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토지 관리' 용역보고서, 세심한 기준제시 아쉬워

국토연구원은 지난 7월28일 '제주도의 효율적 토지 이용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 '최종용역보고서를 통해 도시지역에 적용되는 절대·상대보전지역은 당시 조사가 미비하고 명확한 설정기준을 제시하지 못한채 지정되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어 합리적, 과학적 설정기준 제시와 이에 따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 "절대·상대보전지역 재정비 필요"

이를 위해 기존 절·상대보전지역에서 제외됐던 도시구역내 오름, 하천, 해안변 등을 포함시켜 전면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같은 특성을 가진 토지에 대해 현재 훼손상태에 따라 절·상대보전지역으로 이원화함으로써 형평성문제와 환경훼손을 가속화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보고서, 숨골지역 내 모든 행위 금지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관이 뛰어난 오름과 해안주변지역, 지하수오염 취약성이 높은 숨골지역 등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인 절대보전지역이 기존보다 네배나 늘어나고 이 보존지역에서는 모든 행위자체가 금지된다.

반면 오름내 경작지와 하천내 고립지역 하천복개구간, 곶자왈지역 등 보전가치가 비교적 낮은 상대보전지역은 대폭 축소되며 이 지역내에서는 1차산업을 영위하거나 숙박, 판매 등 소득에 연관된 2층 이하의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건축이 가능하며 지목이 대지인 토지도 수목의 벌채 또는 토석의 채취 등이 허용된다.

이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단순히 오름이나 해안변, 숨골을 비롯해 철새도래지 등이 절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니 뒤늦게나마 개발행위가 금지되어 더 이상의 훼손은 없겠구나 하고 반길 수도 있으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절대보전지역 상대보전지역 이원화 기준 모호

첫번째로, 현재의 훼손상태에 따라 절·상대 보전지역으로 이원화한다고 했을 때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과, 신규로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지역에 있어서는 지목이 대(垈)인 지역에 한해서 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매수가격을 감정가액대로 매겨서 구입할 정도의 재원확보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로, 환경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는데 절대보전지역의 증가와 아울러 상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던 지역이 많이 해제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절대·상대보전지역으로 묶었던 주요 하천일대와 대부분의 공유수면을 보전지역에서 해제키로 하여 경관이 뛰어난 하천 일대에 난개발이 우려된다.

하천 자체는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지만, 상대보전지역이었던 하천 일대 예컨대 무수천, 도근천, 병문천 일대 대부분이 보전지역에서 해제되어 민박, 식당업 등의 난립이 재현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미 무분별한 해안도로 개설로 해안변 환경을 파괴하고 경관을 해치고 있는데 하천 일대에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게 된다면 하천오염은 더 가중될 것이다.

제주도를 얘기할 때 언제나 따라붙는 수식어가 '천혜의 자연경관,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다. 세계적으로도 하천을 다시 자연적으로 복원시키고, 농업은 친환경유기농으로, 에너지는 대체에너지 시스템, 관광도 생태관광으로 가고 있는 추세이다.

환경을 경영하는 전략

뿐만 아니라 경제에 있어서도 환경경영을 전략으로 삼지 않고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되었다. 10년전엔 상상도 못했고,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발상이라고 했을 일들이 실제로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반딧불이 하나만으로 관광객을 모으고, 깨끗한 눈(雪)을 녹지않게 포장하여 판매하고 물은 물론이고 공기까지 상품화되어 있고, 주말이나 휴가철엔 너도나도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자연을 찾아 나선다.

고층아파트에 사는게 목표이고 꿈이었던 시대에서 이젠 한적한 전원 속에서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고자 하니 환경을 살리는게 곧 경제를 살리고 너와 내가 자연이 다같이 살아갈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당장 눈앞의 이익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환경을 보전하고 훼손된 지역을 다시 회복시키기란 사실 어렵고 많은 노력과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며 어느 개인의 희생으로 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세심한 기준제시 필요

이번 용역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제시를 위해 실시하였다고 하나 좀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은가 당부하고 싶고, 10년전의 제주와 지금의 상황을 돌이켜 본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엔 풀 한포기, 건강하게 자라준 나무 한그루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할까 예상되어지지 않은지?....
<문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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