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도민일자리를 위한 정치리더십을 보여달라

        I. 도민을 앞세우는 제주도정   

  대통령 호칭은 어감이 고압적이다. 국가를 대표하고 국정을 최종 책임진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어디에 비할 바 아니지만, 대통령이라는 어감이 ‘제왕적’임을 뜻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왕조 시대가 끝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통령은 제왕적 어감의 호칭으로 인해 국민에게 온화하게 다가가기보다는 엄하게 다스리려는 데 더 가깝다. 어차피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지 못할 세상인데도, 정부와 기업에서는 대통령과 회장(또는 사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그냥 당연시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러나 개인에게 너무 막중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필자는 미래 한국의 정부구조로서는 내각책임제를 더 온화하고 민주적인 것으로서 선호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간혹 일인 책임의 대통령제냐 아니면 공동 책임을 의미하는 내각책임제이냐의 권력구조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방정부에서는 전적으로 지사 또는 시장에 의한 일인책임제를 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 6.2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자치단체의 장으로 누가 당선될 될 것인지가, 지역 주민 전체로부터 평가와 점검을 받는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그 막강한 권한 때문에도 앞으로 남은 80여일의 기간 동안 지속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동시에 누가 장이 될 것이냐의 관심 못지않게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인 경우에는 앞으로 어떤 권한을 가진 도지사를 맞아야 할 것인가도 중요한 관심 사항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민선 시장과 군수를 없애버린 특별자치도에서는 지사만이 유일한 선출직 행정책임자로서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소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한 몸에 갖고 있는 특별도지사를 앞으로 어떻게 온건하게 하고 민주화 할 것인가가 과제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온건함이 대세인지, 자유선진당도 3월 17일 전당대회에서 총재란 직함을 대표로 바꾸기로 한다고 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한나라당 총재로 등장한 이후 ‘영원한 총재’일 것 같았던 이회창도 이제 한국정당사의 ‘마지막 총재’로 불리게 되었다. 물론 이름이 바뀐다고 위상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어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당 장악은 지속되리라 본다. 다만 그 어떤 경우도 당 장악은 한시적이고 조건부적인 것이기 때문에, 6.2 지방선거에서의 득표력이 향후 이회창 대표의 정치운명을 좌우할 관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떻든 총재라는 어감이 과거지향적이라서 바꾸기로 하는 온건화 움직임이 단순한 이미지 개선에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 실제적인 의미에서 미래지향적 분권화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권화와 다원화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내용 가운데 하나인 만큼, 6.2 제주지사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각기 분권화와 다원화를 향한 나름대로의 미래 비전을 내놓고 치열한 공방을 거칠수록, 6.2 선거는 주어진 후보자 선택만이 아니라 제주미래 찾기를 위한 도민 공론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미 강상주-우근민 예비후보는 특별자치도 행정구조의 틀을 어떻게든 다시 다듬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이렇게 여야 정당을 떠나서 유력 예비후보들이 행정구조 틀 손보기에 각자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에 대한 도민들의 공감대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자연스런 것이기도 하다.
 
  제주지사가 앞으로 제왕적이니 소통령이니 하면서 비민주적 자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제도 개선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군수를 선거로 뽑는 것을 넘어서서 도의회의 위상과 권한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그리고 제주도정의 회계감사에 주민참여의 길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지 등을 포함하여,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의 도민참여 방안들이 널리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주지역의 시민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역량들을 제주도정이 어떻게 활용하고 접합시켜 나갈 것인지의 고민이 요청되는데, 필자는 이를 한 마디로 하면 ‘도민을 앞세우는 제주도정’으로 명명하고 싶다. 그러니 앞으로 각 정당들이 총재라는 말을 안 쓰는 것처럼, 제주도정도 도민을 ‘선도’하겠다는 말을 안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민을 앞세우고 그에 뒷받침하는 지원자이자 협력자로서의 도정이면, 그 누구도 도지사를 보고 ‘제왕적’이니 ‘소통령’이니 하는 용어를 쓰면서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II. 일자리 창출과 민주적 리더십

