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전기업-성공신화를 쓴다]④ 키멘슨전자(주) 박종로 부사장·김문재 상무
기타 엠프·액세서리 제조…세계 30여개국 수출, 올해 3000만불 ‘금자탑’

수도권 기업들이 제주로 향하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방침에도 불구하고 본사 제주 이전을 감행하는 기업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역내 생물자원을 통한 바이오산업서부터 정보통신분야 등 소위 IT(Information Technology) BT(Biology Technology) 분야의 이전이 눈에 띈다. 일부 제조업 회사들의 이전도 주목할 만하다. 기업들의 이전 결정에는 제주도의 행.재정적 지원 강화도 주효했다. <제주의소리>는 이들 제주 이전기업의 CEO를 만나 기업 경영면에서 제주가 갖는 장단점과 이전에 따른 애로사항은 없는지 등 성공적 이전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경영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마샬(Marshall), 펜더(Fender), 코그(Korg), 블랙스타(Blackstar)…. 기타 연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세계 유명 기타(guitar)앰프 브랜드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해답은 제주이전 기업이자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키멘슨 전자(주)’(대표이사 안명수)에 있다. 지난 2007년 12월 경기도 부천에서 제주 애월읍 어음리에 본사와 공장을 전격 이전해온 키멘슨전자(주)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납품하는 세계 각국의 유명 기타 앰프 브랜드 이름들이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 남미, 호주 등 지구촌 곳곳 30여개 국가에 세계 7개사 이름으로 제주 공장에서 생산된 자랑스런 ‘Made in jeju’ 제품 전량을 수출하고 있다. 키멘슨전자(주)가 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기타 엠프는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약 10%로 추산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987년 경기도 부천시에 회사를 처음 설립한지 20년 만인 2007년 12월,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1503번지 2만8561㎡의 부지에 든든한 새 둥지를 틀고 제주에서 제2의 도약을 다지는 제주이전기업 키멘슨전자(주)는 이제 ‘이전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확실한 ‘제주기업’으로 성큼성큼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제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제주에서 키멘슨 전자(주)는 기타 앰프 시장에 다양한 종류의 앰프 생산을 통해, 그 인지도와 신뢰도를 한층 두텁게 쌓아가고 있다. 물류의 취약 등 제주도가 갖는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어내겠다는 키멘슨전자(주) 사람들의 구슬땀은 한겨울에도 그칠 줄 모른다. 그들의 약진이 기대되는 이유다.

“키멘슨을 제주도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주경제에 이바지하고, 도민들의 고용도 더욱 늘리는 것이 진정한 ‘제주기업’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저희 같은 경영인들이 할 일입니다” 키멘슨 전자(주)의 박종로 부사장(53)과 김문재 상무이사(53)의 당찬 포부다. 불과 수년 후면 ‘제주의 대표기업=키멘슨전자(주)’라는 등식을 만들겠다는 이들을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 제주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소재 키멘슨전자(주) 본사 공장 전경 ⓒ제주의소리

 - 두 분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키멘슨전자(주)가 제주에 이전한지 이제 딱 2년입니다. 아직 도민들에게 ‘키멘슨전자’라는 회사 이름이 낯선 것이 사실입니다. 음향기기 제조회사로 알고 있는데요, 먼저 어떤 회사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박종로 부사장 ⓒ제주의소리

= (박종로 부사장) 저희 회사는 지난 1987년 경기도 부천에 처음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니 올해로 창립 22년째입니다. 음향기기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주로 기타 앰프와 기타 액세서리를 생산해서 물량 100%를 수출하는 제조기업입니다. 현재 제주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량도 해외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키멘슨전자(주)는 모든 생산제품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마샬(Marshall), 펜더(Fender), 코그(Korg), 블랙스타(Blackstar)…, 등등 세계 유명브랜드 7개 회사에 OEM방식으로 생산 납품하다보니 바이어가 요구하는 세계 각국으로 저희 제품이 나가고 있습니다. 기타 앰프 시장이 매우 큰 시장은 아니지만 세계에 너르고 고른 시장을 가지고 있어서 미국.유럽.남미.호주.동남아.일본 등 세계 30여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제주처럼 물류여건이 불리한 지역으로 본사와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결정은 어쩌면 무모해보이기도 합니다. 당시 제주이전 결정은 어떻게 내려진 겁니까?

