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힘 (10) 이동휘 삼성물산 부사장
"제주발전 위해서 도민은 양보하고, 공직사회는 변해야"

▲ 삼성물산 이동휘 부사장. 그는 삼성물산 재무최고책임자(CFO)로, 향후 삼성그룹을 이끌어 나갈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은 세계 속의 삼성그룹의 위상을 그대로 말해준다. 34층(A동) 32층(B동), 43층(C동) 규모의 초고층 빌딩 3개가 우뚝 서 있다. 뉴욕 맨하탄 그 이상이다. 이 곳에 근무하는 인원만도 9000여명에 달한다. 이중 B동 맨 꼭대기 층인 32층엔 제주출신 이동휘(54.제주시 이도2동출신) 삼성물산 부사장실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물산 CFO(재무최고책임자)가 그의 직책이다. 제주제일중과 제주일고(18회) 출신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해 지난 1981년에 삼성에 입사(공채 22기)했다. 1998년 임원이 되기 전까지 줄곧 삼성물산 재무분야에서만 일해 온 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전무승진 4년만인 올 1월 삼성물산의 상사와 건설을 총괄하는 CFO(재무최고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삼성물산 총매출이 11조8116억원이다. 그의 손을 통해 오가는 돈의 규모다. 삼성 입사동기 2000명 중 가장 먼저 임원으로 승진했고, 이번 부사장 승진도 동기 3명과 함께 선두로 나서 향후 삼성을 이끌어 나갈 차세대 주자로 꼽히고 있다. 
삼성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한다. 삼성이 만들면 표준이 된다. 그 스탠더드 한 복판에 서 있는 이동휘 부사장이 말하는 제주는 어떨까?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기위해선 어느 정도 노력을 해야 할까? 또 지도자와 도민의 몫은 무엇인지. <제주의소리>가 삼성물산 이동휘 부사장을 만났다.

- 이동휘 부사장이 보는 제주사람은 어떤가? 항상 1%라고 말하는데, 정확한 평가인가?
“인구비례로 보면 전국 1% 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실제 중앙에 진출한 사람을 보면 적어도 3~4% 점유비는 분명히 있다. 필요한 곳에 찾아가 보면 제주사람이 반드시 한사람씩은 있다. 다만 다른 분야에 비해 경제계 진출은 부족한 편이다. 제주출신 중에 크게 사업을 일으킨 분이 없어 그런지 몰라도 상업을 하거나, 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전문경영인을 보더라도 3~4% 비율에 비하면 적다. 삼성도 별로 없어서 어떤 때는 고민이 된다. 모든 조직의 중심에 진출한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관료도 좋고, 군인도 좋다, 특히 세계가 경제전쟁시대인 만큼 경제계로 많이 와 줬으면 좋겠다. 그게 제주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 삼성에서 제주출신은 어느 정도인가. 고위직은 어느 정도 있는가?
“삼성은 현명관 회장(현 삼성물산 상임고문) 이후로는 제가 가장 고위직에 있다. 후배들로는 상무 이하 간부급에 포진돼 있지만, 제주에 있는 호텔신라에 근무하는 제주출신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그룹계열사에서 제주출신 숫자는 많지 않다. 임원도 많지 않다. 가끔 서로 연락하는 임원도 몇 몇 있지만 그게 다니까 열악한 입장이다.”

▲ 1981년 삼성에 입사한 그는 동기와의 승진경쟁에서 줄곧 앞장서 왔다. 올 1월 부사장 승진에도 동기 4명이 가장 선두에 섰다. 서초동 B동 맨꼭데기 32층에 그의 부사장실이 자리잡고 있다. ⓒ제주의소리
- 왜 그런가. 제주출신 오너기업이 별로 없다는 게 이유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없는지?
“척박한 땅에서 생활해 온 제주사람들에게 직업군이란 게 과거부터 많이 이야기 돼 온 ‘사농공상(士農工商)’이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다. 그러다 보니 육지로 와서 열심히 공부해 고시나 사시를 거쳐 입신양명의 길로 가야겠단 의지가 강하다. 경제계로 진출하는 분들은 결집력이나 의지가 다소 약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LG이노텍 허영호 사장, 현대엠코 김창희 부회장은 제주사람의 긍지를 갖게 하는 훌륭한 분이다.”

