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6·2 제주지사 선거 관전포인트

           I. 대세론의 의미

  2월 17일 김태환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6․2 제주지사 선거는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여론조사 1위의 우근민 대세로 선거가 마무리될 것인지, 아니면 60대 후반의 신구범-우근민-김태환 민선 1세대를 종지부 찍고 이들 보다 대략 10년 정도 젊은 50대의 2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일까의 논쟁 속에서 여론 추이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세론이란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근민 전지사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현실적 지지도 추세를 반영한다. 이와 관련 혹자는 여론은 냄비처럼 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여론조사 1위라는 게 한 때의 흐름인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대세론이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두 번이나 꺾여 나갔던 사례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여론은 기회만 주어지면 변한다. 다만 쉽게 변하지 않을 따름이다. 왜냐하면 여론의 변화에는 특정의 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회창 대세론은 한번은 아들 병역기피와 IMF 경제위기로 인해, 그리고 다음에는 바보 노무현의 균형발전론과 지역주의타파론 등 미래지향적 개혁론으로 인해 좌절되고 말았다. 각 경우마다 이회창은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선거 전략가로부터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6·2 제주지사 선거에서 김태환 지사의 불출마가 어떤 식으로 우근민 대세라는 여론 추이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로 작용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의 영역에 위험을 무릅쓰고 예상을 해 본다면, 김태환 지사의 불출마가 진정으로 정치적 은퇴임이 확실시 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반전 계기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김태환 지사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지원을 등에 업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 속에서 강택상-고계추의 지사 출마에다 현명관 삼성물산 고문의 한나라당 후보영입론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는 한, 우근민 대세론을 넘어서려는 세대교체론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는 세대교체론이 힘을 발휘하게 되는 선거구도란 민주당 후보 우근민 전지사와 한나라당 후보 강상주 전시장이 대결할 때라는 것을 뜻한다.

  다른 측면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그 자체의 쏠림 현상을 통해 자기실현성을 강화함으로써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일비일희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선거 예측에서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에서까지도 여론조사가 활용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선정은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되었던 대표적 사례였다. 그런데도 몇 차례에 걸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대세론을 가당치 않은 것으로 폄하하는 것은 하나의 아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여론조사가 오류가 없는 과학이고 만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몇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는 여론의 흐름 등을 예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통계학적 차원의 신뢰성을 일정 정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함을 지적하고자 할 뿐이다. 그래서 많은 관전자들은 2010년 2월 말-3월 초 시점의 예비후보 구도에서 보면 우근민 전지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동시에 남은 3개월의 시간 동안, 예를 들면 현명관 삼성물산 고문의 출마 등을 포함하여 어떤 예기치 않은 변수의 작용으로 인해 우근민 대세론이 멈추게 될 수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어느 인간이 전지전능하여 미래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다만 통계와 여론조사를 통해 특정의 변수가 작동하지 않는 조건 하에서의 미래를 조심히 예측할 뿐이다. 우근민 대세론은 그렇게 조건부 미래 전망일 뿐이다. 그러니 이런 조건부 전망에 대해 너무 일비일희 하지 마시라.

  대세론은 이렇게 ‘지금 여기’라는 현재의 관점과 추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현 시점에서의 승자 편향의 논리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현 시점의 흐름이 미래에 변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우주만물의 변화이론’을 교묘히 회피하면서 미래까지도 장악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현 시점의 승자는 대세론을 펴면서 현재를 넘어 인간이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미래까지도 자신의 승기 안에 가두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세론은 2010년 2월 말-3월 초 현 시점의 승자 편향을 담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특정 승자에 대한 인지도 내지는 지지도의 쏠림을 지속시키려는 고도의 선거전략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파악된다.

                 II. 세대교체론의 의미
 
  6․2 제주지사 선거에서 세대교체론은 현 시점의 승자에 대한 도전자의 변화추구 논리이자 선거 전략이다. 세대교체론이 새삼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신구범-우근민-김태환으로 요약되는 민선 15년을 청산하고 제주의 미래발전을 새로운 세대가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도민정서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세대교체론은 두 가지 측면을 갖는다.

