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아시스를 찾아서(3)]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 익스트림 마라톤 240km ②

▲ ⓒ안병식

▲ ⓒ안병식

한 참 깊은 잠에 들어갈 때쯤 밖이 소란스러워서 잠에서 깨었는데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어디에서 왔는지 현지인들이 많이 와있었고 대회 측과 캠핑장소와 관련하여 언쟁이 있었고 결국 마을사람들과 대회 측과의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0시가 다되어서 버스를 타고 캠핑장소를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한 참 깊은 잠에 빠져들던 참가자들에게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우린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막 마라톤은 매해 대회 장소가 바뀌면서 진행되는 데 지형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은 곳에서 대회 측의 실수로 캠프를 마을 소유의 땅에 설치해버려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작은 마을의 소수 민족들이 사는 곳이었지만 현지인들의 외부인들에 배한 ‘불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한 밤 중의 소동’은 새벽이 되어서야 끝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어제 모두들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오늘은 8시가 되어서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난 후 버스를 타고 대회 장소로 이동했는데 11시가 되어서야 레이스는 시작됐다. 처음 계획했던 40km의 절반인 20km만 뛰는 코스로 거리를 줄여서 진행됐지만 대회가 늦게 시작되는 바람에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을 벗 삼아 달리게 되었다. 오늘은 이번 대회 들어 가장 더운 날씨인 48도까지 오른 무더운 날씨였다. 지형도 험해서 달리는 동안 발톱에 문제가 발생했다.

▲ ⓒ안병식

▲ ⓒ안병식

사막레이스에 참가하면 많은 사람들이 물집 때문에 고생하지만 한 번도 물집 때문에 고생해본 기억은 없지만 대신 연례행사처럼 발톱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이번에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대회가 끝나고 결국 2개의 발톱은 ‘안녕‘이라는 이별의 아픔을 맞이했다.^^; 모두들 더위 때문에 고생했지만 오늘은 강가에 캠프가 설치되어 있어서 레이스가 끝난 후 수영을 하며 피로를 풀었다.

사막마라톤은 물과 텐트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서바이벌 마라톤 대회이다. 모래와 자갈 등 포장되어 있지 않는 곳을 달리기 때문에 코스도 힘들지만 음식이라든가 그 외 여러 가지로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일주일 동안 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처럼 레이스 중간에 사막한가운데에서 강가에서 씻을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면서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롱데이의 하루가 밝았다. 사막마라톤은 하루 평균 30-40km를 달리게 되고 80-100km를 달리는 롱데이가 포함된다. 대회 사흘째라 피로도 많이 쌓이고 배낭도 무겁기 때문에 롱데이의 하루는 그렇게 쉽지가 않다. 롱데이에서는 선두그룹과 후미그룹간의 격차가 심해지기 때문에 그동안의 기록을 기준으로해서 그룹을 나누어서 출발한다. 첫 번째 그룹은 6시에 출발했지만 마지막 그룹으로 속해 있어서 11시가 되어서야 출발하게 되었다. 더위 때문에 많이 걱정했지만 다행히 바람도 불고 하늘에는 구름도 있어서 어제처럼 무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 ⓒ안병식

▲ ⓒ안병식

83km의 거리는 짧게 생각하면 짧은 거리이지만 또한 사막에서 처럼 힘든 레이스에서는 끝이 없을 것 같이 길게 느껴지는 거리이기도 하다. 먼저 출발한 사람, 늦게 출발하는 사람, 뛰는 사람, 걷는 사람 모두들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자기만의 길을 찾아 달리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도착하는 곳.... 50km에 있는 체크포인트를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잃어버렸다.

사막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정말 막막하다. 달려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면 길을 잃을 위험은 적기 때문에 사막 한 가운데 혼자라는 두려움 보다는 다시 돌아가는 동안의 체력소모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뒤쳐진 것에 대한 부담감, 잃어버린 시간만큼이나 짊어진 배낭의 무게보다 내 맘속의 무게는 더 무거워져 간다. 그렇게 한 시간을 헤매이고 난 후 다음 체크포인트로 향했지만 이미 날은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마지막 체크포인트를 지나서는 캄캄한 밤을 홀로 달렸다. 하지만 사막의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의 친구가 되어주었고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소원도 빌어보는 사이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길고 긴 롱데이의 하루도 끝이 났다. 롱데이가 1박2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음 날 하루를 쉴 수 있었지만 대회 육일 째에는 다시 48km를 달려야 하는 짧지 않은 거리였다.

▲ ⓒ안병식

▲ ⓒ안병식

레이스를 마치고 오후에 텐트에서 쉬고 있었는데 강풍이 불면서 갑자기 텐트가 날아 가버리는 소동도 있었다. 사막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모래와 돌을 줍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도 만들었다. 오늘은 사우스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딕이라는 친구와 같은 텐트에서 지내게 됐는데 대회 기간 내내 참가자들에게 웃음을 준 친구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배낭을 가볍게 할려고 건조 음식을 중심으로 가지고 오는 데 15kg이나 나가는 무게의 배낭에다 소세지와 생 소고기를 가지고 와서 구워 먹었던 다소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친구였다. 내일 마지막 레이스만 끝나면 맘 것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맥주를 실컷 마시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동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사막에서의 마지막 밤도 어느새 깊어 갔다. 참 딕이라는 친구는 대회 내내 생강조각을 들고 다니면서 먹고 있었는데 오늘 마지막 남은 생각조각이라고 하면서 건내준 그 생강의 맵고 톡 쏘는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외국친구들도 생강을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는 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마지막 날은 20km의 짧은 코스였지만 다시 또 길을 잃고 30분이나 헤매는 바람에 피니쉬 라인에 늦게 도착했다. 지형도 낯설었지만 앞만 보며 달리다보니 길을 표시해 놓은 깃발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우리의 삶도 너무 앞만 보며 달리다 보면 ‘인생의 길’을 잃고 헤매 일 때가 있지 않을까?

▲ ⓒ안병식

▲ ⓒ안병식

피니쉬 라인에서는 참가자들과 스텝, 자원 봉사자 그리고 먼저 들어온 참가자들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왔다. 머나먼 이국땅 사우스 아프리카에서의 추억은 이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저녁때 시상식과 함께 이어진 저녁식사에서는 딕과 함께 그동안 맘 것 먹지 못했던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밤늦게 까지 파티는 이어졌다. 날이 밝고 일부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요하네스버그 까지 1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mp3를 꺼내어 김광석의 ‘바람의 불어오는 곳’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나는 가네....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본 하늘과 사람들....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햇살이 눈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바람에 내 몸 맞기고 그곳으로 가네...‘

▲ 피니시 라인에서 ⓒ안병식

* 대회 협찬: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스포츠 산업과, 노스페이스
           제주 삼다수, 제주대학교, 제주도 생활체육 협의회, 제주도 트라이애슬런 연맹

<제주의소리>

<안병식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