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지수가 지난주 1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작성 발표하는 MSCI 세계주가지수도 금년 3월에 저점을 통과한 이후 7개월 사이에 무려 71% 급등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 걸쳐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위기상황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서둘러 시행했던 특단의 재정 및 통화정책들을 위기모드에서 정상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면 좋을 것 같다. 정부의 재정지출도 적당히 거두어 들이고 그 동안 영(零)에 가까웠던 중앙은행 기준금리도 상식적인 수준으로 인상해야 하겠는데 ‘전략’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조급한 시행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출구전략은 출구전략일 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

지난주 매일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폴 크루그만 교수는 이번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미국의 주택가격 거품, 가계부채 및 글로벌 불균형을 들었다.

‘글로벌 불균형’의 숙제

그가 말하는 글로벌 불균형이란 중국과 같이 저축을 하는 나라와 미국과 같이 소비하는 나라 사이의 불균형으로 이것이 무역과 부채의 불균형을 심하게 누적시켜 왔다는 것이다. 세계경제는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인류는 이제 훨씬 더 어려운 이 불균형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 이전 어느 시점에서 안 좋은 모양으로 이 불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그는 남겼다.

이와 관련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지 11/12월호에 실린 프레드 벅스텐(Fred Bergsten)의 ‘달러화와 무역적자: 워싱턴은 어떻게 다음 위기를 막을 것인가’라는 글이 눈을 끈다.

일반적으로 허용 가능한 연간 경상수지 적자의 한계는 GDP의 3%인데 미국은 현재는 6%, 2030년에는 15%가 되며, 국가 순대외채무도 허용한계는 GDP의 40%라고 하는데 미국은 현재 90%, 2030년에는 140%로 늘어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대체로 이런 문제에 대한 처방은 중국 등 신흥국들의 ‘수출억제 및 내수진작’이었다. 그러나 벅스텐 박사는 보다 실질적인 권고를 덧붙인다.

첫째, 미국 달러화가 누리는 국제결제통화라는 지위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국제시장에서 달러화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환영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둘째, 미국이 세계무역에서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소비자’(Consumer of last resort)라는 위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 소득세 대신 소비세를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불균형을 개선하는 해법으로 벅스텐 박사가 미국 달러화의 다운사이징을 거론한 것은 매우 중요하고 적절한 착상으로 보인다. 사실 달러화의 지위와 미국의 수입 의존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환율이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에 다툼이 끊일 날이 없는데 미국은 이 싸움에서 항상 피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 달러의 달러에 대한 환율은 항상 ‘1’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일률적으로 달러화의 고평가(자국통화의 저평가)를 바라는 현상, 이것이 80년대 이후 수십년간 달러화의 거품(strong dollar)을 떠받쳐온 또 하나의 신기루가 아니었을까. 무역적자국의 화폐가 저평가되어 다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게 된다는 시장 메커니즘은 달러화에 관한 한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약 20조 달러가 외국인의 수중에 있다. 여러 나라들의 외환보유고도 64% 정도가 달러화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미국이 소비의존형 모델에서 수출주도형 모델로 방향전환을 하고 마지막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단호히 거부하려 할 때 이 엄청난 양의 달러화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최종소비자 역할 끝나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지구온난화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당장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으므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금부터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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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수출은 어디까지 내수시장으로 대체 가능한 것인가? 한중일 경제협력체제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는가? 일본 정계의 민주당 등장이 동북아 지역 화합에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형성할까?

크루그만 교수가 던진 인류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숙제라는 단어가 적지 않은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우리는 이런 미래를 내다보며 희망을 마련해야 한다. / 전 제주은행장 김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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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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