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교육 폭발적 관심, 작년 대비 270% 증가
해외동포 은퇴자 유치계획과 연동시켜, 체계적 지원시스템 구축해야

지난 23일 열렸던 제2기 귀농귀촌교육 개강식 장면

"귀농에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지난 26일 오후, 제2기 귀농·귀촌교육이 열리고 있는 제주시 연동 농어업인회관. 강당을 가득 메운 교육참석자들에게 놀란 표정으로 던진 농식품부 정현출 경영조직과장의 일성이다. 정과장은 이날 농식품부의 귀농·귀촌 정책에 대한 강의를 하기 위해 내려온 터.

이는 정과장 만의 느낌이 아니다. 이 교육을 주관하고 있는 농업기술원관계자들도 그렇고, 필자 또한 그랬다. 강당을 가득 메운 열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부터 젊은 청년에 이르기까지, 또한 여성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그 숫자만 해도 148명이나 된다. 작년 처음 개설된 이 교육 수강인원이 40명이었다 하니, 1년 만에 무려 270%나 증가한 셈이다. 속칭 ‘대박강의’가 된 것.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중 반수 정도가 육지부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교육은 지난 3월 23일부터 6월 11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주2회 오후2시부터 6시까지 반나절 내내 실시하는, 총 23회 101시간에 걸친 녹녹치 않은 과정이다. 이 교육을 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산 넘고 물 건너서, 비행기를 타며 이 교육을 받으러 오는 것이다. 그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주교육장이 대중교통이 불편한 서귀포시 도농업기술원이어서 공항에서 서귀포로 가는 리무진을 타고 가서, 다시 서귀포신시가지 등에서 택시 등을 이용해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 곳에 오게 한 것일까? 왜 그들은 이런 시간과 비용,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교육에 참석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교육을 수료하면 귀농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는 등의 특전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이 열기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어쨌든 이는 제주도가 귀농을 고려하는 전국의 국민들에게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희망의 나라가 되고 있다는 징표로 보여지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다. 기왕 도시를 떠나 살 것이라면 따뜻하고 이국적인 풍광에 산 좋고 공기 좋고 물 좋은 제주를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조건만 맞는다면.... 잘만하면 ‘제주=귀농·귀촌의 메카’라는 또 다른 기분 좋은 별칭을 하나 더 갖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즐겁다.

필자는 실제로 이러한 현상을 작년부터 체감하고 있었다. 제주의 마을과 숲길을 조사하다 만나는 여러 인연들, 그 중에 제주가 좋아 제주에 살게 되었다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 정착 시기는 1년~3년 내외가 대부분. 또한 이런 저런 인연을 통하여 제주로의 귀농·귀촌을 필자에게 문의해 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제주에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조직과 기관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다른 자치단체는 귀농·귀촌 지원조례, 귀농·귀촌지원센터 등을 통해 귀농희망자들에게 체계적인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는 지원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었으나 아직 제주는 없었던 것. 물론 조례와 지원조직은 없었지만, 농식품부의 정책 ‘지침’에 따라 이에 대한 지원사업을 꾸준히 해왔을 것이다.

그래도 기왕 할 것이라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게 좋다는 판단에서 필자가 속한 사)지역희망디자인센터는 제주도의회 김완근 의원과 함께 제주귀농인 지원조례 제정에 나서게 됐다. 우리는 이번 조례 제정이 단지 귀농·귀촌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구축이라는 의미를 넘어, 100만 제주인 네트워크 구축과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 생각한다.

