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분 좋은 날' 26일 방송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우리 딸이 동생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하네요. 무조건 아들을 낳아달래요. 자기가 석규한테 못해준 거 다해주고 싶다며…."

지난해 11월8월 일곱 살짜리 외아들 석규 군을 신종플루로 잃은 탤런트 이광기가 부인 박지영 씨와 함께 MBC TV 토크쇼 '기분 좋은 날'에 출연해 힘들었던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20일 이 프로그램의 녹화에 참여한 이광기 부부는 "아들이 살 줄 알았다.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면 살 줄 알았다.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할 때도 믿고 싶지 않았고 당연히 살아날 줄 알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지영 씨는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평안 해보였다. 병원에 실려가기 전날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DVD를 보며 놀았다"며 "떠나기 이틀 전 미열이 있었지만 석규가 평소 열 감기 걸리면 이틀 정도 앓다가 낫길래 신종플루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가 계속 토하기에 응급실에 데려갔더니 급성폐렴이라더라. 호흡이 가빠져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약 투약하고 40분 만에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석규를 보내고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친정어머니가 거의 살림을 다해주셨다"며 "요즘도 집에 혼자 있을 때는 평소처럼 석규에게 말을 걸면서 혼자 중얼거리고는 한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석규의 사망신고를 할 때 다시 무너져내렸다.

이광기는 "석규 이름이 삭제된 의료보험증을 보고 많이 울었다. 사망신고는 벌금을 내고서라도 안하고 싶었다"며 "결국 석규 이름이 올라 있는 주민등록 등본 15통을 떼어놓고서야 사망신고를 했다"며 울었다.

그는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 너무 예쁘다며 연예인 시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추억으로 CF만 좀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해 10월 프로필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영정사진이 됐다"며 "우리 석규가 영정사진으로 데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12살 딸 연지가 있다. 연지는 요즘 동생을 낳아달라고 이들 부부를 조른다. 그것도 꼭 남동생을 낳아달라고 부탁한다.

이광기는 "연지에게 '엄마 아빠가 이제 동생을 낳으면 너랑 14~15살 차이가 날 텐데, 그냥 너 하나만 키우면 안될까?'라고 했더니, 자기가 다 키우겠다고 하더라"며 "석규한테 못해준 사랑 다 해주겠다고 하더라"며 울었다.

아내가 집에 있으면 아들 생각에 너무 힘들어해서 이들 부부는 이달 초 경기 파주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화책을 만드는 학원을 오픈했다.

이광기는 "아내에게 집에 있으면 안되니 계속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처음 학원에 온 아이가 석규 또래의 7살 남자아이라 도망가고 싶었지만 부딪혀보기로 했다"며 "아이들 대하는 일이라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이 일을 통해 오히려 아픔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방송은 26일 오전 9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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