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겉과 속(5)

  계획된 순서를 바꿔 해군기지 문제의 이른바 국책사업론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최근 지방변호사회 등이 제기한 특별법 제정 요구 등은 다름 아닌, 해군기지가 국책사업이냐 하는 지난 2005년 논란의 연장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국책사업’은 법적인 용어도 아니고, 제도로 규정된 개념도 아니다. 그런데 2005년에 왜 국책사업 논란이 일었을까? 두 가지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본다. 하나는 국가가 벌이는 사업인 만큼, 이런 저런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국가권위주의의 논리인데, 이는 주로 찬성론자들이 활용하였다. 2007년 4월에 윤태정 당시 강정마을 회장이 해군기지 유치 기자회견을 하면서 “국책사업인 해군기지는 조기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런 논리가 담겨 있었다.
  또 하나는 제주해군기지가 국방부 사업이냐, 범정부 차원의 사업이냐 하는 문제를 내포한다. 여기에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니 만큼,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고, 아울러 국가가 일정한 댓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어쨌든 이 문제는 2005년 국회에서 김우남의원의 대정부 질의에 대해 “해군기지는 국가안보차원에서 이뤄지는 국책사업”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사실상 일단락 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지난 2007년 1월, 논란 끝에 열린 해군기지 도민대토론회에서 당시 김태환 지사는 “제주해군기지가 국책사업이라면 국방부와 정부의 원칙적이고 공식적 입장 외에 적극적인 입장도 함께 표명돼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해군기지 건설 댓가로 뭔가 획기적인 지원을 은근히 기대했던 도민사회의 주류 여론을 반영한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국책사업 논란은 이렇듯 2007년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정부가 이렇다할 지원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열린 지방변호사회의 해군기지 토론회에서, 양조훈 부지사는 “국내 해군기지가 있는 어느 지역도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해 준 사례가 없다”는 언급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제주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제주 발전을 위해서도 범정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대통령의 이 말에 비추어 양조훈 부지사의 언급은 지나치게 옹색하지 않은가! 변호사회 주장대로 평택이나 경주사례에 비추어 범정부적 지원이라면 특별법 수준의 요구는 당연한데도 말이다. 일찍이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획기적인 경제발전이 이뤄질 것처럼 선전해오던 도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정부는 애초부터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지원책 따위는 생각이 없었다.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시설을 하는데 협조는 못할 망정, 특별한 지원을 요구하다니, 거꾸로 괘씸할 노릇인 것이다.
  지난 8월 주민소환투표가 끝나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제주도지사 소환문제를 들어,“도대체 국가안전보장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어느 나라 국민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환주체를 겨냥한 것이지만, 강력한 국가안보 당위론을 함의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에 지원책 운운은 끼어들 틈이 없다.
  참여정부 시절, 해군기지를 국책사업이라 정의(?)했던 이해찬 총리의 답변에서도, 범정부 지원 운운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6월 언급에서도, 전제는 ‘국가안보’였다.‘국책사업=정부지원’을 기대해왔던 도민들에게는 참으로 뒤통수 맞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국책사업이란 앞서의 첫 번째 의미, 다름 아닌 국가권위주의의 다른 이름에 불과했던 것이 아닌가. ‘국책사업’이란 말을 놓고, 동상이몽했던 시간들이 다름 아닌 지난 해군기지 논란과정이었다. 그 가운데, 도민들 목소리와 정부의 시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것이 바로 제주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찬반구도를 벗어난 특별법 지원이라는 제3의 목소리에 직면해서, 도는 사실상 컴잉아웃하고 있는 것이다. 국책사업=경제효과론 내세우며 추진하던 도가, 거꾸로 국책사업논리에 발목잡힌 셈이다.‘해군기지 지원사례 없음’을 증명하는데 애쓰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첨예한 해군기지 논란의 이면에 엑기스처럼 놓여있던‘국책사업’으로 상징되는 경제적 기대감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도민들은 근거도 없이 막연하게 기대감을 부풀려 왔던 것일까? 여기에서 오늘 날 대한민국의 이른바 ‘국책사업론’의 허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 <계속>

   필자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05년부터 「제주군사기지반대도민대책위」집행위원장을 맡아오고 있습니다.(2007년부터는「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공동집행위원장) 이제부터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 을 글로 써서 도민들게 알리고자 합니다. 필자는 이번 글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의 중심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것까지 드러내려 합니다. 그리고 모든 관계했던 인물들에 대해 실명을 사용할 것이며, 가급적 사실중심으로 풀어내지만 그 관점과 견해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으니 이에 대한 반론이나 이견도 경청하겠습니다.    아울러, 필자는 이 글에서 저의 직책을 표기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제 글이 기본적으로 한 국가의 국책사업이 이렇게 허술하게 추진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의문을 펴는 과정일 따름입니다. 이 글들이 이후 있을지도 모를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한 여러 후술에 참고할만한 근거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앞으로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둘러싼 쟁점들, ▲ 갈등 ▲ 환경 ▲ 국책사업론 ▲ 평화를 주제로 각각 몇 편의 글을 사실중심으로 쓸 것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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