- CFO라고 하면 기업의 재무최고책임자다. 대기업에선 이미 일반화된 직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좀 낯 설다.
“과거 일본식 경영기법이 도입됐을 땐 관리본부장이었다. 회사의 경영계획을 완성하고, 자금과 금융, 각종 조세문제를 해결하면서 영업을 지원하는 체제다. 이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전반적인 회사살림보다는 현금을 중시하고 부가적으로 현금을 창출해 나가면서 회사를 발전시켜나가는 역할을 맡는게 CFO다. 미국제도를 따 왔지만 이제는 그룹계열사나 많은 회사들이 도입하면서 회사의 경쟁력과 체력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 그러려면 국제적인 경제흐름에도 매우 민감해야 겠다. 환율이나 주식도 그렇고.
“환율도 예측 가능할 정도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어야 한다. 회사 가치판단의 기준인 주가도 관리해야 하고,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투자자,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1년에 한 두 차례는 해외에 나가 직접 IR(Investor Relation, 투자자를 위한 기업 홍보)도 가져야 한다. 내부적으론 경영실상을 종업원에 직접 알려 회사 경영현상을 공유함으로써 직원들의 충성심도 같이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 삼성물산은 그룹 모태회사라고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 삼성그룹의 핵심이다. 이 자리까지 오르기에는 부단한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삼성물산은 그룹 모태회사다. 선대 회장이신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에 대구에 삼성상회 설립했는데 그게 오늘날 삼성물산이다. 그런 연고로 삼성전자 지분 4%를 아직도 보유하고 있고, 영업력을 제외한 자산가치만으로도 굉장하다는 외부 평가를 받고 있다. 1975년 우리나라 제1호 종합무역상사로 지정받아 무역역군으로 거듭나고, 경제발전을 견인하는데 상당히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그런 특성 때문에 우수인재들이 삼성, 특히 삼성물산을 지망하고, 우수인재들로 인해 회사발전은 거듭됐다.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 이동휘 삼성물산 부사장 ⓒ제주의소리
- 개인적인 역량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한국은 그래도 곳곳에 연고문화가 존재한다. 기업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혹 지금까지 성장해 오면서 연고란 측면에서 외롭다거나 한계를 느껴본 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다른 그룹의 비해 삼성의 장점은, 우수한 기업문화 DNA라는 게 그런 연고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서로 그것을 회피한다. 삼성엔 학벌도 지역연고도 없다. 친인척도 없다. 오로지 개인의 출중한 능력, 회사와 나라에 대한 충성만 있다. 이런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양성하기 때문에 인연에 의해 외로움을 느끼거나, 인연의 부족함으로 실망하는 것은 없었다.”

- 제주소식은 자주 접하고 있는 편인지.
“자주 듣는 편이다. 집으로 제주지역 신문도 배달된다. 재경 도민회보도 오고, 재경 제주시모임 회보도 주기적으로 보내준다. 제주소식을 접하는 데는 별 어려움 없다. 미안한 게 고향땅을 자주 찾아보지 못한다는 게 형제나 주변 분들에게 죄송스럽다.”