  하나는, 세대교체론은 무엇보다도 특정 세대의 정치인을 아웃시키려는 청산론으로 연결된다. 특정 세대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압도적으로 행사하고 있을수록 후발주자들은 변화 요구를 담아 청산론을 제기하게 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신-우-김 청산론이 도민들에게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신-우-김 혹 현명관까지를 포함하여 모두 법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적이 있어서 도덕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을 거부하는 도민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엘리트가 도덕적이어야 함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만큼이나 6․2 지방선거에서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정치인을 아웃시키려는 움직임은 필연이다. 지난 대선에서 도덕성은 부족하지만 역량은 있어 보였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대통령으로 뽑고 나 이후 지난 2년의 경험은, 더 더욱 정치인의 도덕성을 강조하기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세대교체란 도덕성이 결여된 구세대를 청산하고 이를 대신하여 도덕성을 갖춘 신진 세대가 등장해야 함을 주창하는 하나의 선거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동훈 전 서대문구청장은 뇌물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를 주창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도덕성이 혹 정당 바꾸기의 명분까지도 그 대상으로 한다고 보면, 김경택 전 JDC이사장도 세대교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경택이 한나라당에 입당하게 된 연유를 집권당 후보가 되어야 제주발전이 가능하다는 데에서 찾고 있음을 보면서, 이러한 논리가 과연 세대교체론과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는지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김경택 전이사장은 세대교체의 의미를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예를 들어 ‘114공약’(1,000만 관광객 시대, 10만 일자리 창출, 도민소득 4만 달러 시대 개막)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김경택의 114 공약은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다가 최근 폐기하려고 하는 747 공약의 제주판에 머물고 있을 뿐이어서 114 공약과 세대교체론 간의 연관성도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세대교체론은 두 번째로 단순한 신-우-김 청산론이 아닌 새로운 가치와 비전이 제시되어야 비로소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강상주-고희범 등 예비후보들이 내거는 세대교체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가장 최근에 수면 위로 떠오른 강택상 제주시장과 고계추 전 제주개발공사사장 혹 김우남 의원의 출마를 세대교체론과 연관시켜 보면, 여기서는 그 정치적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김태환 도정의 발전계승을 명분으로 하면서 신구범-김태환 연합 또는 그 일부를 활용하려는 한, 강택상-고계추 혹 김우남의 출마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김태환 지사의 불출마 공백을 채우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대리출마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강택상-고계추의 한나라당 입당과 김우남의 민주당 출마로 인해 김태환 사단이 각개 약진한다면, 그만큼 강택상-고계추-김우남의 출마는 부분적으로만 김태환 사단과 제휴하는 데 머물 것이고, 그러한 한 김태환의 불출마는 세대교체론에 탄력을 제공해 줄 가능성은 크다. 그렇지 않고 신-구 연합이 특정 후보로 집결되어 나간다면, 이는 그만큼 세대교체보다는 후3국론(신-우-김) 시대를 여는 데 그칠 공산이다. 

  한나라당 예비후보 가운데 세대교체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강상주 전서귀포시장은 나름대로의 구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강상주 전시장은 세대교체를 ‘91년부터 지사를 해 온 1세대 퇴진도 의미하지만, 국제자유도시나 특별자치도를 변화하는 세계에 맞춰 변화시켜나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 강상주는 민선 서귀포시장을 했다가 시·군을 폐지하는 행정구조 개편으로 인해 4년 간 쉬면서 꾸준히 정당 활동과 지역구 관리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내공을 쌓아 온 대표적 세대교체론 주자 가운데 하나임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바다. 

