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제주가 해상 MD 기지되면 유사시 중국의 타깃 될 가능성

   최근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화순 전략기동함대 건설계획이 미국의 MD체제 구축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대표는 제주참여환경연대 기관지 ‘참세상사는사람들’ 2005 봄호(4월 발간 예정)에 기고한 글을 통해,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은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과 맞물려 있다는 주장을 8가지 증거를 들이대며 제기하고 있다. 참여환경연대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게재한다.(편집자 주)


해군이 2002년 제주도 도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유보되었던 제주 화순항에 해군기지 건설을 다시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방어사령부 측은 "동아시아의 해상 교통로 보호와 남방항로 확보를 위해 제주 기동함대 배치가 필요하며 미래 해군기지로는 화순항이 최적지"라고 기지 건설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제주도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대규모의 해군기지 건설은 '평화의 섬'으로서의 제주도의 위상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화순항 건설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맞물려 있어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당국에서는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MD 참여를 요청받은 바도 없고 참여할 계획도 없다"며 화순항 건설과 MD의 무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결정적인 증거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증거 1 : 1998년 미국 국방부는 MD의 일종인 TMD 구축 보고서를 작성해 한국, 일본 등에게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천용택 국방장관과 김대중 대통령은 각각 1999년 3월 5일과 5월 5일 "TMD 참여 계획이 없다"며 미국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증거 2 : 2001년 3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MD에 대한 지지와 참여를 발표하고 워싱턴에 오면 정상회담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며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했다. 김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고, 이는 당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홀대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증거 3 : 9·11 테러 직전인 2001년 9월 초 미국의 MD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MD에 대한 지지와 참여를 요청했다. 당시 필자는 미국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MD 대표단을 만났다.

증거 4 : 2001년 초부터 주한미군 사령부는 한미연합사 산하에 한미 합동 MD 기구의 창설을 추진했다. 이 계획은 '연합합동미사일작전기구(CJTMOC)'라는 명칭을 달고 오산공군기지에 신설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이 기구에 한국군 역시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것 역시 확인되었다. 이에 흡족해한 미군 당국은 "가장 모범적인 MD 합동기구"라며 다른 나라의 사례로 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거 5 :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2002년 3월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한에 이지스함을 판매하는 것이 북한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오겠지만,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보호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KDX-Ⅲ 사업이 MD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증거 6 : 2002년 10월 8일에는 한미 양국의 국방·외교관련 인사들이 참가한 '한반도에서의 MD와 반확산 전략'이라는 주제의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미국의 MD 주무부서인 미사일방어국(MDA)의 후원으로 연세대 국제대학원과 미 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주요 참석 인사(당시 직책 기준)로는 한국쪽에서 반기문 외교부 차관,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배형수 차세대구축함(KDX-Ⅲ) 사업처장을 포함해 국방부·외교부 실무자들과 국방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종사자 및 학계 인사 등 모두 33명이고, 미국쪽에서는 토머스 하버드 주한 미 대사,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 등을 비롯해, MDA의 실무자와 한미연합사 고위장교 등 모두 28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 TRW 등 MD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미 군수업체 고위 관계자도 포함됐다.

이 회의의 핵심적인 논의 내용으로는, 첫째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과 MD에 대한 한국의 반대 여론을 고려해 '티 내지 않고' 한미간의 MD 협력을 해야 하고, 둘째 한국의 MD관련 무기도입 사업(KDX-Ⅲ, SAM-X 등)은 'MD와는 무관한 군 현대화 사업'이라고 포장해야 하며, 셋째 한미간의 원활한 MD 협력을 위해서는 한국의 국방비가 GDP 대비 3%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증거 7 : 미 국방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한에 이지스함을 판매하는 것이 북한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오겠지만,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보호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의 판매결정이 MD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증거 8 : 리온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2004년 3월 31일과 4월 1일, 각각 미국 하원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한국의 국방중기계획에는 MD도 포함되어 있다"며, 이를 통해 "한미연합방위 전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이 한국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MD 참여를 요청한 바 있고, 한국 역시 이를 적지 않게 수용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당국에서는 "한국은 MD에 참여할 기술도 능력도 없다"며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MD에 참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기술력에 뛰어난 일본과 같은 나라는 공동개발하기도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땅 대주고 돈 대주고 무기 사주고 공동 기구 만드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미국 MD의 '전초기지'되고 있다

기실 한국은 이미 미국 MD의 전초기지화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2003년 8월 말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을 추가로 배치한 것을 비롯해, 현재 오산·수원·군산에 모두 48기(6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2004년 가을 들어 광주광역시에 PAC-3와 PAC-2로 구성된 16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제35 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공군기지로 이전시켰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모두 64기(8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되었다. 참고로 '근접 폭발 방식'을 채택한 PAC-2는 주로 신형 전투기 요격에, '맞춰서 요격하기(hit-to-kill)'을 채택한 PAC-3는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사용되며 사거리는 70km이고 고도 24km 내에 있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론'이다.

