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이 만난사람] 기자출신 남병곤 제주경마본부장
“제주마 논란 바로 잡을 것...유소년승마단 창설 엘리트선수 육성”

  남병곤 한국마사회 제주경마본부장은 불과 40여일 전만 해도 현장을 발로 뛰는 국민일보 선임기자(記者)였다. 1990년말~2000년초에는 3년간 주재기자로 제주에 터를 잡았었다. 그리고 본사로 올라 간지 9년만에 다시 제주에 왔다. 이번엔 기자가 아닌 한국마사회 상임이사란 직함을 달고 왔다.
이쯤 되면 흔히 ‘낙하산’인사라고 할 법 하지만 그를 아는 이들은 “이젠 아예 직업을 바꾼 거야?”라고 되묻는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중 승마는 레저수준을 넘어선다. 국내  승마역학 박사 1호다. ‘승마와 조교’란 책도 펴낸 실기와 경영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다. 탐라대학과 단국대학에서 기승술 이론과 실기강의도 했고, 서울기방경찰청 기마경찰도 지도교수로 한 가닥 했다. 그는 제주경마본부장으로 내정되자 손을 꽉 쥐었다고 한다. 평소 승마-경마산업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말의 고장 제주에서 펼칠 수 있는 ‘하늘의 주신 기회’가 왔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 내려온 후 말산업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인사치레가 아닌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게 그를 만나본 업계 사람들의 전언이었다. ‘진정성’ 이 있다는 것이다. ‘말(馬)의 남자’로 돌아온 남병곤 본부장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 국내 승마역학 1호 박사로 자타가 공인하는 말 전문가이자 현직 기자로 취재현장을 누비던 남병곤 국민일보 선임기자가 한국마사회 제주경마본부장으로 '말(馬)의 남자'가 돼 제주로 왔다. ⓒ제주의소리

- 취임사에서 지금까지 경마위주로 돼 온 말산업을 경마와 승마 양대 축으로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 달라.
제주는 경마 승마 두 분야 인프라가 잘 돼 있는 곳이다. 경마가 승마에서 시작해 경마로 발전해 나가는 게 우리나라는 경마자체로 유지돼 왔고, 승마는 도외시 돼 왔다. 승마는 완벽한 스포츠 영역이고, 경마는 게임이 들어있어 레저 쪽으로 가고 있는 두 축이다. 양 축이 같이 가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승마가 도외시 됐다. 승마가 가진 자의 전유물로 치부되다 보니 승마조건이 구비 돼 있음에도 토양자체가 자유롭게 승마할 수 있는 토양이 안 돼 승마인구 저변확대가 안됐다.
김광원 한국마사회 회장의 경영모토가 경마와 승마 두 바퀴가 동시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승마인구 저변확대가 결국은 경마 홍보요원이자 우군이 된다. 많을수록 경마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오게 된다.”

한국 승용마 시장 연3000두 수입...제주산마로 대체하면 소득창출 엄청나

- 승마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제주 말생산 농가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
“말생산 농가가 좋아진다. 현재 제주 말 생산 농가에게는 주경마장에 경주마로 등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비전이 없다. 해 봐야 식용이나 관광승마장이 고작이다. 승마와 경마 두 축 아우르면서 승마 수요를 극대화시켜 생산농가에게 비전을 가져다 줘야 한다. 비전이 없으면 결국은 승마도 죽고 경마도 죽는다. 그 첫 번째 단계로 한국형 승용마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사람이나 아시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승마 체구는 역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체고가 140~145cm가 가장 안전하고, 기승을 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탈 수 있는 사이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제주마필 생산농가에 제주산마 체고가 평균적으로 140cm를 거의 유지한다. 한국과 아시아 승용마 진출의 완벽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게 제주다.”

