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숨비소리' 듣고 싶다며 내려온 여신
'해녀의 숨비소리' 듣고 싶다며 내려온 여신
  • 김순이 (-)
  • 승인 2010.03.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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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문화유적100] (11) 내도동 - 두리빌레당과 방사탑성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두리빌레 ⓒ김순이

내도리 바닷가는 알작지로 유명하다. 계란처럼 말끔한 알작지(알돌)가 파도에 밀려 오르내리며 내는 소리는 그대로 바다의 교향시이다. 또한 이 바닷가에는 어부와 해녀들의 수호신인 용녀부인이 좌정하고 있는 두리빌레가 있다. 반원형의 넙적한 암반인 이 두리빌레 위에 마을 사람들은 감히 올라가지 않는다. 이곳이 여신의 거처인 줄 모르는 나그네나 철없이 올라가 논다.

제주의 당들은 대부분 그 연대를 추정할 수 없이 막연한 경우가 많은데 이 당인 경우는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제주에 들어와 신당들을 철폐한 이형상 목사가 제주를 떠나려 하자 광양당신의 노여움으로 도저히 배를 띄울 수 없었다. 이때 항해의 최고 경험자였던 이 마을의 박동지와 김동지가 이 목사를 태우고 무사히 제주바다를 건넜다. 이 목사가 대가로 무곡을 주자 제주로 향하던 중 무서운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하게 되었다. 이들은 바다의 신 용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하였다. 그러자 큰 뱀이 똬리를 틀어 배의 터진 구멍을 막고 무사히 내도동의 듬북개에 도착했다. 그 후부터 이 뱀을 모셔 부자가 되었으며 후에 내도동 당신으로 모시게 되었다( 『제주시의 문화유적』, 1992).

이형상 목사가 제주를 떠난 때가 1704년이므로 이 당은 약 3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바다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려본 사람은 이 신앙을 비웃지 못한다. 생명을 구해준 뱀을 용녀부인이라 높여 칭하고 해상안전과 풍요의 여신으로 받들어 온 사람들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여신은 섣달그믐까지만 두리빌레에 좌정한다. 동짓달 초하루부터는 “겨울바람과 파도소리가 무섭다.” 하여 길을 건너 밭 구석에 머문다. 그러다 추운 겨울이 가고 3월 초하루가 되면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듣고 싶구나.”하며 두리빌레로 내려와 좌정한다.

마을사람들은 겨울에 머무는 곳을 웃당, 봄여름가을에 머무는 두리빌레를 알당이라고 부른다.

▲ 방사탑 ⓒ김순이

두리빌레당 바로 앞길에는 둥글둥글한 바닷돌로 쌓아올린 방사탑이 서 있다. 원래 마을사람들이 부르던 명칭은 ‘거욱대’였다. 정상부에 놓여져 있는 돌도 처음에는 나뭇가지로 만든 것이었다 한다. 현재 제주시 유형문화유산 제4호로 지정되어 있다.

내도동은 현재 해안도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다. 마을사람들이 두리빌레당과 방사탑, 본향당이 파괴될 것을 우려해서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 유적들의 파괴에 저항하고 있는 세대는 나이든 세대들이다.

젊은이들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선 해안도로 개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 유적들이 가진 힘을 그들은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신화를 파괴하고 해안도로를 빼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는 것인가. 부디 이 바닷가의 신화들이 살아남기를 기도해 본다. / 문화재청 문화재담당관 김순이

찾아가는 길 - 내도동 버스정류소→바닷가→두리빌레당 (내도동 51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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