- 삼성물산 CFO이다 보니 해외출장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 각국을 보면서 뛰어난 관광지도 많이 볼 기회도 있게 되고, 그러면 또 자연스레 제주에 대한 생각도 떠오를 것 같은데.
“제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 관광자원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 자원을 그대로 보전하는 방법도 있고, 어느 정도 개발해 부가가치를 배가시키면서 관광수입을 올리는 방안도 있다. 어느 게 정답이라고 이야기 할 순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주는 많이 낙후돼 있고, 제주자본이나 한국자본만으론 제주를 부흥시켜 세계관광지로 발전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세계자본을 유치해야 하고, 그러긴 위해선 어느 정도 (제주도민이)양보하면서 제주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외지인, 외국자본을 이해하고, 시간을 갖고 기다려 줘야 하는데 ‘끈기’나 ‘기다림’ 측면에서 보면 제주도민들은 약하다. 외지인, 외국자본에 대해 굉장히 배타적인 자세를 보이는 점도 안타깝다.”

- 그렇다고 무분별한 개발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떤 원칙은 있어야 하지 않나?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 제주해안가에 무수히 들어서 있는 횟집들이 제주도민들이나 한국사람들 입장에선 식사할 수 있는 장소로 당연한 것으로 보지만, 외국인에겐 볼썽사나운 곳이다. 그렇게 경치 좋은 곳은 그대로 놔둬야 하는데 전부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위생상태가 청결하지 못해 환경에도 좋지 않다. 생업을 영위하는 분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시정돼야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올레길은 굉장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제주다움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통팔달도 좋지만, 제주중산간을 너무 잘 뚫는 것은 관광으로 본다면 곤란한 측면도 있다. 제주만이 가질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

- 제주 경제발전 모델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한다. 아직 시작한지 몇 년 안됐지만 국제자유도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도 많다. 외부에서, 제주출신이기 이전에 경제인으로서 보는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해 평가해 달라.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주는 명확한 개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제주도가 세계 속의 관광지가 되기 위해선 세계인들이 큰 불편함 없이 오갈 수 있어야 한다. 항공편과 배편도 쉽게 확보돼야 하지만, 또 그분들이 와서 제주도민들의 전통적인 생활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우리보다 초현대적 시설에 생활해 왔기 때문에 언제든지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초현대적 시설도 필요하다. 리조트단지도 개발되고, 특히 컨벤션운영이 잘 돼서 각종 대규모 회의나 정상회담이 동남아에서 열린다면 그 장소가 제주도로 선택될 수 있도록 지명도를 높여 놔야 한다. 특별자치도에서 많은 노력하고 있지만 더 많이 노력하고, 도민도 적극 동참해서 제주도를 세계 속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것만이 후손들을 위해 지금의 제주도민이 해야 할 사명감이다.”

▲ 전 세계를 돌아봐도 제주만큼 관광자원이 좋은 곳은 없다고 말하는 이 부사장, 그러나 그는 보전하면서도 개발할 곳은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주의소리
- 어떤 게 부족하다고 보나, 제주는 지금 내국인카지노나 영리병원 도입을 놓고 한창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제주도정은 이를 적극 도입하려 하고, 이에 우려하고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제주도는 사계절 휴양지가 돼야 한다. 세계적 휴양지는 1년 사시사철 좋은 기후, 좋은 날씨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분명한 사계절이 있는 제주는 사계절 상품을 세계화한다면 승산이 있다. 한라산 자연림보전도 중요하지만 쓸모없는 잡목지역은 과감히 현대적 시설, 예를 들면 제주도 많은 눈이 내리는데, 그것을 스키장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 남국에서 스키를 즐기는 건 정말 환상적인 아이템이다. 올레길을 만들 듯이 최근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오름등반도 자연훼손이 안되는 범위에서 좀 더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제주에 가 보면 제주건축의 특색이라는 게 전혀 없는데, 제주초가집을 비롯해 전통가옥을 복원하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 외지인, 외국자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는 게 결국은 개발에서 오는 불편함 등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가?
“사촌이 밭을 사면 배 아픈다는 속담이 있는데, 특히 제주에 가장 부합되는 속담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주도가 양보해야 할 게 굉장히 많다. 과거 감귤농업이 흥성할 땐 전국대비 제주소득은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낮다. 그런데도 인구대비 자동자 보유는 가장 높다. 자연보호차원에서도 자동차 대수부터 제한해야 한다. 하와이나 상가포르도 하고 있는데 배기량 기준 적정대수를 총량으로 정해야 한다. 깨끗한 공기를 먼저 보존해야 한다. 섬이라고 공기가 다 좋은 건 아니다. 지하수도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다. 앞으론 물전쟁 시대다. 특히 제주는 물이 귀함을 잘 알면서 지하수 보호를 망각하는 듯하다. 물산업, 우수한 물을 부흥시킬 있는 산업을 생각하면 우리가 양보해야 할 게 더 많을 수 있다.”

