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3 57주년] 4.3 연작시 - 김석교

                        숨부기꽃
                                --1949년 성산포의 기억

                                                                                      김석교



▲ 통꽃으로 떨어지는 동백꽃 ⓒ 강요배 화백. 동백꽃 지다.

잘 있거라, 하늬바람 오금 조이던 터진목
우리 무참히 총 맞아
2연대 서청중대 군홧발에 짓밟힐 때
마지막 바라보던 수평선

땡볕 푸르른 여름날
무덤 이룬 모래굴헝 뒤덮으며
그 아릿한 내음 펄펄
숨부기, 옛사랑 보라꽃 피우느니

말미오름에서 바우오름에서
큰물뫼 족은물뫼 모구리오름에서
개처럼 끌려와 피멍울 새긴 모살동네
통일 어느 날 서북사람들 찾아와
무심히 사진기 누를 때

그들에게로나 빙의할까
네 불휘 이끄는대로
우리 비로소 해원할까
듬북할미 입술 푸른
보제기 나의 꽃

*숨부기꽃 : 바닷가 모래에 피는 ‘순비기꽃’의 제주 토박이 말.


김석교
1958년 제주 출생.『월간문학』등단(1995년). 시집『넋 달래려다 그대는 넋 놓고』(1999년). 제주작가회의 회원.〈깨어있음의 시〉동인. kimtjr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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