  그렇다면 여론조사에서 10-15%의 지지를 얻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 후보로 자리를 잡게 된다면 강상주 전시장은 유망한 후보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강상주 로서는 4년간의 절치부심을 토대로 하여 시군자치 회복이라든가 산남북 균형과 같이 지난 김태환 도정을 넘어서서 새 시대에 걸맞게 차별화된 국제자유도시와 제주특별자치도 비전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것이다. 다만 한나라당의 보수적 틀 안에서 강상주 전 시장이 자신의 세대교체론에 미래지향적 개혁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 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우근민 후보 대 한나라당 강상주 후보 간의 대결구도가 될 경우 강상주 후보에게 있어 세대교체론은 강력한 공격 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세대교체 기수로는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사장이 가장 돋보인다. 신-우-김을 포함하여 강상주-강택상-고계추 등 한나라당 예비후보들 모두가 공무원 경험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고희범은 이들로부터 가장 자유롭게 제주도정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고희범 전 사장에게 있어 세대교체의 의미는 단순한 신-우-김 청산만이 아니라 공직 생활의 관료적 경직성이라든가 폐쇄주의로부터 벗어나 시민사회의 활력을 가장 크게 요청하는 것으로서의 제주미래 발전에 대한 구상에서 찾아야 할 것임을 뜻한다.

  그러나 고희범 전 사장이 김태환 지사의 불출마의 기회를 틈타서 우근민 전지사의 용퇴를 촉구하는 것은 기회편승으로 비춰진다. 오히려 우근민 전 지사와의 공정한 경선 공간을 갖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통해 정당 선택을 압박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 더 힘을 써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오히려 우근민 전 지사가 민주당에 입당하여 경선을 거치게 될 경우에, 고희범에게는 우근민의 우월한 인지도를 넘어 서기 위해 변화와 개혁의 세대교체 필요성을 적극 개진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혹 민주당 후보 고희범 대 한나라당 후보 강상주 대결구도가 될 경우 세대교체론은 더 이상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혹 현명관 고문이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경우라면 고희범 후보의 세대교체론은 큰 탄력을 받게 된다. 만약 고희범 전 사장이 민주당 경선에서 우근민 대세론을 누르고 후보가 될 경우 그 위력은 현명관의 삼성 신화까지도 집어삼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할 것으로 본다. 이는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6․2 제주지사 선거의 유망 후보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이나 향후 고희범의 세대교체론은 신-우-김에 혹 현명관까지 포함하여 세밀하게 이들을 넘어서는 제주미래 찾기에 혼신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세대교체론은 이상과 현실을 동시에 안고 있는 하나의 정치과정이다. 이상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은 변화 요구이자 제주미래 찾기에서 제주도민의 삶의 질 제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방법론 설정이다. 동시에 세대교체론은 현실적으로 열세 에 있는 후발주자들이 기득권 대세몰이에 저항하고 이를 넘어서려는 선거 전략의 측면을 띤다. 이렇게 양면성을 띤 채 세대교체론은 이제 막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는 정치과정이기 때문에 향후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면서 그 일환으로 도덕성을 구비한 차세대 리더십을 찾고자 하는 밑바탕의 도민정서를 등에 업고 우근민 전 지사를 넘어서려는 여타 후보군들에 의한 선거전략 상의 동상이몽이 한동안 지속되리라는 점에서, 세대교체는 제주지사 선거의 뜨거운 쟁점이 될 가능성은 있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반면 만약 한나라당 후보 현명관과 민주당 후보 우근민으로 제주지사 선거구도가 잡힐 경우 세대교체론은 한 때의 유행으로 그치게 된다. 더욱이 우근민 대세론을 넘어서는 전략으로서 세대교체론을 한 데 모아 나가기에는 강상주-고희범 등 예비 후보들 간의 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현금의 세대교체론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더 커 보인다. 이런 저런 전망은 며칠 더 지켜보아야 할 사안이겠지만, 그래도 어떻든 2월 마지막 날의 시점에서 바라본 한 가지 세대교체론의 유용성은, 그것이 우근민 대세론에 지속적으로 저항과 긴장을 제기하면서 제주사회의 미래비전을 위한 백가쟁명의 대안 제시를 더욱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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