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제주항공의 미래 비전과 가능성

▲ 4일부터 서울~제주노선을 1만원으로 갈 수 있는 제주항공. 아직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제주항공에는 도민의 공감대가 깔려 있다. 제주의 미래 비전과 성공도 바로 도민의 호응에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누가 도민의 호응을 받을지...ⓒ제주의소리
          I. 단돈 만원의 김포-제주 항공권

   “1만원짜리 김포-제주 항공권.” 제주항공이 2010년 1월 4일부터 김포-제주간 편도 항공권을 공시운임 58,800원의 83%에 해당하는 최저 1만원부터 판다고 밝혔다. 항공요금이 1만원이라는 것보다 더 저가항공의 가능성과 유용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필자처럼 매주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기사가 없다. 

  물론 누구나 쉽게 1만원짜리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제주를 오가는 일정을 탑승 3개월 전에 미리 정해서 예매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이 제주를 오가는 항공권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다는 것을 알고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는 건 이젠 상식이 되었다. 그러기에 저가항공은 그 스스로 살 길 찾기 노력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서 제주의 위상을 180도 바꿔 나갈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제주를 오가는 저가항공이 활성화될수록 제주가 과거와 같은 변방의 섬이 아니라 언제든 쉽게 오고 가는 휴양지이자 비즈니스 터전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

  저가항공 덕분으로 ‘바다가 육지라면’ 하고 목메어 울 일이 없는 만큼이나, 연인이든 가족이든 모두가 제주를 기점으로 하여 한반도 어디든 쉽게 대면하여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가까이 오고 있다. 일각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행여 해저터널까지 건설된다면, 그럼으로써 제주는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된다. 100년 이전의 제주가 출륙금지의 섬으로 묶어 있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면, 21세기 오늘날 제주는 외부와의 교류에서 최대의 중흥기를 거치고 있다고 자부할 만하지 않은가.   

  2009년 내내 말 많고 탈 많았던 여러 갈등들을 털어버리기가 쉽지 않다. 달력이 바뀐다고 무슨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니,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미래는 가능성이다. 2010년 새해에는 제주의 대중흥기를 제대로 이끌어나갈 심부름꾼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기에, 그 가능성은 더 커 보인다. 1만원대의 저가 항공권이 제주에 갖는 의미를 인적 교류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바야흐로 제주는 55만 제주도민만이 아니라 4,500만의 대한민국 국민과 1,000만의 중국 관광객들과 함께 살아가는 쉼터이자 일터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을 통해 제주가 한반도와 동북아를 아우르는 쉼터이자 일터가 되도록 하는 데서 2010년 이후 10개년 프로젝트를 누가 어떻게 제시해 줄 것인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기대하고 싶다.

            II. 제주항공의 비전  

  돌이켜 보면 7년 전인 2002년 10월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주)제주지역항공사(가칭) 설립을 추진하던 어려운 시점에서 보면, 오늘날 제주항공의 위상과 활약상은 정말 대견해 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항공운임이 오르는 데 마음이 상한 제주도민들은 자구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2002년 당시 제주도정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가칭 ㈜제주지역항공사 설립계획에 따르면, 지방공기업법과 상법에 근거하여 주식회사 형태로 회사를 설립함에 있어 자본금을 200억 원으로 하되 50% 이상인 100억원 이상을 도내 자본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재원을 도외 자본을 유치하여 충당키로 하였었다. 실제 정기운항으로 운영되는 지역항공사를 설립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과제일 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도 의구심이 제기되곤 했고 특히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큰 관건인 것으로 제기되곤 했지만, 전반적으로 지역항공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호응은 컸다.

  당시 필자도 항공분야와 경영 전문가, 학계,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15명 내외로 구성된 <지역항공사설립자문위원회>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 바 있기 때문에, 더욱 최근 제주항공의 발전상에 뿌듯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제주항공 출범 초기에 사고 위험성을 의식해서 주변 사람들이 제주항공 타는 것을 말릴 때마다, 그래도 자문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모아 가면서 어렵사리 출범한 제주항공을 ‘내가 안타면 누가 타겠는가’의 사명감으로 거의 매주 제주항공을 이용해 온 지도 어느새 4년이 지나간다. 

  지금은 제주항공 말고도 한성항공, 이스타항공, 부산에어, 진에어 등 제주를 오가는 이른바 저가항공이 여럿이 생겼지만, 이러한 저가항공의 사실상의 효시이자 추동력은 제주항공으로부터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제주항공을 출범시키고자 할 때 눈에 보이지 않게 저가항공의 출현을 방해해 온 대형 항공사의 움직임도 있었고, 또 건설교통부 역시도 기존의 후견수혜망을 마냥 뿌리치기가 곤란해서인지 저가항공의 출현을 마냔 환영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도민의 호응과 기대를 등에 업은 제주도정의 각별한 의지와 활동으로 결국 제주를 오가는 저가항공사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초기에는 터보프롭 항공기가 사실 소음이 심해서 필자도 비행기를 바꿔 탈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꾹 참고 끝까지 제주항공을 탔다. 마일리지로 공짜 티켓을 2번이나 받을 만큼 제주항공을 많이 타게 된 데에는 제주항공에 대한 비전이 크게 한 몫 했다. 다시 말해서, 초기의 이러한 어려움을 넘어서지 않으면 저가항공으로서 어렵사리 자리 매김을 하고 있는 제주항공이 둥지를 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제주 이름을 걸고 한반도의 반쪽 상공을 넘나드는 제주항공이 어느 날에는 남북한과 한중일은 물론이고 동남아를 아우르면서 동아시아 상공을 누비는 항공사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것이었다. 평화번영을 목표로 동아시아 공동체의 비전을 가꾸어 나가는 일련의 다각적인 교류협력의 움직임에서 제주의 이름을 가진 제주항공이 한 몫을 하길 바라고 기대한 것이었다. 종국적으로 제주항공의 발전이 단순한 기업의 성장만이 아닌 세계평화의 섬이자 국제자유도시인 제주의 세계화 과정의 하나인 것으로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III. 제주항공의 가능성