  ‘도민을 앞세우는 도정’이 실현하려면, 그 도정을 맡게 될 지사 선거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사 선거에서 도민을 앞세운다는 것은 곧 각 후보의 선거 공약에 도민이 가장 원하는 바를 담아내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정책 경합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가 대표인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심부름꾼을 뽑는 6.2 선거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일상적 삶을 누가 어떻게 개선해 줄 것인가가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3월 1일 한국메니페스토 실천본부가 발표한 6.2 지방선거에서의 유권자 선호 조사를 보면, 사회적 일자리 창출·공공 임대주택 확대·보육시설 확충 등 분배 우선 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71.25%인 데 반해 기업투자 유치 등 성장 중시 정책은 28.75%로 나타났다. 이는 대강 7:3 비율로 유권자들의 바람은 거창한 미래 청사진이 아니라 일상적 삶의 개선과 개량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어머니 리더십’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6.2 제주지방선거에서도 국제자유도시니 특별자치도니 하는 거대담론보다는 도민의 일상적 삶의 질을 어떻게 한 단계 높여 나갈까의 방안 모색에 더 많은 관심과 비교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모든 유권자가 그렇듯이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관심사항이라고 하는데, 제주도민들도 그러할 터이다. 그런 의미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제주의 발전전략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국제자유도시 전략이 일자리 창출과 긴밀히 연관되지 않는다면 도민으로부터의 지지를 잃고 버림받는 건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가운데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외자유치에 초점을 맞춰 온 저간의 국제자유도시 추진전략을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각에서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일자리 창출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규직 일자리는 더욱 더 어렵다. 왜냐하면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최첨단의 소수 전문 인력은 많은 돈을 주고라도 쓰려고 하지만, 그 이외의 중간 전문인력이나 보조 인력은 가능한 한 비정규직으로 하여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게 21세기 기업운영의 기조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세계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여 제품가격을 높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줄이는 데는 많은 궁리를 하지만, 자본의 이윤을 줄여 종업원의 복지를 조금이나마 늘리려는 생각은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자가 아무리 많이 들어온다 해도 자동적으로 그 지역 주민을 많이 고용하고 임금을 많이 줌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쓸 수 있는 수입이 대폭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의 내적 역량을 키우지 않은 채 단순히 외자유치만으로 사회적 일자리나 청년 일자리가 도민들에게 주어질 것인가에 대해 자주 의구심을 갖게 되는 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전문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외자유치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일자리가 외부로부터의 인재유입으로 채워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사안이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은 동시에 도민 인력 양성 및 활용과 동전의 양면을 띠고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된다. 아니면 최소한 제주도민의 비교우위를 활용할 수 있는 외자유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민 위주의 일자리 창출 강조가 혹 배타적 사고방식인 것으로 생각할 지도 몰라, 노파심에서 한마디 거든다면, 제주도정이 외자유치에 제공하는 유인과 특례에는 도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당연히 누구도 외자유치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이윤을 찾아다니는 자본의 흐름에 딴지를 걸 생각도 없다. 더욱이 자본의 흐름에는 그를 둘러싸는  경영기법과 첨단 기술 그리고 새로운 문화와 아이디어까지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의 흐름을 통해 다른 세계와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갖는 장점을 십분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와의 만남과 교류협력에는 무언가 내부로부터의 역량이 일정하게 확보된 경우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침 한국메니페스토 실천본부의 발표를 통해 6·2 지방선거에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유권자들이 관심이 가장 크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지난 10년간 외자유치에 올인하다시피 해 온 제주도정에게 앞으로는 도민역량 강화에 더 많은 재원과 프로그램을 베풀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도민역량 강화가 내부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은 가운데 제주의 자연생태적 자원을 활용하는 데만 치우치는 한, 그러한 외자유치는 도민 일자리 제공과는 무관하게 제주라는 지역에서 운용되는 초국적 자본의 이득 챙기기에 기여하게 될 뿐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에 따른 떡 고물이 제주도민에게 일정 부분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훼손된 자연생태를 복구시키는 데 들 비용을 생각하면 그러한 떡고물이 얼마나 유용한지도 회의적이다. 그러니 무조건적인 외자유치 만능론에서 벗어나 최소한 자연생태와 도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이라는 두 관점에서 세심하게 검토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외부세계와의 교호작용이 없이 지역 주민만으로 무언가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지역발전 사업을 벌여나가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에도 십분 유의한다면, 문제는 외부의 경험을 자신의 독특한 지역에 창조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응용력일 것이다. 한때 홍콩과 싱가포르 경험을 조합한 이른바 ‘홍가포르 모델’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유용성이 널리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모델화는 이들 도시와 제주가 역사적-정치적 환경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유용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제주도민의 현재적 역량과는 거리가 먼 시도였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제주도민의 현재적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동시에 장기적으로 도민역량 강화를 통해 제주도 미래 찾기에 나서는 제주도민 내부로부터의 움직임이 이번 6.2 선거를 통해 적극 개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2 지방선거가 보다 의미 있는 리더십 선택의 계기가 되도록 하려면, 바로 도민역량에 토대를 두고 외부의 경험을 적극 활용해 나가는 응용력 검증이 요구된다. 이 점은 불가피하게 각 예비후보자들이 내거는 공약 검토를 통해서 부분적으로 알아볼 수밖에 없는데, 이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메니페스토 운동이 갖는 의미는 중차대하다고 하겠다. 여기서 유권자들이 바라는 바 지역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한다면, 예비후보자들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청사진을 경쟁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를 비교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게 예비후보자들의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도민 일자리 창출과 관련하여 국제자유도시 전략에 내재하여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서 지금까지 적극 관심을 표명해 온 외자유치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데에 이의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그 동안 JDC 등 많은 관여자들이 애를 쓰고 있기에 거기에 기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도민역량 활용과 전문성 강화인데, 이 점에서 우선적으로 제주도내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경제 살리기 정책은 필연이다. 왜냐하면 도내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활로를 무시한 채 대형 외자투자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대형 외자유치에 들이는 공을 최소한 반만이라도 도내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보육하고 지원하는 데 쓰려는 향후 제주도정의 보다 적극적 자세가 요청된다.

