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꽈] 제주의 새로운 비전이 자리매김하는 경인년을 꿈꾸며

▲ 로버트 라이트가 쓴 '넌 제로섬'
  진화심리학 분야의 대가인 로버트 라이트는 『넌제로(NONZERO)』라는 저서에서 인류 문화의 진화와 생물학적 진화를 동일선 상에 놓고서 양 쪽 진화의 동력은 모두 넌 제로섬 원리에 있다는 주장을 펼쳐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어느 한 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원리가 아니라 양쪽 모두가 이익을 얻는 넌 제로섬 원리가 작동될 때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넌 제로섬 원리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통과 신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 상호간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신뢰가 없다면 넌 제로섬 원리는 작동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생물학적 진화는 물론 인류 문화의 진화 역시 소통과 신뢰라는 문제를 풀어 넌 제로섬 원리가 작동되면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넌 제로섬 원리를 통해 역사를 보면 역사는 방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하며 궁극적으로 인류는 전 지구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하나 된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로버트 라이트의 논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가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즉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진화를 이루려면 제주사회에 넌 제로섬원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사회를 들여다보면 과연 넌 제로섬 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곳인지 회의가 든다. 작년 한 해 동안 제주사회의 최고의 화두는 ‘소통’이었다. 제주도정은 주요 현안들을 도민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였고 시민단체들과 해당 주민들은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도정을 향해 소통의 부재를 질타하였다. 소통이 안 되니 신뢰가 생길 리 없었다. 도정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갈등과 분열만 난무하였다. 소통의 부재, 신뢰의 부재가 부끄러운 제주의 자화상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넌 제로섬 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겠는가.

  이제 경인년 새해가 밝아왔다. 새해에는 소통과 신뢰가 회복되어 넌 제로섬 원리가 작동되는 제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갈등과 분열을 넘어 도민통합을 통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소통과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까. 여기서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앞을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생 텍쥐베리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 역시 소통과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진정한 소통과 신뢰는 함께 앞을 바라볼 때, 즉 비전을 공유할 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제주사회에서 소통과 신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유감스러운 점은 현재 제주의 공식 비전인 ‘국제자유도시’는 도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화려하게 보이기는 하나 제주의 몸에는 전혀 맞지 않고 유행에도 뒤진 옷이기 때문이다. 몸에 맞지 않고 유행이 지난 옷을 억지로 입히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당연히 거부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정이 ‘국제자유도시’를 추구하면 할수록 이에 대한 저항이 격렬해지며 제주사회는 갈등과 분열로 얼룩지게 되는 것이다.

▲ 신용인 변호사 ⓒ제주의소리
  이제는 새로운 비전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비전은 국제자유도시처럼 화려하게 보이지는 않더라도 제주의 자연과 문화와 조화를 이루고 시대의 흐름에도 부합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비전이 나오면 제주사회는 소통과 신뢰가 회복되어 넌 제로섬 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것이다. 도민통합을 통한 한 차원 높은 단계로의 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하나 된 세계로 나아가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2010년 경인년이 제주의 새로운 비전이 자리매김하는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꿈꿔본다./ 신용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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