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0-1코스 가파도 올레길 28일 개장… 1000여명 올레꾼 ‘탄성’

섬은 역시 제주다웠다. 섬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대항(큰 항아리를 부르는 제주어)처럼 자연 그대로의 민낯이다. 섬은 청핏줄 꼿꼿이 세운 채 바람결 따라 이리저리 춤추는 청보릿대 풍경들로 그대로 한 폭 그림이다. 섬을 찾아온 사람들의 발걸음은 때 묻지 않은 그 ‘촌스러움’에 취해 한참을 느려터지게 걷는다. 제주 남쪽 섬 가파도다.  

(사)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가 28일 제주섬 올레길 10-1코스인 가파도 올레길을 열었다. 섬 올레길로는 우도에 이은 두 번째다. 사람이 그리웠던 섬은 이날따라 유난히 푸른 바다와 하늘로 올레꾼들을 반겼다. 온 섬을 휘감고 있는 청보리도 더 짙은 향을 토해내려 애를 썼다. 올레꾼들은 씻김굿판 같은 가파도를 걸으며 지치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 받았다.

▲ 가파도 올레길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청보리밭 가파도의 청보리가 넘실대는 뒤로 제주 본섬의 송악산과 산방산이 우직하게 앉아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휴(休)의 길, 가파도 올레길엔 청핏줄 꼿꼿이 세운 보릿대 물결 '출렁'

오는 4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제2회 가파도 청보리축제'를 앞두고 개장한 가파도 올레길은 올레꾼들에게 섬이 주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휴(休)의 길’이 어떤 길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가파도 올레길 개장 행사에서 “가파도는 제주다움이 잘 지켜져 온 가장 제주다운 섬”이라며 “여기에 문을 연 가파도 올레길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休)의 길’로서,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하루 이틀쯤 푹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올레길임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가파도 올레길 개장행사에는 신재민 문화부차관과 박영부 서귀포시장, 문대림 도의원도 참석, 올레꾼들과 함께 가파도를 걸었다. 특히 방송인이자 여성학자인 오한숙희 씨와 탤런트 유퉁 씨도 참석했다.   

오한숙희 씨도 이날 <제주의소리>와 만나 “어제 가파도에 들어오는 순간 제가 서울에서 어떻게 왔고 또 어떻게 서울로 갈지 아무 생각이 없다. 과거와 미래는 다 잊고 그냥 행복한 현재 순간만 생각인 난다”며 “이곳에서 1박 하면서 그만큼 가파도가 평화와 휴식의 섬이란 걸 몸으로 절감했고, 서울로 가면 다시 이렇게 외칠 것 같다. 아~ 가고파라, 가파도!”라고 말했다. 

김동옥 가파리장도 가파도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제주의 유인도 중 제주의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섬이 가파도”라며 “풍부한 해산물은 그 어느 지역보다 탁월한 맛과 청정한 품질을 자신한다. 오는 4월1일부터 시작되는 제2회 가파도 청보리축제 때 아무쪼록 인심 좋고 경치 좋은 가파도를 많이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

▲ 가파도 사람들은 죽어서도 가파도를 떠나지 않는다. 청보리밭 한가운데 묏자리가 평화롭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이 할머니 빨래널다 마시고 올레꾼들에게 반갑게 인사하셨다. 그리곤 "뭐 허래 가파도 와서? 뭐 볼거 있덴..." 마음속으로 대답한다. "할머니, 할머니같은 가파도 사람들 보려고요"라고.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가파도 사람들은 죽어서도 가파도를 떠나지 않는다!

가파도는 해발 최고점이 20.5미터에 불과할 만큼 한국 유인도 중 가장 낮은 섬이다. 오르막이 없는 가파도는 섬 어디에 서도 섬의 끝과 끝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가파도 올레길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고, 코스의 길이도 다른 올레 코스의 3분의 1 수준인 5km에 불과해 가파도 올레길은 걷기 위한 길이라기보다는 ‘머물기 위한 길’이다.

특히 가파도 음식 맛은 이 섬을 제대로 즐기는 빼놓을 수 없는 백미 중 하나다. 어느 해녀가 말한다. “가파도 음식 맛은 바다에서 나는 것이건, 땅에서 나는 것이건 손맛이 아니라 바다맛 때문”이라고. 세찬 가파도 바다에서 다져진 해산물들도, 해풍을 맞으며 자연 그대로 자란 농작물도 모두 바다가 키웠다.

섬과 바람은 하나였다. 가파도 사람들의 삶도 자연과 한 몸뚱이였다. 청보리밭 한가운데 우직하니 눌러앉은 고인돌들과 묏자리들도 이곳이 극락이라 외치는 듯 했다. 그렇게 가파도 사람들은 죽어서도 가파도를 떠나지 않는다.

‘휘~잇!’하고 숨 비우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온다. 그 바다엔 납덩이를 허리춤에 매달고 한참을 물속으로 사라졌다 올라와 숨비소리를 내지르는 바다의 여자들이 있었다. 가파도 해녀들은 그렇게 자맥질을 하며 바다 밭을 일구고 있었고 올레꾼들은 누구라도 그 바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올레꾼들도 어느새 가파도 사람들을 닮아 있었다. 걷다가 담장 밑 눈이 마주친 곳에 소담스럽게 무리지은 어린 쑥 더미를 보고 쑥을 캐기도 하고, 마실 나온 동무들처럼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떠올리며 도시락을 나눠 먹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다. 사람이 그리웠던 가파도는 올레꾼을 품고, 섬을 찾은 올레꾼은 가파도와 진한 사랑에 빠졌다.

아쉬움을 토해내며 모슬포로 나가는 배에 몸을 실은 올레꾼들의 시선은 뱃머리의 송악산이나 모슬포 항을 바라보지 않았다. 한결같이 뱃고물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푸른 섬, 청보리 섬, 가파도를 조금이라도 더 바라보기 위해 몸을 틀었다. 누구랄 것 없이 ‘다시 오리라!’ 마음먹으며 입술 사이로 탄성이 흘러내린다. 아~! 가고파라, 가파도!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매서운 가파도 바람과 맞선 돌담 여기저기가 무너져 내린 풍경이 자연 그대로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고인돌 가파도 고인돌  뒤로 멀리보이는 섬이 가파도와 형제섬인 마라도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금잔화 가파도 올레길을 걷다 보면 돌담길 아래 금잔화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길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돌담길   켜켜이 두른 돌담들이 가파도의 모진 바람을 견뎌낸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의소리
휴식 가파도에선 급할 것이 없다. 느려터질 수록 가파도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가파도 올레길을 걷다 말고 주전부리를 펼쳐놓고 옛날 이야기에 빠진 올레꾼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가파도 수퍼(?)라는 간판이 영화속 세트장처럼 예쁘다. 하동포구 마을회관 앞에 자리한 가파도 내 유일한 상점이다. 이집 여섯살 짜리 아들 녀석이 세발자전거 타고 나와서 목에 힘주며 하는 말 "우리집 상점해요!"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바다를 낀 황톳길은 가파도의 보물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가파도 전복죽 하룻밤을 가파도에서 자고 이튿날 아침 이 전복죽을 먹을수 있다면 큰 행운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가파도 민박집 정식  가파도 민박집 안주인의 후덕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가파도 정식이다. 임금님 수라상이 전혀 부럽지 않은 가파도 자연산 식단이다. 가파도에는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밥집은 하동포구의 가파도 민박 외에도  해녀촌, 상동 포구의 가파도 바다별장, 가파도 춘자네집 딱 네곳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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