▲ 김문재 상무 ⓒ제주의소리
= (김문재 상무이사) 아마 이 질문은 수백 번도 더 들었던 질문 같습니다. 하하. 사실 제일 곤혹스런 질문이기도 하고요. 저희 키멘슨은 지난 2002년도에 베트남 호치민시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공장을 가동하는 등 해외진출을 시도했습니다. 이후 2005년에는 베트남 공장을 동나이성 연짝 2공단 내로 확장 이전했지요. 베트남 공장은 현재도 약 600명이 근무하고 있을 만큼 정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주도로 본사와 공장을 이전해야겠다는 결정은 산업연수생 제도 때문이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매력도 있었지만 당시 산업연수생 제도를 활용해 제주도에 베트남 등 해외근로자들을 데려와 좋은 환경에서 생산성을 더욱 높여 메이드 인 제주(코리아)라는 고부가 가치 상품을 생산해야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던 것이지요. 그래서 제주에 이전을 타진하고 회사 부지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 그럼 지금 제주공장에는 베트남 등 해외노동자가 많이 근무하고 있습니까? 듣기로는 제주도민 고용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 (박종로 부사장) 네. 물론 처음에는 해외노동자를 산업연수생으로 데려올 구상을 했지만 나중에 제도가 달라져버렸습니다. 국내 노동자보다 비교적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이 가능했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폐지되고 외국인고용허가제로 바뀌었습니다. 외국인고용허가제는 외국노동자도 국내노동자와 똑같은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굳이 같은 임금을 주면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해야할 필요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럴 거라면 제주도민 고용을 더욱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지금은 전체직원 약 190명 중 제주도민이 150명 정도 됩니다. 전 직원의 약80% 가까이가 제주도민입니다.

(김문재 상무이사) 당초는 산업연수생 고용이 제주이전 결정의 가장 큰 이유였지만 당황스럽게도 제도가 바뀌어서 이전 목적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주도의 다른 이점이나 매력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그것은 역시 천혜의 자연환경이었습니다. 실제로 해외 바이어들이 제주본사와 공장을 방문, 계약체결 비율이 현저히 높아졌습니다. 바이어들이 좋은 자연환경 속에 생산되는 제주공장을 둘러보고는 대만족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그 때문인지 제주공장의 매출성장이 다른 공장에 비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금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도권 기업들을 자신들의 지역으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수도권 기업들을 자신들의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취등록세 면제, 법인세 한시적 면제 등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주자치도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그러나 제주도는 물류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불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같은 제조기업이 제주로 이전결정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사실 저희도 처음 제주이전을 검토하고 결정 내릴 당시 제주도가 제시했던 인센티브가 실제 이전 후에는 다르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기대치와 차이가 발생한 거죠. 그래서 몇 차례 제주도청에 클레임을 제기한 후에야 시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어려움은 있고요.

▲ 키멘슨전자(주)가 OEM 방식으로 생산한 세계적 기타앰프

- 그렇군요. 방금 애로사항을 잠시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제주이전기업으로서 어떤 어려움들이 있습니까.

= (박종로 부사장, 김문재 상무이사) 크게 어려움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전체직원 190명 중 제주에서 고용된 도민 인력이 150여명 정도가 되는데 이처럼 도민이 대부분이다 보니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애로사항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역시 열악한 물류환경입니다.
우선 문화적 차이는 지금은 많이 개선됐습니다만, 제주지역 주부사원들이 집안에 대소사(예를 들면 제사, 관혼상제)를 이유로 지각과 조퇴, 결근이 매우 잦습니다. 소위 ‘괸당’ 문화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같은 제조기업의 생산직 사원들은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생산라인을 책임져줘야 하는데 며칠씩 빠져 버리는 일이 생기면 생산성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회사에 충성도가 떨어진다고 할까요. 그건 아마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충돌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애로사항은 취약한 물류환경입니다. 우리처럼 전량 해외수출하는 기업들은 제주에서 수출 컨테이너항(부산)으로 제품을 이동시키는 비용을 고스란히 추가 부담해야 합니다. 40피트 컨테이너 박스 1개를 제주-부산 간 이동하는데 비용이 150만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부산에서 제주로 오는 물류가 거의 없으니 빈 컨테이너로 와야하고, 그러다 보니 부산에서 중국가는 것 보다 더 비싼 물류비를 지출해야 하는 악순환입니다. 우리 회사도 그래서 부산항에 물류기지를 계획하는 등 자구노력도 추진 중입니다. 제주도정에도 제조업 회사들에 대한 지원을 적극 건의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앞장서서 다른 지역보다 불필요한 물류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물류혁신 정책을 빨리 세워야 합니다. 제주이전기업들이 받는 세제감면 혜택보다 물류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면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 키멘슨전자(주)는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3120만불의 매출을 전망할 만큼 제주이전 후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매출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 (박종로 부사장) 지난해 매우 불황이었는데, 올해는 거래 중인 해외업체들이 우리에게 물량을 많이 줘서 제주공장과 베트남 공장을 포함해서 약 20%정도의 생산물량이 늘었습니다. 매출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약 3천만불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키멘슨전자(주)는 육지에선 작은 수출회사인데 제주도에선 가장 큰 규모의 수출회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만큼 제주엔 제조기업이 없어서 제주에선 대기업인 셈입니다.(웃음) 

- 고용창출 외에 지역 협력업체들이 공존할 수 있다면 제주기업으로서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주에도 키멘슨전자의 협력업체들이 있습니까?

