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이 만난 사람(10)] 진철훈 자유도시개발센터 제3대 이사장

진철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3대 이사장. 제주출신으로 기술고시 14회인 그는 서울시 신청사 기획단장,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단장, 도시계획국장, 주택국장 등 서울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작년, 25년간의 공직 생활을 접고 제주도지사 재선거에 출마했으나 분루를 삼켰던 그가 차관급인 개발센터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여 제주도민들 앞에 돌아왔다.

작년 면세점 비리 사건으로 촉발된 개발센터의 방만한 운영과 내부 갈등을 치유하고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과제, 또한 쇼핑아울렛 등 이른바 선도프로젝트의 추진과 관련해 빚어지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해소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당장 그의 어깨에 주어져 있다.

제주출신 이사장으로서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 지, 또한 도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남을 요청했다(이 인터뷰는 지난 22일 오후 5시부터 6시 까지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개발센터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 진철훈 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 이사장은 '이지훈이 만난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개발센터 이사장직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업무파악은 취임이전에 이미 끝내

- 늦었지만 개발센터 이사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오늘로 공식 취임한지 얼마나 되시나요. 채 보름도 안된 것 같은데, 업무파악은 이제 끝나셨는지...

3월 9일 취임했으니 꼭 12일 째 됩니다. 작년에 공기업 관리 규정이 변경돼 그 동안 이사장은 정부가 임명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모든 공기업 이사장은 ‘공모제’로 바뀌었습니다. 공모할 때 ‘직무수행계획서’를 내게 되는데, 업무파악은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이미) 어느 정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취임 후에는 도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대화에 치중했고, 엊그제는 선도프로젝트 개발예정 지역(신화역사공원, 서귀포관광미항, 첨단과학기술단지, 예래동휴양주거단지 등)에 대한 현장 답사를 했습니다.

- 조금 전 쇼핑아울렛 반대대책위와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발센터가 선도프로젝트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력'이 중요한데, 이사장께서 취임하기 전 까지는 이해와 협력보다 ‘갈등’과 ‘대립’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한다고 보는데요.

그동안 건교부 출신 전임 이사장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들이 나름대로 초석을 다지기 위해 열심히 했지만, 2년 9개월 전 창립당시에 본사를 서울에 둠으로써, 정작 개발대상지인 제주도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세심히 돌아보는 데 소홀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봅니다. 선도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을 충분히 홍보하거나 지역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대화가 부족했습니다. 전 도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도 그렇지만 이해당사자인 토지주, 지역상권, 주민과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지금은 개발독재 시대가 아니, '합의과정'이 중요

- 대화가 부족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 지

단지 종전에 국무총리실에서 정해진 선도프로젝트 사업이므로 추진해야 한다는 식이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개발독재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과정’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도 그렇고 과학기술단지나 신화역사공원 프로젝트는 일차적으로 ‘토지’와 관련돼 있는 사업입니다. 중문관광단지의 개발사례 처럼, 토지를 헐값에 수용당하고 개발이익은 외지 재벌기업에 돌아가는 경험과 피해의식이 도민들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일차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려 하십니까?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 볼 때, 토지보상가에 대한 100% 만족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개발센터 입장에서도 충분히 보상해드리고 싶지만 그것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보상가 책정은 감정평가기관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이지요. 개발센터는 평가기관의 감정가액을 집행하는 기관에 불과합니다.

▲ 진철훈 이사장
- 그런데 현실적으로 주민들은 그 감정평가 금액을 수용하지 못하게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나름대로 주민들의 주장도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데요. 어떻습니까?

토지 감정평가는 복수의 기관이 하는데, 과학기술단지의 경우 3개의 기관을 선정해서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중 2개 기관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추천하는 기관에 맡겼구요. 그런데도 주민들이 토지보상가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변 지역 토지매매의 선례가격을 바로 대입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개발대상지 주변의 토지가격은 오르고 있고, 그 주변시세 가격과 비교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토지 감정 평가는 여러 가지 현재의 조건(도로여건 등 접근성)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갭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위' 구성, 전형 창출할 것

- 그 동안 제주지역에서 이루어진 개발형태를 보면,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력 속에 이루어진 개발모델이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 들어와서 개발하든...이런 점에서 제주개발센터가 하나의 '상생의 전형',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적정한 토지가 보상 이외에도 개발이익이 주민들에게 환원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까?

