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칼럼] 정부 무관심 탓 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되물어야

‘세계적인 생태·평화의 상징공간’으로 육성
‘생물권보전지역’ 및 ‘Geo-Park(지질공원)’로 지정 추진, 보존 및 경관가치 제고
‘세계 생태·평화공원’ 조성
‘UN평화회의장’ 유치하여 갈등의 장을 평화·화합의 장으로 전환
생태·평화·인권·분쟁해결 국제전문가를 양성하는 ‘UN평화대학’ 설립 추진
지역단위 에너지 자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국제회의, 전시 등 고부가가치 복합기능의 ‘MICE산업’ 육성
역사·경관·지역특성·잠재력을 활용한 명품 ‘평화빌리지’ 조성
‘Peace Stay 체험프로그램’ 개발

이상의 정책들은 지난 수요일(12월 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들이다.

그 동안 제주에서 자주 논의됐던 주제들인 만큼 당연 제주도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으로 생각할만하다. 그런데, 그런데... 놀랍게도 이건 제주가 아니다. 바로 DMZ지역이었다.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제주가 선점해 온 ‘생태’와 ‘평화’의 브랜드가 DMZ에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해 왔는데,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한동안 커다란 망치로 크게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남북교류·접경권 초광역개발 기본구상

    
지난 수요일 오전 10시 경북도청 회의실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영남권 광역자치단체장,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2009년 제3차 지역발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초광역개발권 기본구상 보고회의’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처럼, 이 회의는 금년 중 초광역개발 전략의 확정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3차원 지역발전전략을 완성함은 물론, 동서남해안권 및 접경지역을 미래국토 新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개최됐다고 회의자료에는 쓰여 있다.

이 회의의 안건은 지역발전위원회의 ‘초광역개발권 발전 추진방향’, 국토해양부의 ‘동·서·남 해안권 초광역개발 기본구상’, 행정안전부의 ‘남북교류·접경권 초광역개발 기본구상’, 기획재정부의 ‘남해안 관광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합리화 방안’ 등 총 4건이었다.(자료를 검색하시려면 http://hopedesign.tistory.com/360 참조)

충격적인 것은 이 보고회 자료에 제주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아니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에 제주는 완전히 소외, 아니 배제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실제로 필자를 더 아연케 한  것은 행정안전부가 부처 대표로 상세보고한 ‘남북교류.접경벨트 기본구상’이다. 직접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본 계획은 행정안전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외교통상부·통일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환경부·국토해양부가 공동으로 참여, 협의를 거쳐 만든 범정부적 정책보고다. 글머리에 쓴 문구들은 바로 여기서 그대로 옮겨 온 것들이다.

정부는 DMZ지역을 ‘생태·평화벨트’로 육성하기 위해, '범정부적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접경지역지원특별법’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개발지역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환경보전 원칙을 준수, 경관가치를 제고”하고 “기존 낙후지역 개발차원이 아닌 통일한국의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범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역발전위원회 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7월에 확정 발표한 ‘생태관광’ 정책, 환경부·문화부의 ‘걷는 길’ 조성 정책에서 조차 제주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습지 등 국제적 보호지역의 트리플 크라운 지역이자 생태·평화관광의 최적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DMZ 생태관광벨트 구상도 ⓒ 제주의소리

이것만인가? 이날 국토해양부가 보고한 ‘동·서·남 해안권 초광역개발 기본구상’에 따르면, 남해안 선벨트를 ‘세계적 해양 관광·휴양지대’로 조성하겠다 하면서, 다음과 같은 구상을 밝히고 있다.

□ 주요 거점별로 체류형 휴양·위락단지를 개발
ㅇ한려수도권(통영·거제·여수)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단지, 친환경 리조트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춘 국제위락단지 개발
ㅇ남도문화권(강진·완도·보성·하동)에는 슬로우 시티(Slow-city) 및 녹차·한방헬스·명상수련·요양 등을 포괄하는 헬스케어 지대 등을 조성

□ 남해안 문화예술·녹색생태 관광벨트를 구축
 ㅇ 지역별로 국악·도예·韓스타일·어촌문화 등 문화중심의 체험단지 조성으로 남도문화 체험벨트(목포~완도~남해~통영)를 조성
 ㅇ 역사·문화예술인의 유물·유적을 관광 자원화하여 해상영웅벨트(진도~여수~남해~통영)와 문화예술 탐방루트(강진~통영)를 조성
 ㅇ 습지복원과 공룡 화석지·테마파크 조성 등을 통해 생태관광·테마 탐방루트(함평~해남~순천만~섬진강~사천~고성)를 개발

여기서도 제주는 따로 떨어져 고립돼 있다.

▲ 남해안 선벨트의 세계적 해양 관광·휴양 지대 구상도 ⓒ 제주의소리

정말 이명박 정부에게 제주는 없는 것 같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생략한다. 오히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누구 탓’ 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정당하게 내세울 만한 그 가치-‘평화’와 ‘생태’-는 제대로 지켜왔는지, 이를 제주 미래  전략으로 삼기 위해 준비는 철저히 해 왔는지 곰곰이 되씹어볼 일이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세계 생태・평화공원’, ‘UN평화회의장’, ‘UN평화대학’, ‘평화빌리지’, ‘Peace Stay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이 제주가 아닌 DMZ 지역에 만들어지는 것이, 부럽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냥 이대로 쳐다 보아야만 하는가. / 이지훈 세계유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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