- 제주사회가 갈등에 휩싸여 있다. 해군기지도 그렇고, 각종 정책을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제주가 평화의 섬은 분명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안보가 보장돼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 제주사람이 우리 손으로 지킬 때 평화의 섬이 된다.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보완시설이 필요하고 그게 해군기지다. 그걸 이해해야 한다. 장소도 불만족스럽다. 깊은 수심이나 대형선박 입출입을 감안하면 화순이 적지였다.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다른 곳이 됐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거기에 근무하는 자식들 보기위해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이 면회 가고, 며칠 머무는 동안 쓰는 돈이 다 제주에 쌓인다. 경관을 파괴하고 그걸로 전쟁을 유발하는 것도 아닌데, 제주도-대한민국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혐오하고, 비판다고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긍정적으로 받아줘야 한다. 제주도민은 하나가 돼야 발전한다. 과거 선배들 이야기 중에 ‘좁쌀 근성’이라는 게 있었다. 아직도 일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화가 나지만, 솔직히 그런 구석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제주를 크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나와서, 제주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 결국은 지도자의 몫인 것 같다. 제주도민들을 껴안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은 지도자가 도민들과 함께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주가 사농공상으로 공무원-관료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는데, 제주사회는 공무원들의 세(勢)가 너무 세다.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공직자들 생각이 변화와 혁신과는 약간 동떨어져 있을 때가 있기 때문에....이젠 제주도 공직사회도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러니 한 게, 부모들이 고생하면서 자식공부를 가장 많이 시킨 게 제주도다. 육지로 가장 많이 보냈다. 인구는 1% 안되지만 각 분야에 3~4% 점유한 게 제주사람인데, 그런 진취적인 모습과는 달리 제주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공직사회가 폐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발전에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직사회나 관료사회는 물론 보수성을 띠어야 한다. 너무 개방적이고 혁신적으로 나가면 도민이 어지러울 때도 있고 불안해 할 수도 잇다. 그러나 너무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면 안된다. 보수적이면서도 발전 지향적이어야 한다.”

▲ 이동휘 삼성물산 부사장 ⓒ제주의소리
- 제주는 경제도 농업과 서비스업 중심이다. 제조업도 없다. 또 민간경제 분야가 약해서 모든 분야에서 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태생적으로 화산지대란 구조적 문제 때문에 농업이나 산업이 쉽지 않다. 지난번 구좌읍에 스마트그리드 시범단지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게 제주산업의 모범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서비스산업이란 게 금융산업이나 관광산업이다. 금융산업으로 나가기 위해선 홍콩이나 상해 버금가는. 싱가포르에 견줘서 손색없을 정도로 산업이 부흥해야 한다.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게 보통 어려운 일 아니다. 당장 10년~20년만에 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 제주도를 이끄는 리더들 입장에서 당세대가 아닌, 차세대 차차세대를 본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지금부터 한 걸음씩 나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 세대에 다 이룬다고 덤비면 굉장한 시행착오를 범한다. 결국 그 손해는 제주도민에게 가고, 제주도민은 과거 겪은 아픈 상처 때문에 ‘발전이란 명목으로 가슴에 다시 못을 박는 구나’라는 생각에 더 폐쇄적이 될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부분을 하려고 덤비지 말고, 하나씩 차곡차곡 발전시켜 나간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짜줬으면 한다.”