지금은 각각의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 경영위원회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받고 있지만 실제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간담회와 같은 기구가 없었습니다. 잘못된 거죠. 이해당사자가 포함된, 개발센터 위주가 아닌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 같은 성격의 조직을 운영하면 타당성이 납득되고 자연스런 협력체제가 구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별로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그게 제주개발의 모형이 될 것입니다. 물론 반대하는 분도 참여시키려 합니다.

- 제가 생각하기로는 적정한 토지보상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충분히 보상해 주더라도 그게 일단 분배된 이후는 장기적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거든요. 그와 동시에 지역주민들에게 개발이익을 항구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방식, 예를 들면 지역주민의 고용보장, 해당지역 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판매장 제공 등의 인센티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데요.

좋은 제안인 것 같습니다. 도내에 제주대학교만 하더라도 일년에 1,800명이, 산업정보대는1,200명이 졸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탐라대,한라대,관광대 등도 있지요. 이러한 청년층의 취업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개발의 일차적 수혜자는 해당 지역주민과 토지주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안하신 것처럼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해당 개발지역에 주민들이 취업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시키는 방법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선도프로젝트, '선택'과 '집중' 필요

- 이사장께서는 취임하시면서 ‘친환경적인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규모 개발은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의 훼손을 수반하는데, 어떻게 추진하려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신화역사공원 부지도 곶자왈 지역이거든요.

제주도가 안고 있는 문제가 ‘개발’과 ‘보전’에 대한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라 봅니다. 보전할 지역은 확실히 보전대책을 세우고, 개발할 곳은 세계적 명소로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백만평 넘는 지역을 전부 불도저로 미는 방식은 안됩니다. 그 지역 내에도 개발가능 지역과 보전해야 할 지역이 있겠지요. 이를 세심히 검토하여 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존의 선도프로젝트 외에 건강·미용타운 등 신규프로젝트 구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 선정된 프로젝트 중 현실성이 없는 프로젝트(공항자유무역지대)나 장기 과제로 설정한 트로젝트, 중복된 유사 프로젝트도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보는데요.

기 확정된 선도프로젝트는 복합기능의 국제자유도시를 전제로 짜여진 계획입니다. 관광·휴양, 첨단과학, 비즈니스, 금융, 물류 등을 전부 포괄하고 있지요. 그러나 제주와 경쟁대상인 동북아 지역의 중국 상하이·푸동 단지는 물론, 싱가포르 또한 금융·물류 중심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국내만 하더라도 금융은 서울과 인천과 겹치고, 물류는 당장 인천, 부산, 광양특구와도 겹칩니다. 지적하신 제주공항 자유무역지대는 도가 추진하고 있지만 저 또한 재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용과 물류 기능 지향 계획은 재검토하고 휴양 기능을 보강하면서 건강·미용·실버·의료가 보강되는 기본계획을 금년 상반기 내로 수정하는 작업을 도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써리교육청과 외국인학교 유치를 추진 중인데 법적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문제는 취임한 후에 건교부에 건의했습니다. 지금 건교부 차관보가 제주국제자유도시 지원단장이 돼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재경부, 기획예산처 국장들을 지원단 멤버로 해서 다음번 회의 때 안건 올리려 합니다. 일단 동북아시대위 특별위 안건으로 채택되면 가장 빨리 제도개선 될 거라고 보기 때문에 동북아시대위의 협력을 구할 생각입니다.

도내 자치단체장과 제주발전 목표 하에 공동협력 다짐

-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력도 중요하지만 자치단체와의 협력, 그 중에서도 특히 ‘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져 왔다고 보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임 도지사 시절에 사업부지 선정과 개발방향에 대해 이사장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도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고 이 문제를 또한 도민들이 염려하고 계시기 때문에, 취임 후 맨 먼저 김태환 지사를 방문해서 제주발전이라는 공동목표 하에 상호보완하면서 열심히 협조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도내 각 기초자치단체장을 만나 협력을 다짐했습니다.

