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⑩ 답장이 늦었네요

▲ 장독대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1.
설 명절이 되어 샘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
건강하시고요.
제주에 오셨나요? (지난 1월말에 선배랑 갈려고 했는데 샘이 외부 출장 간다고 해서요. 그래서 현재는 돌아오셨나 싶어서)

저는 화북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지난 주말에 이삿짐 싸고 옮기고 재정리하고~
그러면서 앨범도 보고 메모도 살피고 수첩도 다시 한 번 뒤적거리게 되었어요. 짐 싸면서 다시 풀면서 느낀 건, 일기장과 수첩 그리고 앨범은 정말 내게 활력과 삶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해 주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되면서 정리는 잘 안된 상태였어도 웃음이 활짝 활짝 번지더라고요.

시간 내서 앨범과 수첩은 깨끗이 재정리해서 가장 잘 들여다보는 곳에 비치할 거랍니다. 고이고이 간직 하고파요.
앨범엔 간혹 학과 동료와 선(샘도 있던데요)후배 얼굴들이 있던데 그때도 '정말 좋았구나.' 생각했어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꼭 찾아뵐게요.
잘 지내세요. 건강하시고요^^

▲ 수선화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2.
답장이 늦었네요.
지난 번 만나러 오려했다는  얘길 듣고
시간이 맞지 않음을 몹시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고 또 이렇게 편지를 받게 되어
기쁨이 배로 더합니다.
올해는 눈이 참 많은 해인데 이사를 하였다니
그 길은 편안하였는지 염려됩니다. 또
그 길에 함께 하였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짠해 집니다.
이미 별일 없이 잘 끝났으리라 짐작은 되지만.

이런 우리 시대를 신유목생활이라 하더군요.
저도 한 참을 떠돌이로 지내다 제주의 작은 마을 한 쪽에
들과 오름을 마당으로 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람이 들려주는 노랫말과
시간을 따라 빛깔의 변화를 주는 한 폭의 동양화가 걸린 창을
벗 삼아 하루하루를 온전히 나를 향해 쓰고 있습니다.

▲ 오성스님 ⓒ제주의소리/캐리커쳐=김경수 화백
후배님
아니 이제 벗이라 해야겠군요.
우리가 인연을 맺은 지도 25년이 넘었습니다.
학부를 마치고는 간간히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소원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늘 마음에 가까운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한 해를 다시 시작하면서 소식을 접하게 되니
날리는 눈발이 정겹기만 합니다.
짧은 만남 긴 여운의 뜻이 다가옵니다.
이제 우리도
지난 시간이 추억으로 간직되어
지난 여러 이야기들이 이유 없이
그립고 고마움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 간직하지만 말고 언제 시간 내어서
옛 지인들 함께 모여 차담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올 봄의 설렘은 이렇게 시작되는가 봅니다.
여전히 변덕이 심한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십시오.
저기 앞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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