- 서비스 산업 중 하나라 금융산업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주에선 역외금융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삼성물산 CFO 입장에서 제주 역외금융센터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역외금융이라고 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역외금융중심지가 되려다 보면 자칫 잘못하면 텍스 헤븐(조세회피)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세계경제 흐름과 정반대로 가는  위험이 잇다. 긍정적 측면에서 잘되면 좋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 많은 나라 도시들, 동경이나 상해 홍콩 상가포르가 하는 기능을 우리가 대신한다거나, 그들을 능가할 수 있다는 식으로는 발전시켜 나갈 수는 없다. 결국 금융산업은 관광산업을 부흥시킨 후 부수적으로 제주도에 돈이 모이게끔, 또 제주에 요양시설을 많이 갖춰 놓고, 제주에 금융계좌를 많이 트고 해외에서 돈이 들어오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제주도에 역외금융을  뭘 어떻게 한다는 발상도 좋지만 굉장한 시행착오를 가져올 수 있다.”

- 의료산업 이야기도 많다. 우수한 인재를 끌어오자면 의료 교육시설이 필요하고, 우수한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선 영리병원이라야 된다는 게 제주도정이 밝히는 이유다. 물론 여기엔 많은 논쟁도 있다.
“물론 의료산업, 요양산업도 제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주기후가 요양하기 좋은 기후라고 볼 순 없다. 여름엔 무덥고, 봄 가을엔 청명한 좋은 날씨가 1년에 60일 정도 밖에 안되는 걸로 아는데, 그렇다면 요양산업에 적합한 지역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부가산업으로서 요양산업이 필요하다면 그쪽으로 개발하고, 그러려면 외국자본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결국 영리가 있어야 유지가 되고, 적정한 이윤이 보장되면서 과실은 제주에 떨어뜨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선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의료요양산업이다.”

- 이 모든 것을 해 나가는 게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제주는 그동안 사람을 잘 안 키운다, 어른이 없다, 원로가 없다는 말을 한다. 잘되면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밖에서 보는 고향 제주는 어떤가?
“국가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우리나라도 이젠 이중국적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기유학이다 해외유학이다 하면서 해외로, 특히 미국으로 많은 인재들이 나간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그리고 박사학위 소지자 중에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군대를 면제받기 위해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재취득 못하게 하고, 입국도 못하게 하면 대한민국은 많은 자원을 빼앗긴다. 많은 돈을 들여 공부시키고 박사를 만들었는데 미국은 남의 돈으로 키워 놓은 우수한 자원을 공짜로 얻는다. 국가적으론 엄청난 손해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대학 나오고 생활하다가 제주에 오면 간혹 제주사투리를 잊고 서울말을 쓸 수 있다. 그러면 농반진반으로 ‘육지사람 다됐다’고 한다. 서울사람과 제주사람은 생활패턴과 생각하는 게 다른데, 이를 배타적으로 접근한다. 감귤밭 팔아 있는 돈 없는 돈 들여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냈는데, 제주에선 그런 것에 ‘선’을 긋고, 고향에 못 오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 현재 제주에는 훌륭한 분도 많고, 그들이 제주를 많이 발전시켰지만, 외부에서 다시 고향에 들어가 적응하고 일하기엔 굉장히 힘든 곳이다. 뭔가 서로 벽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내 자신이나, 선배, 주변에 있는 후배나 동료들도 그런 생각을 한다. 미국이 세계의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건 미국에 왔다는 것에서부터, 미국인 피만 섞여 있으면 전부 미국시민이란 생각이 있기에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모든 면에서 이겼다. 반대로 배타적인 나라는 다 망했다. 제주도가 국제관광도시, 세계화된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외국석학들도 중요하지만 제주를 떠나서, 밖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수한 제주인들, 두뇌들이 고향에 갈 수 있게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