- 보름도 안된 사이에 기간에 바쁜 일정을 보낸 것 같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일 위주의 딱딱한 이야기만 계속되는데 이왕 시작한 김에 계속해 보도록 하지요. 사실 진이사장님이 새롭게 취임하시게 된 배경을 따지고 보면 작년 면세점 비리 사건으로 촉발된 조직 내부의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조직의 방만한 운영 문제도 당시 제기됐었고, 제주출신 직원들과 육지부 출신 직원간의 융화 문제 등 조직 내부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직의 안정화를 위한 플랜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지적하신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그동안 본사가 서울에 있다보니 나타난 문제라고 봅니다. 일단 본사가 내려오면 같은 지역,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므로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 봅니다, 그동안 조직내부에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것 인정합니다. 앞으로 혼연일체 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4월 27일 개발센터 본사 이전은 공공기관 제주유치 위원장 1호작품

   
- 본사 이전은 언제죠?

그동안 본사 이전이 여러 차례 미뤄져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4월 27일'로 이전 날짜를 못박아 버렸습니다. 또 다른 사유로 미뤄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전부터 개발센터가 왜 제주도가 아닌 서울 한복판에 있어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공공기관 제주유치 위원장 1호작품으로 개발센터 먼저 솔선수범하자 강조했습니다. 조금 후면 정부 발표도 있겠지만 정부발표 이전 스스로 우리가 먼저 이전하겠다는 것이지요.

- 전임 이사장은 개발센터가 제주로 이전하면 사옥을 신축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사장님은 어떻습니까?

사옥을 마련하면 편리하겠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급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짓더라도 2011년 첨단과학기술단지가 조성되면 거기에 부지가 있기 때문에 그 때 지어도 늦지 않는다고 봅니다.

- 장소만 개발센터 본사를 이전하는 게 아니라, 건교부 산하에서 제주도로 개발센터 조직을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금은 경쟁대상인 부산이나 인천, 광양이 정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기구 자체의 지자체 이전이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개인적으로는 건교부 차관보께서 지원단을 만들었는데 직급을 더 격상해 청와대나 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 그 문제는 민주당 국제자유도시 기획단 시절부터 논란이 되었던 부분인데요. 이제 화제를 돌려 볼까요. 가족관계에 대해 잠깐 말씀해 주시죠.

제주출신 처가 있고 1남 1녀를 두고 있습니다. 대학 3학년인 딸. 1학년인 아들이 있습니다.

- 자녀들 전공도 혹시 부친의 뒤를 잇고 있나요?

아닙니다. 딸은 소프트 웨어. 아들은 사회과학 계열이기 때문에 아직 전공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겠다고 합니다.

- 나중에 ‘제주의 소리’ 기자로 들어 올수도 있겠네요(웃음)

써 주세요(웃음).

- 자택은 어디시고 사모님과는 함께 계시는지요. 혼자라면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아내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서울과 제주를 오가고 있습니다. 저는 부영아파트에 살고 있구요. 아침식사는 원래 잘 안합니다. 쥬스 한잔 정도로 해결하지요.

- 어떻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까?

대학다닐 때 ROTC를 했고 76년에 육군소위로 임관해서 78년 전역했습니다. 전역을 앞두고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진출할 지, 77년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때 신분이 군인이었기 때문에 공공부문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군대에서 기술고시 1차시험을 합격하고 제대한 해인 78년에 2·3차 시험을 합격해 서울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학부는 건축학과이구요, 대학원은 도시계획과 관련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5년 동안 공무원 생활, ‘올림픽’과 ‘월드컵’ 둘 다 준비했다는 것 가장 보람

- 석·박사 학위는 언제 받으신 건가요.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학부를 마치고 군대갔고, 서울시청에 다니면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이 ‘도시개발 제도에 관한 연구’였는데, 교수님들보다 자료가 풍부했고 개발선례가 많아서 연구하기 좋았지요. 그러고 보니 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 이사장 하기위한 좋은 기초연구를 한 셈이라 할까요(웃음).