= (박종로 부사장) 매우 아쉬운 점 중 한가지가 지역 협력업체 문제입니다. 제주에서도 저희 회사에 납품이 가능한 중소업체들이 있다면 지역중소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텐데 아직 저희가 원하는 수준의 업체가 없습니다. 가능한 업종이라면 제품포장박스 생산업체나 앰프 케비넷을 만들기 위한 목재회사 등이 있을 겁니다. 이 중 포장박스 업체가 가장 좋은 조건인데 사실 제주지역 몇군데 업체와 타진을 시도했지만 포장박스 업체들이 우리 회사 물량만 전담해서 하기엔 아직 넉넉한 물량이 아니다 보니까 감귤 출하시기엔 감귤박스를 우선적으로 제작해야 한다면서 겨울철 몇 달간은 납품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저희로서도 협력업체가 지역에 같이 있으면 좋은 일인데 말입니다.
현재 앰프의 부분품으로 들어가는 목재로 된 캐비넷을 제작하는 제주의 목재회사와는 납품을 추진 중입니다. 기다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봅니다.

▲ 키멘슨전자가 OEM방식으로 수출 중인 VOX 앰프 ⓒ제주의소리

- 그렇군요. 세계시장에서 키멘슨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또한 제주도민들과 늘 함께하는 진정한 제주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겠습니다.

= (김문재 상무이사) 장기적으로는 제주공장이 키멘슨전자의 주력공장이 될 것입니다. 유턴현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도 해외진출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제주공장은 어쩌면 그런 일환의 대비책일수도 있습니다. 아직 제주공장은 시설대비 가동률이 낮습니다. 그만큼 더 큰 성장을 대비해 가능한 모든 준비를 해놓은 것입니다. 
 
저희 회사가 더 확장하고 발전해서 제주도민의 고용도 더욱 늘리고, 제주경제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것이 경영인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제주기업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몇 년 뒤에는 키멘슨 하면 누구나 ‘아~ 키멘슨!’하며 인정하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 평화로에서 저희 회사쪽으로 진입하면서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풍경은 환상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아름다운 공장환경은 없을 것입니다. 이 좋은 곳에서 성공신화를 쓰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웃음)

- 두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박종로 부사장, 김문재 상무이사)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키멘슨전자(주) 히스토리

- 1987년 4월 키멘슨전자(주)설립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일본에 기타 엠프 수출 개시

▲ 제주시 애월 어음리에 소재한 키멘슨전자(주)본사

- 1992년 영국 Marshall과 거래 시작(미니 엠프 OEM)
- Marshall PARK시리즈 OEM 개발 및 생산
- 1995년 Fender 진공관 엠프 개발 및 생산
- 1996 기타 튜너 IC 및 튜너 자체 개발
- 1998년 3월 KORG와 거래 시작. 공장 확장 이전(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 1999년 11월 본사 및 공장사옥 재확장(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 2000년 Marshall 기타 팩키지 수출시작 및 ODM 튜너 신제품 개발
- 2001년 KORG 일본과 디지털 앰프 OEM 개발 및 생산
- 2002년 베트남 호치민시에 현지 법인 설립, 공장 가동 시작
- 2002 Hughes & Kettner 및 Ashdown과 OEM 시작
- 2005년 1월 베트남 공장사옥 확보 및 확장 이전(동나이성 연짝 2공단내)
- 2005년 12월 ISO 14000/9001 인증 획득
- 2006년 Loud(Crate, Ampeg)와 OEM 시작
- 2007년 3월 경기지방 중소기업청으로부터 A등급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지정
- 2007년 4월 제주공장 건설 착공
- 2007년 12월 제주공장 및 본사사옥 준공
- 2008년 1월 본사 및 공장 제주이전(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1503번지)
- 2008년 6월 Blackstar와 OEM 시작
- 2008년 7월 제주자치도 성장유망중소기업 선정
- 2009년 12월 2009 제주경제대상 부문별 경제상(제주은행장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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