미국은 한국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것과 함께,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고 불리는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를 이미 배치했다. 한미연합사에는 'CJTMOC'라는 기구를 만들어 MD 작전 교리를 개발해 오고 있으며, 을지포커스 렌즈 등 한미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도 포함시켰다. 또한 2004년 9월에는 최첨단 전투체계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기능을 갖춘 이지스함을 동해에 배치했고, 올해부터는 북한의 노동과 대포동 미사일을 겨냥해 SM-3을 장착한 이지스함을 배치할 예정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PAC-3가 배치된 기지가 중국과 인접한 남한의 서남부에 집중되어 있고, 그 기지는 미국 공군력이 주둔하고 있거나 유사시 공군력이 배치될 지역이라는 것이다. 수원, 오산, 군산은 미국 공군력의 동북아 전초기지이고 평택은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해 '주요작전기지'(main operation base)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며, 광주 비행장에는 유사시 오키나와 등에 있는 미 공군력이 배치되는 곳이다. 미국이 남한의 서남부를 군사력 투사의 전초기지로 삼으면서 유사시 이들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PAC-3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제주도에 화순항이 건설되면 한국은 지상 MD에 이어 해상 MD의 기지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화순항 건설 문제를 '한국 해군의 역량 강화'라는 좁은 시야를 넘어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제주도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21세기 들어 점차 그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미일동맹과 중국 사이 중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대만 해협과는 불과 1,000km 떨어진 지역이다. 만약 미국이 이 곳을 해군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미국은 중국 및 대만 해협과 가장 가까운 전초기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중국을 21세기의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킬 수 있는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적인 군사전략으로 삼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재편하면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고 MD 능력을 배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을 대중국 봉쇄의 기축(基軸)으로 삼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독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19일 발표한 '미일 안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문제를 처음으로 '공동 전략목표'에 포함시켰다. 이는 중국이 대만에 무력 사용을 할 경우 군사 개입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군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화순항이 건설되면 미국 해군도 이 기지를 사용하게 된다. 특히 미국의 이지스함뿐만 아니라 항공모함도 정박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부두를 만들 예정이다. 이는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MD 체제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스탠다드미사일-3(SM-3)을 장착한 이지스함을 대거 동아시아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과 맞물려 제주도가 미국 주도의 해상 MD 체제의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해군측은 화순항 건설과 MD는 무관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화순항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국의 이지스함이 정박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화순항을 기지로 사용할 한국의 KDX-Ⅲ도 미국 주도의 MD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이 함정에 사용될 이지스 전투체계의 기종은 미국 해군이 MD용으로 개량한 기종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군측은 "우리 해군 이지스 구축함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장거리 유도탄을 탐지·추적·격파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 미일 MD체계와는 상호연동 되도록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한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한국형 MD'를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최신형 이지스 전투체계는 다른 MD 체계의 상호연동되도록 설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미사일 요격을 위해서는 고성능 레이더와 인공위성 등 정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해군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과 연합방위체제를 이루고 있고,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군당국 스스로 강조하면서 MD만 예외일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2002년 4월에 한국에 이지스 전투체계를 판매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로써 미국은 한국과 함께 MD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한 것은 한국의 이지스함이 미국 주도의 MD와 무관하다는 해군측의 주장과 상반된 것이기도 하다.

해군은 제주도에 대규모의 해군 기지를 건설하면 제주도의 안전이 증진되고 해상 교통로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제주 화순황이 한미연합 해군의 중추 기지, 특히 해상 MD 기지가 되면 중국은 이 기지를 유사시 우선적으로 공격하려고 할 것이다. 오히려 제주도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안정적인 해상 교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고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데 있다.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대중국 군사 작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한미동맹도 재편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주도 마저 미국 군사력의 전초기지로 변질된다면, 한중간의 긴장 고조는 불가피해지고 이에 따라 남지나해와 대만 해협의 해상 수송로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욱식(정욱식님은 오마이뉴스의 통일-평화문제 담당기자이며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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