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늘 넘쳐나면서 만족할 줄 모르는…

단순하게 살아라.
간소하게 생활해라.
만족할 줄 알아라.

그 노인의 잠언입니다.
어디 그 분만이겠습니까.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우리가 마음에 담고 있는 분들이 남기신 말입니다.

▲ 까치집 ⓒ제주의소리 / 사진=오성스님

저는 아득합니다.
저의 생활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강원도 산골 오두막 보다야 많지 않겠습니까.
넉넉하지 않다는 생각도 많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난하고
그럼에도 부족한 게 하나 둘 헤아려 집니다.
나의 것을 비워내지 않았으면서
맑은 그 분의 영혼으로 채우려 합니다.
어찌 과한 욕심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참회하지 않고
어찌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그러기에 저는
늘 혼란스러워 단순하지 못하고
늘 번잡하여 간소하지 않으며
늘 넘쳐나면서 만족할 줄 모릅니다.

▲ 오성스님 ⓒ제주의소리
그러기에
그 분은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 하셨지만
나는 살아 있음이 부끄럽습니다.

올해 비가 많을는지 높이 지은 까치의 집을 봅니다.
버려진 죽은 나뭇가지를 물어다 지었습니다.
다른 것에 해를 주지 않고
날아올라 떠나면 그뿐인
떠나고 나도 온기만 남는
저의 집을 보면서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저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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