▲ 이동휘 삼성물산 부사장 ⓒ제주의소리
- 삼성은 지금 제주에 신라호텔이 있다. 앞으로 삼성차원에서 제주에 추가로 투자할 가능성은 없나.
“아직까진 그룹의 계획이나 청사진에 대해 정보를 알고 있을만한 위치가 아니다. 삼성입장에선 제주신라호텔을 통해 제주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호텔신라를 두게 되면 제주사람이 그만큼 편하다. 보수를 감안하더라도 여러 가지 배네핏(이득)이 있다. 그런데 신라에 가보면 제주출신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서울직원 외부직원이 많다.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제주사람 밥벌이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들어가야 하고, 제주사람 가점도 달라고 주장해야 한다. 점수가 비슷하면 제주사람 먼저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제주신라에서 일을 잘하면 서울신라도 오고, 삼성그룹 관계로 옮기면서 크게 성장할 기회도 있는데, 그런 취업 기회를 줬는데  찾아먹는 경우가 많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안타깝다.‘

- 11월엔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를 연다. 인구로 보면 1%, 각 분야에 퍼진 인재로 보면 3~4%의 힘을 하나로 모아 제주발전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당장 시작하는 입장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야 한다. 해외상공인을 대표한 분들이 일본에 있다. 그들은 제주에 대한 향수 때문에 애착이 많고 투자 많이 하고 싶어 한다. 그런 분들에게 실망을 줘선 안된다. 그리고 단편에 끝나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번 뉴욕출장 중에 뉴욕 한인회에서 굉장한 역할을 하는 분들 중에 제주출신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분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에 끌어 들인다면 큰 힘이 된다. 힘이란 게 모였을 때 큰 힘이 된다. 자본 규모로 볼 때 당장은 큰 힘이 안될 수도 있지만 조금씩 불려나가면 제주발전에 굉장한 힘이 된다. 제주도를 당대에 크게 발전시킨다는 게 아니라, 50년, 100년 대다보고 점차적으로 큰 그림을 환성시키는 제상대회가 돼야 한다. 내 자신도 제주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어 다니겠다.”

▲ 이동휘 삼성물산 부사장 ⓒ제주의소리
- 마지막으로 고향제주에 조언해 달라.
“예전에 문뜩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섬이란 특성이다. 일본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가 있다. 본심과 겉으로 드러나는 게 다르다. 겉으론 아주 친절한척 하면서도 겉으로 죽일 놈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사람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예의바른 듯하지만 속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도 똑같다. 누가 뭐라고 하면 겉으론 ‘경 헴시냐’ 하지만 속으로 ‘웃기지 말라’고 할 때가 많다. 일본이나 영국, 제주를 구체적으로 조합하면 공통된 게 뭔지, 무엇이 이 사회발전을 이끌었고, 이 나라를 부흥하게 했는지를 안다면 제주사람이 못할 게 업다. 거꾸로 섬이란 폐쇄성을 역동성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 면에서 본다면 움츠려들 필요가 없다. 자수성가 하신 분들을 보면, 자신의 과거가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던 분들이 있다. 과거 제주가 워낙 못살았기 때문에 제주출신이 아니라고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거 반성도 하고 제주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 그 분들을 조합하면 제주에 굉장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제주사람들 ‘좁쌀’이라고도 말하지만, 나무랄 부분도 분명 있기는 하지만, 좁쌀이라고 서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다 모아 에너지로 분출시키면 단합된 힘으로 나올 수도 있다. 섬으로서 일본이나 영국을 능가할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런 섬이 물론, 세계 금융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런 섬들도 성공했는데 제주가 못하란 법이 없다. 하면 된다. 다만 한꺼번에 하려면 시행착오가 너무 크기 때문에 원대한 계획을 짜서 착실하게 해보자는 것이다. 적어도 50년 내에만 제주를 우수산 섬으로 만든다면 충분한 것 아니냐.”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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