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 시장논리에 밀린 '참언론'

<경향> 인터넷 판을 보다가 오른 쪽에 자그마케 뜬 '위클리 경향'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 기사를 읽고 나니,  내가 한 때 사랑했던 그리고 수 차례 '특종'을 날렸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간다.

2000년 1월 5일~6일 <한국일보>를 통해서 한국전쟁 당시 남한 군경에 의한 ‘대전형무소 정치범 처형’관련  1급비밀 문서(미정부 문서 보존소 소장)를 발견하고 비밀해제, 특종 기사로 나간 것이 월간<말>과의 인연이 되었다.

그해 1월 1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뉴욕 출발,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월간<말> 사장과 편집부장이 나를 마중 나왔다.

쉬지도 못하고 바로 월간<말> 회사로 가서 비몽사몽간에 '인터뷰'를 했고 그 기사가 월간<말> 2월호에 특집으로 실렸다.

2000년 8월 월간<말> 출판부를 통해서 <죽음의 예비검속 : 한국전쟁 전후 양민학살 진상조사 보고서>를 내 놓을 수가 있었다. (참고: 경북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음, 오래전에 절판)

그후 나는 '5.16과 양민학살"이라는 연재기사를 계속해서 내 보내었었다.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 암살관련 비밀문서도 찾아내어 공개하는 '특종'기사도 월간<말>에 내 보냈다.

수년 간 월간<말>과의 나의 '인연'을 이렇게 지속되었다.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동행취재'들이 있다.

'진도 앞바다 갈매기섬의 원혼들' (이종태 기자와 동행 취재) [전라남도 해남 지역 민간인들 수백명이 영문도 모르고 군경에 의해서 학살, 그 유골들이 동백나무와 칡 뿌리에 감겨져 있었다...그 유품들...]

' 전주형무소 정치범 처형, 현장발굴' [박진희 기자와 수일 간을 타임머신을 타고 헤매었다. 드디어 그 참혹했던 학살의 현장을 찾아내었다. 쓰레기처럼 덤프해 버린 유해들...그리고 당시 형무관이었던 이순기(80세)씨의 생생한 증언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경영악화도 악화지만, 나는 원고료를 한 푼도 받은 적 없고 나의 책에 대한 인세도 한 푼 받은 적 없이 모두 월간<말> 살림에 보탬이 되라고 ....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 거주하는 나의 지인들에게 월간<말>을 수년간 보급하면서 알리는 일도 했었지만, 팍팍한 생활 때문인지 처음 20권으로 시작한 '사업'이 그 다음해에는 10권으로 줄었고, 그 후에는 중단되었다. 우송료가 워낙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또한 있었다.

어제는 책장을 정리하면서, 보급하다가 남아 있었던 잔여 <말>들을 쓰레기 처분하려고 방바닥에 내려 놓았는데, 예전 '사랑'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이도영 편집위원 ⓒ제주의소리
다시 책장으로 올려 놔야 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내가 올린 기사가 들어 있는 8권만 책장에 꽂혀져 있는 게 나를 갈등하게 만든다.]

'시장논리'에 의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월간<말>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아듀, 월간<말>이여!

'어디에다 이 나의 심정을 끄적 거릴까?' 하다가 이 자판을 두들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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