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주 칼럼]출산율 감소와 경제성장
[김국주 칼럼]출산율 감소와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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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크기가 출산율 좌우

지구역사상 처음으로 경험하는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임박했다고 한다. ‘대체출산율’이란 한 가정이 두명의 자녀를 낳아 인구가 단순재생산을 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조기사망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2.1명, 세계 전체로는 2.33명을 대체출산율로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유엔사무국 인구분과(population division)의 세계인구전망에 의하면 대체출산율을 밑도는 나라가 이미 절반에 이르렀고 2010년대 후반에는 세계 전체의 평균출산율이 대체출산율에 못 미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2050년에는 지구 인구가 92억 명에서 고점을 찍었다가 그로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수명은 길어지고 출산율은 떨어지는 과정은 어느 한 시기에 골디락스 기간(Goldilocks period)을 통과하게 된다고 한다. 어린이 동화에서 따온 골디락스라는 이름이 인구통계학에서는 인구의 연령분포가 ‘너무 어리지도 않고 너무 늙지도 않은 상태’를 뜻하는 말로 되었다. 즉 노인과 어린아이의 비중이 동시에 낮아 이들에 대한 부양비용이 사회적으로 매우 낮은 ‘독특하고 귀중한 기간’을 말한다.

골디락스기간, 고속성장 기회

유럽의 경우는 1945년부터 1975년까지 소위 영광의 30년(les trente glorieuses)이 이에 해당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도 1970년에서 90년대 말까지 유사한 기간을 거치며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과 그 이외의 최빈국에서도 피임수단의 보급에 따라 출산율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골디락스 현상이 이들의 공업화 과정을 크게 도울 것이라는 밝은 전망도 하고 있다.

그러나 골디락스 기간은 길어야 한 두 세대를 넘지 못한다. 출산은 줄어드는 반면 평균수명은 길어지므로 전체적으로 고령화 사회로 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는 생산활동 인구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더디게 한다. 그렇다면 출산율의 감소는 그것이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는 시기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말이 된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떠한지 유엔 보고서의 자료를 토대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았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과 14세 이하 인구는 각각 전체의 11%와 16.2%를 구성한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일본(22.6), 미국(13), 및 유럽 주요국(영국 16.6, 프랑스 17, 독일 20.5)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여기에 14세 이하의 비율을 합한 비경제활동인구 계수를 보아도 우리나라의 27.2라는 수치는 이들보다 뚜렷이 낮게 나온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유리한 상태임을 뜻한다.

그러나 출산율에서는 우리나라가 훨씬 불리한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1.2명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국 평균 출산율은 현재 1.64명에서 2050년에는 1.8명까지 증가하는데 우리는 이에 못 미친다. 결국 2050년에 가면 우리나라가 일본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 국가가 되고 인구도 거의 10% 줄게 된다.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출산율 감소 그 자체는 ‘먹거리가 줄면 개체수가 감소’하는 자연현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 및 인구의 감소는 개별 나라의 입장에서는 그 나라의 먹거리가 줄고 있다는 반증이므로 썩 반갑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출산율은 먹거리의 크기에 의해 좌우된다.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을 더 하려면 생산성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기술과 자본의 자유로운 국가간 이동을 전제한다면 결국 한 나라의 먹거리의 크기는 그 나라 생산활동 인구 각자의 내재능력(potential)의 변수라 할 것이다.

세계적 불경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사람에 대한 투자에 국가가 더 집중해야 할 때다. 특히 공교육에 있어서는 앞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는 마당에 국가가 교육예산만큼은 결코 깎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먹거리 크기가 출산율 좌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지금의 초중고 학생들의 능력이 2050년까지 우리나라의 출산율, 그리고 인구의 증감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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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가 있다. 곧 평균수명이 남녀 공히 80세를 넘긴다. 생산현장을 떠나는 50대 후반 이후의 장년층을 대상으로 목공 조경 번역 육아 산림감시 등 무엇이 되었던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실용교육’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할 때다. 꼭 65세를 기준으로 노인을 분류할 필요는 없다. 부양 또는 보호 대상으로서 여생을 살기에는 이들은 예전과는 다르게 매우 건강하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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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내일신문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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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2009-11-24 11:24:00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
인재를 썩히다니 큰 문제입니다.
119.***.***.99

돌섬 2009-11-19 13:33:48
로드님. 여운님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이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면 제주도가 먼저 풀어 줘야 합니다.
제주도 안에도 좋은 의견과 능력있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활용이 안 되고 있군요,
122.***.***.184

로드 2009-11-18 09:44:22
저는 인구도 줄이고 소비도 줄이자!에 동의합니다.
이 치열한 사회를 만든 것이 인구의 증가와 생산성의 증가입니다.
특히 OECD국가와 비교하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꼴찌입니다.
"출산율을 늘려서 성장하자"는 효율성으로 무장한 신자유쥬의의 구호처럼
들리는 이유는 뭘까요?
119.***.***.99

여운 2009-11-17 20:43:4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대안교육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제주에서만이더라도 모든 학생들이 어려움 없이 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교육 선진화와 함께, 은퇴자 및 다양한 계층을 위한 대안교육이 여러 방면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2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