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학생 문예작품 공모전 최우수상 - 박혜윤(과학고)

   

이 산문은 제주도가 4.3 57주년을 맞춰 용서와 화해, 평화와 상생의 정신을 주제로 한 제6회 제주4.3 학생문예작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편집자]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제주과학고등학교 2학년
                                                                       박 혜 윤

▲ 박혜윤
제주에서 7년 간 살아온, 소위 육지사람이라 불리우는 나로서는 ‘4.3사건’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었다. 가끔 ‘4.3사건’이라는 말을 듣고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소식 등을 접하기 하였지만 그냥 과거에 있었던 단순한 하나의 ‘사건’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여기저기 자료를 수집하다보니 조금씩 조사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낀다.

여행을 하면서 또는 방송매체를 통해서 직접 간접적으로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약소국이라 세계의 다른 여러 나라들과의 정상회담이나 각각의 여러 협상들에서 대등한 대우를 받지 못함을 볼 때 내가 느껴왔던 여러 가지 낭패감들을 제주의 ‘4.3사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내에서도 느끼게 된다.

일부 공산주의자들이 남한의 총선거를 방해하기 위하여 주민 일부를 선동하자 군대와 경찰이 제주도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한 사건이 바로 ‘4.3사건’이다.

제주도 내에서 일부 공산주의자들을 잡지 못해서 시작된 죄 없는 제주도민의 희생과 그 희생의 정보가 새어나가면 중앙정권의 위상에 타격을 받을까 봐 숨겨져 왔던 게 아닌가?

내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찌 나라와 국민 모두를 보호하고 정의를 지켜야 할 주요임무를 가진 이들이 오히려 식민지시절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에게 행했던 잔인한 행동들을 그대로 다시 보여주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니, 같은 민족으로써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의 부모가 바로 옆에서 그것도 내 나라 사람에게 그런 처참한 모습으로 희생되어야 했다면… …어떤 보상으로도 상처받은 이의 가슴을 치료해주기 힘들 것이다. 만일 제주라는 외진 지역이 아니었더라면, 서울 같은 대도시였다면 이런 4.3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또 일어났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등한시 될 수 있었을 지 의문이 된다.

아마도 이때의 사건 이후 제주도 사람들에게 제주도민 이외의 사람들은 육지사람이란 호칭이 남달리 불리워졌을 법하다. 도둑도 거지도 없어 대문도 없다는 제주의 삼무정신은 분명 평화를 의미하건만 아픈 과거가 마음의 대문을 닫게 하지 않았을까.

그간 많은 제주인들의 보이지 않은 노력으로 1999년 12월 26일 국회본회의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었고, 2003년 10월에는 국가의 사과표명과 함께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 받았다. 그냥 평화의 섬이 아닌 세계평화의 섬! 이 말의 의미지는 모든 위협요소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인 적극적인 의미의 평화, 문화적․사회적․정치적 활동체계까지 포괄하는 세계 평화를 말함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평화의 섬 지정은 자칫 무의미해질 수 있으나 제대로 된 계획과 정부의 적극적인 실천의지가 함께 한다면 오히려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으리라 본다. 현재에도 공원, 기념일 지정, 어려운 유족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부도 이제는 4.3사건에 큰 관심과 지원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4.3을 겪지 않은 학생세대에게 제대로 가르쳐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나에게 제주도는 제2의 고향이라 할 만큼 오랜 시간, 그것도 거의 모든 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렇게 조사하기 전까지는 정말 나의 4.3사건에 대한 지식은 빈약했다. 아니, 거의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제주도에서 꽤 오래 살았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이런 중요한 사건을 잘 모르고 있었는가에 대해 창피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주지 않았던, 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게끔 하였던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아마 다른 많은 학생들도 집에 관계된 사업이 있던가 하지 않으면 나와 비슷한 것이기 때문에 역사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한때 4.3 폭동이라는 말로 불리워질 만큼 알려지지 않았던, 은폐하고 왜곡되었던 4.3의 역사. 이제 많은 사람들이 4.3사건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과거를 쉬쉬해왔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으므로 4.3사건을 중요히, 그리고 진실만으로 가르치고 배울 날이 곧 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즉, 과거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여야만 미래에 또다시 잘못된 과거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상처받은 제주인의 가슴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제주도민의 정체성을 회복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 엄청난 성과임이 틀림없다.

아마도 삼무의 정신을 가진 제주인은 옛 전통을 이어받아 비극을 평화로 승화시키는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 주체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 제주의 자연처럼, 또한 이를 바탕으로 말뿐인 세계평화의 섬 지정이 아니라 이름 값을 해낼 수 있도록, 지금 잠깐의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정부의 물적․인적 지원과 가만 지켜만 보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제주인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다면 지리적으로도 동북아시아의 중요위치에 자리잡은 우리 제주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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