- 공무원 생활을 하며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87-88년 서울올림픽 대회 기간 중 조직위에 파견됐었고 그 인연으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상암월드컵 건설단장을 한 일입니다. 25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올림픽’과 ‘월드컵’ 둘 다 준비했다는 것이 가장 보람에 남습니다. 올림픽 때 함께 준비한 분들은 다 떠났는데 저만 다시 월드컵까지 준비하게 됐거든요. 고건 전 총리하고는 두 번 같이 근무했습니다. 90년 당시 임명직 시장 때 함께 1년 근무했고, 98년~2002년 선출직 4년 동안 근무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고건 총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 분은 계획결정은 아주 신중히 합니다.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일단 결정하면 생각보다 추진력이 강합니다.

- 25년 공직생활을 정리하면서 고민도 많았을 텐데. 이명박 시장이 사표를 순순히 받아주던가요.

이명박 시장은 제가 지방선거에 나가더라도 2006년 민선 4기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겠느냐 예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주상황이 작년 4월 27일로 앞당겨져, 예상외로 빨랐던 셈이지요. 이 시장으로부터 서울시 조직 내에 종전 직위보다 높은 직위를 제의받았던 적은 있었습니다. 사표내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가 어떠냐”고 했었지요.

- 작년 도지사 선거에서 왜 실패했다고 보시는지

고향 떠난 지 33년 동안 열심히 살며 공부했지만 그 공백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 같습니다. 준비기간도 짧았지요. 그래도 그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성원을 보내준 도민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내년 출마여부..."개발센터 이사장직 어떻게 하면 잘 수행할 것인가만 고민"

- 많은 도민들이 이사장께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밝혀주시죠.

정무직이나 공기업 이사장의 임기는 임명권자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 매우 애매모호한 답변이신데요.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후보를 낼 수밖에 없을 텐데, 표현이 적절한 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징발’ 당해서 나오라고 하면 어떠실 건가요.

한국 정치상황에서 1년 후를 예측한다는 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2004년 3월 22일에는 전혀 재선거 일정도 없었지 않았나요(웃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않고, 정말 개발센터 이사장직을 어떻게 하면 잘 수행할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합시다.(웃음)

- 최근 진행 중인 행정구조 개편 논의에 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없애는 문제는...또한 무조건 통합도 능사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북제주군은 전국 256개 시군 중에 1등 기초자치단체인데 이를 무조건 없애거나 통합하면 문제지요. 하나의 ‘도’로만 남을 때는 전국 16개 시도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현재는 도와 4개 시·군이 함께 해 1/16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두를 일이 아닙니다.

-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총론적으로 정리해 주시죠. 개발센터이사장으로서 제주 개발방향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계획 틀을 다시 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충분한 연구결과가 나오면 전문가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공감대를 거쳐, 정부가 아닌 도민들의 지혜가 모인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개발센터도 2년 9개월 동안 준비해 왔기 때문에, 이제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 첫 단추가 첨단과학단지라고 생각하구요. 또한 센터가 공익을 앞세워서 사익의 침해는 없는지, 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사장으로서 개인적으로 이것만은 해보았으면 하는 프로젝트는 없는지요.

프로젝트를 정해 사업자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공모해 백지상태에서 제주도를 위한 제안을 받을 의향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말씀 해 주시지요.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협조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합니다. 개발센터 또한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이해를 구해 나갈 것입니다. 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어떻게 끝났냐는 개발센터 직원에게 필자는 “이렇게 재미없는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얘기했다. 개발센터 홍보실에서 작성한 이른바 ‘모범답안’은 보지도 않으면서 차분하게 답변한 진 이사장. 전반적으로 ‘준비된’ 이사장이라는 느낌에서 그렇고 한편으로는 예민한 질문에는 에둘러 원칙적 얘기로 피해가는 그를 보면서 느낀 생각이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속 시원한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그의 답변을 세심히 보면 행간을 읽을 수 있음직 하다.

현재로서는 “정말 개발센터 이사장직을 어떻게 하면 잘 수행할 것인가만 고민하고 있다”는 그의 답변을 믿어 볼 밖에... 확실한 것은, 그의 이사장 취임으로 개발센터가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미 그 변화의 조짐은 시작되고 있다. 이사장 취임식에 선도프로젝트 이해 당사자들을 초청한 것만 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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