힘으로 옵니다. 그 사람이 서울에 있던, 어디에 있던 간에 모두 제주의 힘이 됩니다. 그런 도민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고를 가질 때 제주사회는 발전할 것입니다.”

양원찬 위원장에게 11월27~29일 제주에서 열리는 글로벌제주상공인대회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힘닿는데 까지 보탤 겁니다. 주변에서도 추천하고 같이 가자고 할 겁니다. 취지가 좋은 만큼 제상대회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제주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제주출신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주에 계신 도민들께서도 좋은 눈으로 제상대회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제주에 사는 도민들뿐 아니라, 출향 100만 제주인이 하나가 됐을 때 힘이 됩니다. 정치적으로 제주는 1%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1%가 일당백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서로 똘똘 뭉치고, 제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긍정적 사고를 가질 때만이 성공합니다. 그래야만 제주발전의 미래가 담보 될 것입니다.”

제주시 일도동 출신인 양 원장은 제주제일고와 한양대 의대를 졸업했다. 재경재일고 총동창회장과 한양대의대 동문회장을 지냈다. 서울시 의사회 고문, 서울도민회 장학회 이사를 맡는 등 영원한 제주인으로 서울 한복판을 당당하게 휘저어 다니고 있다. 17일 그의 힘, 제주인의 저력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진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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