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꽈]세계환경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유치를 계기로 하여 제주는 도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였다. 제주도정은 이 기회를 활용하여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제주도정의 그러한 노력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라는 허황되고 시대착오적인 비전에 매몰된 채 방향을 잡지 못해 계속 갈팡질팡하다가 1인당 평균소득이 지방자치단체 중 최하위권으로 뒤처지고 말았다. 이제 제주에게는 또 다시 시행착오를 할 여유가 없다. 그러다가는 정말 영영 낙오되고 말 것이다.

  이왕 세계환경수도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만일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제주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따라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돌아서 가는 것이 오히려 빨리 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세계환경수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집짓기에 비유해서 단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집을 짓고자 한다면 먼저 어떤 컨셉으로 지을 것인지 정해야 한다. 어떤 집으로 지을지 컨셉도 정하지 않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서 컨셉이란 방향, 의도, 개념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세계환경수도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라고 정의하는 입장이 있다. 이에 의하면 세계환경수도의 컨셉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및 지속가능성이다. 그런데 이러한 컨셉은 평범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어 제주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환경수도를 지향하는 다른 도시들과의 차별화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먼저 제주의 특성을 살리면서 차별화할 수 있는 컨셉을 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그런 컨셉을 정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하여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본다. 제주의 최고 강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연이다. 또한 건강은 우리 사회의 최고 화두이다. 따라서 세계환경수도의 컨셉을 자연과 건강으로 정하는 것은 어떤가. 제주를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누구나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생태도시로 만들어 세계적인 휴양, 치유, 레저의 메카가 되게 하는 것이다.

  컨셉이 정해지면 사전조사 등을 통해 집짓기의 가능성, 타당성 등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먼저 제주의 현실 여건과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파악ㆍ분석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자연과 건강을 컨셉으로 하는 세계환경수도 조성이 가능한지, 또 그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심도 있게 검토ㆍ판단해야 한다. 만일 부정적인 판단이 내려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인 판단이 내려지면 이제 구체적으로 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기초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기둥과 벽은 어떻게 세울 것인지, 지붕은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 설비, 인테리어 등 마무리 공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도면을 그려야 한다. 설계도면이 나오지 않으면 공사를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착공을 한다면 그 공사는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면서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세계환경수도를 만들기 위한 사업을 벌이기 전에 종합계획(설계도면)을 잘 세워야 한다. 종합계획이 세워지지도 않았는데 급한 마음에 사업부터 벌이면 설계도면 없이 공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 이제 설계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보자. 집을 지으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기초가 부실하면 나머지 공사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 공염불이다. 따라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세계환경수도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크게 정신적 측면과 물질적 측면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정신적 측면에서는 생태적 세계관 및 전인적인 건강관이 확립되어 도민들의 삶 속에서 뿌리내려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세계환경수도는 모래 위에 성 쌓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실효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물질적 측면에서는 자연과 건강이라는 컨셉에 맞는 생태산업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제주의 양대 산업인 농업과 관광을 이에 맞춰 리모델링하고 치유, 휴양, 레저 관련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도민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만드는 계획이 필요하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 죽어지는 판에 세계환경수도 운운은 소귀에 경 읽기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초공사에 대하여 정하고 나면 기둥과 벽을 어떻게 세울지를 정해야 한다. 이는 도시계획 등 공간계획에 해당할 것이다. 제주라는 지역공간을 세계환경수도의 컨셉에 맞게 재구조화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다음으로는 나머지 공사를 어떻게 해서 마무리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는 자치행정ㆍ복지ㆍ보건의료ㆍ환경ㆍ문화ㆍ교육 등 각 부문별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 보면 무난하다.  
 

▲ 신용인 변호사
  위와 같이 하여 설계가 완성되고 나면 그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면 된다. 세계환경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종합계획을 각 단계 별로 잘 세우고 그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면 된다. 그럼 제주는 세계환경수도로 우뚝 설 것이다.

  이처럼 세계환경수도를 성공적으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컨셉을 잘 정해야 하고 그에 따른 종합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좋은 컨셉과 종합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신용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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