▲ 지난 23일 열렸던 제2기 귀농귀촌교육 개강식 장면

100만 인구 실현을 위해서도 귀농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종종 제주 자립경제의 기반으로 ‘100만 인구’를 제시하곤 한다. 딱히 정해진 경제법칙은 아니지만 인구가 100만명 정도는 돼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려면 상주인구를 늘려야 하는데 아직까지 특별한 인구유입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유치가 어려운 제주 실정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단순한 귀농귀촌정책이 아니라 100만 제주인 경제를 지향하는 효과적인 인구유입 정책의 하나로서, 은퇴 이후 귀농귀촌을 준비 중인 귀농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유인정책의 하나로도 이번 조례가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귀농자수가 많아봐야 얼마나 된다고..말씀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다. 지난 2006년 6월 농림부와 국정홍보처가 서울과 6대 광역시에 살고 있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3%가 은퇴 후 농촌으로 이주하겠다고 답했다. 2005년 기준으로 이 베이비붐세대는 714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2%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597만명(83.4%)이 도시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베이비붐세대의 19.5%가 앞으로 5년 안에 은퇴할 것이라고 답한 것.

이 조사가 100% 현실화된다고 가정해 보면 120만명 정도가 내년쯤이면 은퇴하고, 이중 70여만명 정도가 귀농했거나 하려고 귀농 준비 중이라는 말이 된다. 적지 않은 수다. 아마 지금 다시 조사한다면 이 수치는 더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에서의 귀농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IMF이후로 알려지고 있으나, 최근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고용상황의 탈출구로서 이 바람은 더 강력하게 불어 전문직 종사자들의 집단적 귀농·귀촌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정책을 넘어 해외동포들의 역이민 유도정책으로까지 발전시켜야

나아가 이 귀농정책을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수한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단지 국내 귀농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차원을 넘어, 해외동포들을 겨냥한 정책으로까지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일본은 물론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해외동포들이 은퇴후 쓸쓸한 삶을 보내고 있다. 실제 그들 중에는 제주에 해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은퇴자 마을 등을 조성한다면 역이민 할수도 있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해외동포들에게 도움만 받아온 우리들, 이제 그들에게 줄 때도 됐다. 작은 것이라도 보답할 때도 되었다. 해외동포들을 위한 귀농·귀촌인타운을 개발하여 자렴한 가격으로 분양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100만 제주인의 반쪽이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노후를 고향제주에서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꼭 제주출신 동포들에게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 지난 1월 6일자 <연합뉴스>에는 “컴백 홈' 러시..역이민자 12년來 최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 요지는 이렇다.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역(逆)이민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해외로 떠났던 이민 1세대들이 노후를 고국에서 보내려고 `유턴'하는 경우가 늘어난 게 주요 이유라는 것이다. 이들도 주요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 귀농희망자들도 그렇지만 이들 유턴자들에게도 제주는 매력있는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말하지만, 이를 귀농귀촌지원정책과 연계시켜 사업을 진행한다면 분명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사업은 단지 상주인구의 증가를 통한 경제규모의 증가라는 의미 외에 이들 때문에 방문하는 2~3세들의 관광효과 또한 노릴 수 있다.

현재 정부는 도시민들의 안정적 귀농·귀어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 시행하고 있다. 귀농귀촌센터의 운영을 통한 체계적인 정보 지원, 온오프라인 귀농귀촌교육 운영 내실화, 창업자금 융자 및 컨설팅, 주택신축자금 지원, 귀농인의 집 지원 등이 그것이다.

제주 또한 이러한 정부정책 지침에 따라 귀농·귀촌인에 대한 지원을 시행해왔지만,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보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실제 23일 교육에서 참석자들은 농식품부의 정책과 현장과는 괴리감이 많은 것 같다는 불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제 조례가 제정되고 관련 시행규칙이 제정되면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례제정을 위한 간담회 과정에서 당장의 예산상의 문제로 귀농귀촌희망자를 원스톱으로 상담 지원하는 귀농귀촌지원센터의 설립은 이후의 과제로 미루는 대신, 일단 그 기능을 농업기술원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2일 농업기술원이 ‘귀농정보종합정보센터’ 현판식을 갖었으나, 이는 추후 실제 인력과 예산을 통한 독립적인 공간과 조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사무 공간 또한 귀농희망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설립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지훈 사)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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