- 현재 승용마는 대부분, 거의 수입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걸 제주산마로 돌리겠다는 것인데. 가능하나?
“승마 선진국은 독일이다. 독일은 승용마로 결코 더러브렛을 타지 않는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다. 그들은 철저히 인공수정한 브랜드화 된 말을 경주마로 탄다. 경주마는 더러브렛 등 혈통화된 말이지만 승용마는 철저히 브랜드화로 간다. 제주산마를 브랜드화시키면 그 자체가 승마용시장으로 완벽하게 구축이 된다. 일본 럭세스가 브랜드 하나로 회사가 된 것처럼 제주산마 자체로 한국 승용마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외국에서 승용마로 사들여 오는 말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1년에 최하 2800두다. 실제는 3천두가 넘는다. 그런데 그들이 외국에서 들여온 승용마를 만족스럽게 타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많은 경우 실패한다. 그 이유는 체고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버거운 말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더러브렛을 타야하는 게 맞지만 즐기는 승마가 목적이라면 굳이 큰 말을 탈 필요가 없다. 외화유출이 엄청나다. 수입말은 조금만 흠집 나도 몇 백만 원 들여 도색하는 고급 수입차처럼 관리비가 많이 든다. 그렇다고 말이 좋으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반면 제주마는 지구력도 좋고 관리비용도 적게 든다. 관리하기가 탁월하다. 체형도 우리와 맞기 때문에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완벽한 3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승용마 시장을 확대해 경마장 넣는 가격과 같거나, 아니면 그것보다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도록 바닥을 정비해 나가겠다. 그래야만 제주산마 생산자 농가에 비전이 있게 된다.”

“혈통없는 말이 뛴다는 것 난센스...제주마 가이드라인 제시할 것”

- 경마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힘들고 시급한 과제가 제주마 기준에 대한 논란이다. 이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제주마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어 놓으면 그 흐름대로 잘 갈 수 있는데, 제주마는 처음부터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이 문제가 불거졌는지에 대한 출발자체에 대한 시비논란보다는 현재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최대 공약수를 만들 수 있는지를 놓고 고민 중이고, 거의 윤곽은 잡혔다. 제주경마장에서 결코 시비대상이 되는 제주마가 뛰도록 계속 시간을 유예해 줄 수가 없다. 전 세계 어느 경마장을 막론하고 명확한 혈통이 없는 말이 뛴다는 것은 난센스다. 제주경마장은 제주마를 위한 경마장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탄생한 만큼 그 정체성도 살리고 생산자와 마주 등  이해관계 당사자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마사회도 수용가능하고 외국 유수의 경마단체가 봐도 웃음거리가 안 되도록 경마본부에서 제주마 경주에 대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 부분들을 지혜롭게 탄력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시장을 보면서, 경마팬에겐 서비스 차원에서 또, 제주도 발전차원에서 거시적으로 보면서 정책을 펼치겠다.”

- 그럼 제주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경마본부 차원에서 만들겠다는 뜻으로 봐도 되겠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오히려 생산농가나 마주, 말산업 발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론 서로간의 갑론을박 강도가 세지고, 골이 더 깊어져 봉합이 안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세월보다 더 많이 잃어버릴 수 있다. 관련된 분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머리를 맞댈 건 맞대 줬으면 좋겠다.”

“유소년승마단 창단...5~6년 후 제주출신 엘리트 승마 경마선수 배출 될 것”

▲ 남병곤 본부장. 그는 제주마산업을 위한 3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제주의소리
- 제주경마본부에서 제주말산업 발전을 위한, 특히 그 중에서도 꿈나무 어린이들을 육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도가 말의 고장이면서도, 인프라는 아주 확실하게 구축돼 있음에도 우스운 것은 제주도가 배출한 엘리트 승마선수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 승마인구가 다른 도에 비해 인구비례로 가장 많고, 승마 동호회도 30~40곳이나 된다. 그럼에도 엘리트 선수가 없다. 제주도교육청과 11월 3일 MOU를 체결한다. MOU에 구체적으로 명시는 안 돼 있지만 서로 확인한 사항이 유소년 제주승마단을 창단하자는 것이다. 현재 레저세 일부가 교육세로 들어간다. 말산업 통한 레저세, 말이 벌어다 준 돈이다. 그 이익금 전체를 말을 위해 쓰라는 건 아니지만 지극히 일부분이라도 제주도와 교육청은 반드시 말산업 위해 재투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설정돼야 한다는 게 개인적 바람이다. 그렇게 돼야 제주말산업 발전이 미래지향적이 된다 교육청 관계자와 협의했다. 초등학교 1~5학년이 대상이다. 그들이 중학교가면 바로 소년체전에 나가고, 당연히 고등학교가면 선수로 성장하고 금방 대학에 간다. 유소년 창단 후 5년 정도 지나면 엘리트 선수가 학생에서 배출된다. 고목나무에서 열매를 따려는 심정은 급해서 그렇게 되겠지만 아예 처음부터 싱싱하고 좋은 나무에 물을 주는 마음으로 유소년 승마단을 창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들의 역할이 크다. 상징적 의미도 있다. 엘리트 선수 배출 통로가 되고, 승마에 대한 눈높이를 그들을 통해 배울 수도 있다.”

