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꽈]세계환경수도 추진을 바라보며

  작년 11월 26일 세계자연보전총회 유치를 계기로 하여 제주는 ‘세계환경수도’라는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되었다. 제주 도정은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위한 10개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방의 설움을 삼키며 지내야 했던 제주가 환경을 통하여 세계의 중심지로 변모한다면 얼마나 감격적인 일인가. 그러나 제주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과연 제주가 세계환경수도로 도약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환골탈태하는 노력이 없다면 십중팔구는 허황된 꿈으로 그치면서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세계환경수도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첫째, 현재 제주의 공식비전인 국제자유도시를 계속 추구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국제자유도시와 세계환경수도는 그 바탕이 되는 패러다임이 너무 다르다. 국제자유도시는 고전물리학에 기반을 둔 기계론적 세계관, 인간중심주의, 경제성장제일주의 등 낡은 패러다임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 세계환경수도는 현대 물리학과 생물학에 기반을 둔 유기체적 세계관, 생태중심주의, 지속가능한 발전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둘은 물과 기름과 같이 그 성격상 서로 어울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와 세계환경수도를 동시에 추구한다면 정책의 모순과 혼돈이 뒤엉키면서 방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렸을 때 세계 각지의 환경 전문가들이 제주에 와서 어떻게 생각할까.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나무랄까 걱정이 든다.
 
  둘째, 세계환경수도에 걸 맞는 높은 수준의 생태의식과 생활양식을 확립해야 한다. 제주도민의 생태의식이나 생활양식이 다른 지역의 주민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못함에도 제주가 세계환경수도라고 공포를 한다면 이는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세계환경수도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다. 따라서 세계환경수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어떻게 해야 다른 지역과 차별화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생태의식과 생활양식이 제주도민의 삶 속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제주에서 동ㆍ서양의 생태철학을 아우르는 심오한 사상이 나오고 그 사상이 삶 속에서 체화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비록 그 정도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제주를 찾은 세계인들이 감동을 받고 존경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계환경수도를 당당하게 선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한 범도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면 아무리 멋진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해도 모래 위에 성 쌓기에 불과하다. 또한 그 방안은 당연히 세계환경수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환경을 제대로 보전하면서도 도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 신용인 변호사 ⓒ제주의소리
필자는 그 방안의 하나로 제주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다. 각박한 도시생활 속에서 온갖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자연과 더불어 쉼과 치유를 얻기를 갈망한다. 제주가 자연치유의 메카로 발돋움하여 현대인의 그런 갈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면 돈은 자연히 제주를 따라오게 되어 있다. 제주의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면서도 경제적 기반이 굳건하게 마련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를 자연치유의 메카로 만드는 획기적인 정책과 제도를 과감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신용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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