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2코스 2.김강임의 오름기행] '군량미' 쌓아 놓은 식산봉

제주올레 2코스 중 식산봉
제주올레 2코스는 광치기해안부터 오조리 저수지-오조리방조제-식산봉-오조리성터입구-고성위마을-대수산봉-혼인지-정한수터-온평포구로 17.2km다. 그 중 오조리 공유수면과 연결되는 식산봉 올레는 왜구 침입을 위장한 오름올레이며 황근자생지다. 제주올레 2코스 중 오름 몸통과 오름 주변을 걸을 수 있도록 올레길이 조성 돼 있다.

▲ 식산봉 양어장에서 본 식산봉 ⓒ 김강임

 볏짚 쌓아 놓은 반달 봉우리 그 위장술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안에서 식산봉 입구까지는 걸어서 1시간 정도. 그 길은 물빛 올레였다. 물빛올레 끝에는 오름올레 식산봉이 이어졌다.

 식산봉 가는 길에는 공유수면과 기생화산을 연결하는 200m 정도의 다리 올레가 기다렸다. 다리올레에서 보는 풍경은 액자의 그림처럼 평화로웠다. 다리올레 앞에는 봉우리가 하나 서 있었다. 그 봉우리는 식산봉, 마치 추수를 하고 난 뒤 볏짚을 쌓아 놓은 것 같았다. 성산갑문에서 바라보면 물 위에 떠 있는 반달 같은 모습의 기생화산이다. 표고 60.2m, 비고 55m 식산봉은 작은 동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기생화산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 황근과 안내판 황근 자생지와 안내판 ⓒ 김강임

▲ 등산로 공유수면 등산로 입구에서 본 공유수면 ⓒ 김강임
  
▲ 산책로 식산봉 산책로 ⓒ 김강임

 황근자생지로 산책로가 일품

 우선 식산봉 보물은 황근 자생지란 점이다. 이는 식산봉 등반로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데  연두색을 띤 황근 이파리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제주올레 리본이 황근 나무가지에 나풀거렸다. 제주도 바닷가 일부에서만 자라는 '황근'은 아마 지난 여름 황색 꽃을 피웠을 것이다.

 식산봉 등반로는 데크가 설치돼 있어서 노약자가 산책하기에 알맞은 오름이었다. 오름 몸통에 비해 수령이 꽤 돼 보이는 해송과 동백나무, 후박나무가 등반로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세월의 연륜이 느껴졌다. 더욱이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어 산책로가 어두침침하다.

▲ 바위 정상부근 바위가 많아 바위오름이라 불렀다 ⓒ 김강임

▲ 마을 제단 식산봉 중턱 제단 ⓒ 김강임

 바위오름, 군량미로 위장 왜구 침입 막아

 오름 입구에서부터 15분 정도 걸었을까? 식산봉을 바위오름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유인 즉 정상 부근에 도착하자 크고 작은 바위가 산재해 있었다. 이 바위는 장군석으로, 식산봉이 바위산이라는 것을 암시해 준다.

 식산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지정학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고려조와 조선조 때 소섬과 오조리 바다는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이에 당시 오조리 해안 일대를 지키던 조방장이 마을사람들을 동원하여 식산봉을 낟가리처럼 만들었다. 군량미를 쌓아 높은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왜구들은 먼 바다에서 군량미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것을 보고 병사도 그만큼 많을 것이라 판단하여 함부로 오조리 바다를 넘보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오름 이름을 식산봉(食山峰)이라 하였을까?

▲ 정상 식산봉 정상 ⓒ 김강임
  
▲ 정상에서 본 일출봉 일출봉 ⓒ 김강임
  
▲ 오조리 앞바다 식산봉에서 본 오조리 앞바다 ⓒ 김강임

 왜구들이 탐낸 오조리 바다... 그 의문 풀려

 제주올레 2코스를 걷는 사람들에게 땀을 식힐 수 있는 곳은 바로 식산봉 정상이 아닌가 싶다. 몸통이 작은 기생화산 정상치고는 꽤 넓은 정자가 놓여 있었고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의자들이 놓여 있다. 따라서 보온병에 커피를 가져간다면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으로 여정의 피로를 녹일 수 있겠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우도와 일출봉, 제주 동쪽의 해안도로 운치, 그리고 오조리 공유수면이 그림처럼 떠 있는 풍경, 이 그림은 제주의 동쪽 해안도로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식산봉 정상에서 보는 제주 동쪽 오조리 앞바다는 '왜 왜구들이 오조리 바다를 탐냈을까?' 하는 의문이 풀릴 것이다.

식산봉

▲ 식산봉 식산봉 ⓒ 김강임

식산봉은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313번지에 소재해 있으며 표고 60.2m, 비고 55m의 비교적 작은 기생화산이다. 오름은 주로 용암으로 이루어진 원추형 화산체이며, 주변에서 보면 도두라지게 솟아 있어 쉽게 구별이 가능하고 봉우리 언저리에는 장군석이라 부르는 왕바위와 함께 주변에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가 널려 있다. 식산봉 전사면에는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해송이 많고, 왕대나무가 무성하며, 동백나무, 까마귀쪽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등 상록교목이 우거져 있다.

 특히  제주도 해안과 전남 완도에서만 자라고 있는 환경부 특정야생동식물로 지정된 황근, 제주도와 거문도에만 분포한다는 상록의 덩굴인 후추(바람등칡)도 자생하고 있어 식물학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곳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청 관광정보 중에서
 

▲ 제주올레 2코스 식산봉올레 식산봉 올레 
ⓒ 김강임  제주올레 2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기사입니다

<제주의소리>

<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