- 결국 말산업 발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제주가 말산업 메카로 나가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말산업과 관련된 수준 높은 교육은 없어 왔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말 산업 관련자들의 눈높이가 조금 높아져야 한다. 세계적인 말산업 흐름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감을 잡아야 하고, 자신의 위치와 갈 길을 정확하게 터득할 수 있어야 한다. 말산업 CEO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제주도내 대학, 제주경마본부, 일본이나 독일 유수한 말관련 대학 등 4곳이 공동주최로 CEO과정을 개설키로 도와 협의했다. 말선진국을 견학도 하고, 실제 필드에서 말 생산에서부터 마지막 도태되는 순간까지 전체적인 시장을 한눈에 보고 정보를 취득하는 교육의 장을 열어야 미래가 잇다.”

- 지금까지 경마장 하면 긍정적면보다 ‘부정적’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물론 제주본부차원에서 경마장이 아닌, 경마공원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도 많이 있어 왔지만 좀 부족한 감도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11월1일 개장하는 ‘해피랜드’는 아주 의미있는 시도로 보인다.
“해피랜드가  다른 경마장 찾아볼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제주경마공원은 경마장 트랙 밑으로 지하보도를 만들어 경마팬들이나 가족들이 풍광 좋고 넓은 광장을 경마도중에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림 마당 공간이 흔하지 않다. 특히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어울려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우리나라 전체를 둘러봐도 실내수영장을 제외하곤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 말 테마파크 골프장은 유일하게 장애 비장애인이 어울려서 파크골프 할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 지금도 하루에 장애 비장애인 합쳐서 30~40명이 온다. 18홀에서 수용가능한 인원이 하루 200명이다. 앞으로 잘 알려져 하루 100명만 이용해도 일주일이면 500명, 연인원으로 따지면 엄청나다. 테마파크는 놀이공간, 교육공간, 가족과 연인들의 대화의 공간으로 각각의 존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146억원이 투자됐고 앞으로도 더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 굳이 경마팬이 아니어도. 제주도민들이 아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단장했다. 많은 도민들이 와 줬으면 좋겠다.”

▲ 남병곤 본부장. 그는 90년내말~2000년초 제주에서 3년간 중앙지 제주주재 기자생활을 하면서 어쩌면 9년 후, 이번엔 기자가 아닌 경마본부장으로 다시 오게 될 제주 생활을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제주의소리
- 경마자체도 내년부터 많이 달라지는 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시스템 자체가 바뀐다. 지금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경마를 하지만 내년부터는 금요일과 토요일로 바뀐다. 가장 큰 배경은 제주도 세수 증대에 있다. 제주도가 재정자립도가 현격하게 낮은데 공기업이 그 지역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지난해만도 레저세로 617억원을 제주도에 납부했다. 제주도는 제조업이 전무해서 세수를 늘릴 방법이 없고, 그래서 제주도청에서 우리에게 경마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해 왔고, 다행히 본부차원에서 협의가 이뤄져 가능하게 됐다. 경마요일을 마꾸고, 교차경주를 지금의 3개에서 2개를 더 한다. 계절별로 좀 다르기 때문에 평균 교차경주가 5.4개 정도가 된다. 그랬을 때 제주도에 들어가는 세수가 감면액을 빼더라도 아주 미니멈으로 잡았을 때 약 151억이 추가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제주도는 매출 외형 1조원 이상 대기업 하나를 유치한 것과 버금가는 효과를 본다.”

- 시스템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내부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구원들의 대단한 희생이 뒤따른다. 제주에선 일요일 경마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일요일 정상근무 경마체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서울과 부산경마를 제주에서 자기카드를 가지고 하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경마체제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또 일요일에는 가족단위 방문객도 많이 온다. 그렇다고 인원충원도 없기 때문에 근무여건이 현격히 나빠진다. 다행히 노조에서 제주도 세수가 확대되고, 그게 말산업 발전에도 연결되기 때문에 상생하겠다고 양보해 줬다. 또 마주와 생산자 등 모든 단체들에서도 제주 말산업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론 이익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금요일 토요일 시스템 바꿀 수 있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