  기업으로서 제주항공의 시동에는 초기에는 제주도민의 호응과 제주도정의 수고가 깔려 있다. 이 점에서 제주항공은 다른 저가항공과는 다르다. 제주지역항공을 시작하면서 일각에서는 도민주로 기업을 운영하면 좋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고, 또 공사 형태의 제3섹타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김태환 지사의 결심으로 애경그룹에게 사실상 제주지역항공의 경영권을 넘겼지만, 2009년 12월도 다 마무리되어 나가는 현 시점에서 보면, 1만원짜리 항공권을 통해 도민에 대한 제주항공의 기여는 충분해 보인다. 이렇게 제주항공이 제주와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고 보는 필자로서는, 제주항공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무언가의 또 다른 차원의 요구 내지는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필자가 제주항공에 바라는 바는, 경영이야 애경그룹에서 맡아 하지만, 제주항공이란 이름에 걸맞게 제주의 항공처럼 제주와 가까이 그리고 제주와 함께 하는 항공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초기 자본금이 제주 50억, 애경그룹 350억으로 마련되었기 때문에 대주주인 애경그룹이 기업 논리를 들이민다 해도 제주는 할 말이 없다. 다만 제주항공의 산파역에 조금이나마 시간과 열정을 같이 했던 필자로서는, 제주항공의 미래 비전이 단순히 돈벌이만이 아닌 제주를 오가는 동북아 교통편으로서 자리 매김해 나가는 동아시아 공동체 열기와 함께 제주도민과의 유대 강화를 기대하고 싶다. 예를 들면, 제주항공이 제주에 도착할 때마다 제주 사투리로 환영 인사말을 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진정으로 제주도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으로서 제주도의 문화예술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는 어떤 프로젝트를 제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그런 기대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제주항공이 여전히 적자운영이라 제주에 돈 쓰기가 쉽지 않음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에 어떤 기대를 하는 싶은 이유는 단순하다. 돈 벌고 흑자가 되면 그 때 고객을 생각하겠다는 시간 벌기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적자운영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과 함께 하는 제주의 항공으로 거듭나는 데서 제주항공의 가치와 비전이 살아나게 되고, 그럼으로써 제주항공은 다른 저가항공과는 다른 차원의 항공사로 발전을 해 나가게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제주의 항공에서 시작하여 동아시아 항공으로 발돋음 하는 데는 남다른 경영과 가치실현이 요구될 것이라는 것. 그래서 1만원의 항공권을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차제에 이를 넘어서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숙고와 발빠른 실천이 바로 제주항공의 지속가능한 성공 비결이 될 것임을 제주도민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IV. 제주항공 모델

  제주항공의 활약상은 2010년 이후 제주도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앞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제주항공의 출범에는 도민들의 호응과 성원이 컸다.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비행기 타고 육지를 오가는 데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기치처럼 매력적인 것이 없다. 또 항공료가 싸면 그만큼 제주를 찾는 관광객도 많아 질 터이니, 이야말로 일석이조이다. 그래서 대형항공을 그랜저로 그리고 저가항공을 티코로 비유하는 초기의 우려를 넘어서서, 하나의 시도이자 실험이기는 하지만 많은 기대를 안고 제주항공이 출범할 수 있었다.

  여기서 향후 제주도정이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도민 공감대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이 해군기지든, 영리병원이든, 케이블카든, 카지노든 지난 몇 년 동안 제주도정의 역점 사업이 제대로 추진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바로 도민 공감대의 부족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가항공처럼, 도민에게 당장 이익이 되도록 하면서 장기적으로도 제주의 미래 비전과 연관되도록 하는 프로젝트 발굴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의 대내외 환경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과 함께 제주도민들이 바라는 바의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안 찾기가 중요하다. 환경영향평가를 도외시한 채 개발 사업을 유치하고 관광객을 많이 끌어오도록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2009년 제주올레의 성공처럼, 도민의 호응이 전제되는 아이디어 발굴과 사업 추진이 그 대표가 될 것이다. 대대적인 외자유치 없이 그리고 극심한 환경파괴가 없이도 제주는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제주올레는 제주항공에 이은 두 번째 경사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결국 제주의 성공은 도민의 호응에 달려 있다. 앞으로 제주항공과 제주올레에 이어 제주교육이 혹 미래 가능성일 수 있다. 그러나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도민의 호응과 성원을 이끌어 내는 제주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쉽지 않다. 누구도 다 애를 낳고 키운다는 점에서 도민에게 직접 득이 되는 제주형 교육 프로젝트 발굴은 유아양육과 함께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도민의 호응을 바탕으로 하는 제주형 녹색사업도 그 하나이면 좋겠다. 2010년 선거를 통한 백가쟁명이 도민의 호응을 바탕으로 하는 경쟁적 대안 제시로 전개된다면, 이것이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이자 보람일 것이다. /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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