  제주도민의 기존 역량 활용에 이어 미래를 대비한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민 평생학습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요청된다. 외자유치에 들이는 공의 나머지 반을 바로 평생학습 지원에 써야 하는 이유는, 도민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킴으로써 제주에 투자하려는 외자가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인프라 못지않게 도민 역량에도 주목하도록 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제주에 투자되는 외국자본과 MOU 체결 등 논의되는 그 순간부터 그에 소요될 인적 자원이 무엇인지를 재빨리 파악하여 제주도내 대학 및 YWCA 등 다양한 평생학습기관과 손을 잡고 단기간의 집중적인 인력 개발에 나서는 것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맞춰 일자리 역시 변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유연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요청된다. 그러니 새로이 제주에 투자되는 자본의 흐름에 발맞춰 그에 부응하는 인력과 전문성이 무엇인지를 동시에 파악해 나가는 종합적 대책이 요구된다. 이는 제주도정의 외자유치에 인력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도내 대학 및 평생학습기관과의 유기적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 않고 외자유치와 일자리 창출 노력이 각각 따로 가게 되면, 외자유치가 성공한다고 해도 도민 일자리는 비정규직에만 그칠 공산이 크다. 그 결과는 취업 수치의 증가가 궁극적으로 도민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정규직 취업이 아닌 것이어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전략은 숱한 노력과 애씀과는 무관하게 겉은 번지르르 한데 실속이 없는 것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관광, 교육, 의료 등에 초점을 맞춘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세부 전략의 유용성 내지는 성공은 도민의 지지에 달려 있다. 문제는 도민의 지지는 떡고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더욱이 어떤 정책의 성공 여부를 사전적으로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책의 성공 여부가 사후적 평가를 통해서 오는 것이라면, 사전적으로 정책 담당자가 할 일은 도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도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이른바 민주적인 소통과 접합일 것이다. 그래서 차기 제주도정은 도민들이 일자리 창출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녀, 어떻게 하면 일자리 창출에 도민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의사개진을 이끌어 내고 또 도민의 현재적 역량을 어떻게 유효하게 활용할 것인지의 폭넓은 방안마련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과제에도 도민을 앞세우는 민주적 정치리더십이 요구된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의 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